[기자수첩] 총선부터 '낙하산'까지...국책은행의 불안요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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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총선부터 '낙하산'까지...국책은행의 불안요인은?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2.10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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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갈등보다는 밖에서 흔드는 게 문제"
사진=녹색경제신문DB
사진=녹색경제신문DB

 

2019년의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한 은행산업의 2020년은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각 은행들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몸을 사리는 형국이다. 어떤 각도의 예상이든 고성장, 고실적에 대한 전망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활로를 모색하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다양한 방법 중 고려해 봐야 할 지점은 기업들의 금융수요 발굴과 관련한 것이다. 은행들은 우량 기업들을 고객으로 유치해 자신의 사업영위와 단단한 고리를 엮고 싶어하지만 쉽지 않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근거로 설립된 이른바 '국책은행'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반은행과는 설립 취지부터 다르고 비즈니스의 성격도 다르다곤 하지만, 성과에 대해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건 아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을 제외하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은 그동안 다양한 외부 풍파에 시달렸다. 

정권교체로 정책의 성격이 달라질 때마다 CEO를 비롯해 핵심 인사들이 재편되고, 그에 따라 사업부서는 물론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궤도가 수정되며, 때로는 기관의 성격이나 존재의 의미에 대해 질문이 들어온다.

국책은행과 관련해 가장 흔히 회자되는 이슈는 소위 '낙하산 인사'다. 관료나 권력의 핵심 인물이 논공행상이나 보은인사 차원으로 옮겨오는 자리에 대한 구설이다.

물론 오랜 세월 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임직원들이 느끼는 자괴감이라든지, 한정된 임기를 일신의 영달을 위한 자리로 여기는 행태랄지, 낙하산 인사 그 자체에 대한 폐해도 적잖다.

하지만 어찌보면 이처럼 빤히 드러나는 문제점들은 대응, 예방이 쉽다.

오히려 계산이 복잡해지는 것은 이와 같은 폐해를 문제제기하며 국책은행을 민영화하자는 주장이 아닐까 싶다. 국책은행이 수행하는 '정책금융'의 영역을 굳이 국책은행이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다.

정초부터 신임 은행장의 첫 본점 출근까지 한달 가까이 홍역을 치렀던 기업은행 사태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현 정권의 입장을 엿볼 수 있다.

노동조합의 '낙하산 행장 저지' 투쟁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고유한 인사권"이라며 벽을 쳤다. 노조가 그 벽을 허물거나 타넘으려면, 고유한 인사권을 부정해야 한다. 현재 기업은행의 존재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이 이번 이슈를 통해 어떤 실리를 얻었는지에 대한 왈가왈부는 부차적인 문제다.

결국 노조는 과거 맺었던 정책협약에 대한 문제제기, 쉽게 말하자면 '예전 약속을 지키라'는 수준의 원론적 비판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기업은행의 민영화'에 대해 현 노조 집행부가 어떤 복심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국면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맞받아치기엔 셈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과거 산업은행의 국책은행 민영화, 이른바 '메가뱅크' 담론이 강만수 회장의 입에서 거론됐을 당시, 노동조합의 스탠스를 고려해 본다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사실 사태가 초유의 장기화였다는 것 말고는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역시 비슷한 출발이었다. 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나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역시 부임 당시 '낙하산 인사'의 얘기가 안 나왔던 게 아니다.

항간에선 이번 기업은행의 경우만이 아니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의 지난 사례들을 가지고 "앞으로 정책금융이 노조에 의해 휘둘릴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공산은 작은데, 이렇게 주장하는 이들이 크게 문제라고 거론하는 대목이라고 해야 '노동추천이사제 도입' 등이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의 경우를 보더라도 노동(조합) 추천 이사가 이사회에 합류할 수 있을지도 두고 봐야 하는 일이고,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기관 사업의 유장한 흐름을 얼마나 뒤틀어놓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자리 욕심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비방에 가깝다.

임직원들의 근로조건과 관련한 사안에서 노조의 입김에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을 거라는 걱정도 기우다. 지금처럼 정보가 활짝 열려있는 상태로, 노조의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최상의 임단협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해야 과연 얼마나 근로조건을 더 올릴 수 있을까? 

결국 국책은행의 내우(內憂)는 기우에 가깝고, 오히려 문제는 외환(外患)일 거라는 전망이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4월 총선의 앞뒤로 국책은행과 관련한 이슈도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국책은행의 지방이전과 관련한 이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은 각기 '한국산업은행법', '중소기업은행법', '수출입은행법'에 의해 그 의의와 목적, 사업이 규정된다.

산업은행법과 기업은행법은 제4조에, 수출입은행법은 제3조에 본점의 위치를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돼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각자의 지역구에 국책은행의 본점을 유치하고자 하는 국회의원들의 법 개정안이 시시때때로 발의되고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현 20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김두관 의원이,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본점 자리와 관련한 법안 개정을 대표발의했다.

김광수 의원은 본인의 지역구인 전주 이전을, 김해영 의원 역시 본인의 지역구인 부산 이전을, 김두관 의원은 각 법안 초입의 본점 위치에 대한 규정을 삭제하자고 제안한다.

해당 법 개정안은 잠잠히 계류 중이다. 발의를 앞두고 토론회가 열리는 등 반짝 화제였다.

물론 이는 단순히 각 국책은행법에서 조항 한 줄을 삭제하는 문제가 아니다. 작게는 국책은행 본점 인원들의 근무조건과 관련된 사안이고, 조금 시야를 넓히면 이전 대상지역의 문제, 더 넓히면 국책은행의 사업 영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민이다.

따라서 국회가 신중하고 심도 깊게 해당 사안에 대해 숙고하고 있는 중이라면 달리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대 국회가 현재 이를 숙고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고 싶다.

결국 이와 같은 주장은 정책금융의 본래 목적에 맞는 실효성 강화, 이를 통한 각 산업은 물론,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 더 넓은 필요에서 국가의 균형발전이라는 고매한 당위를 가져다 포장한 '표심에 대한 의지'에 다름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말한다. 국책은행이 올바르게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비판과 견제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일부의 이권을 위해서 조직을 흔드는 행위는 국책은행 구성원들의 원활한 업무추진에도 큰 걸림돌이 된다고 말이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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