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SS 화재 ‘배터리 이상’… ‘치킨게임’ 넘어서야
상태바
[기자수첩] ESS 화재 ‘배터리 이상’… ‘치킨게임’ 넘어서야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2.07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동민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과장(오른쪽 세번째)이 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조사단, 5곳의 화재사고 조사결과' 발표를 마친 뒤 추가 안전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문동민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과장(오른쪽 세번째)이 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조사단, 5곳의 화재사고 조사결과' 발표를 마친 뒤 추가 안전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배터리 이상’ vs ‘인과관계 없다’

6일 오후 3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조사위 결과를 두고 두 주장이 부딪혔다. ‘ESS 화재사고 2차 조사단’의 ‘배터리 이상’ 추정에 맞춰 배터리제조사인 삼성SDI와 LG화학이 반박 자료를 내놓아서다. 조사단의 발표에 맞춰 나온 배터리제조사의 해명이 꽤 촘촘했다. ESS 화재 조사 결과가 치킨게임이 되는 모양새다.

이번 발표를 어느 한쪽이 피하지 않으면 둘 다 죽는 치킨게임 우려까지 나오게 한 건 8개월 전의 1차 조사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차 조사위는 이번 조사 범위에 포함된 화재 사례인 5건보다 4배가량 많은 23건의 화재를 조사하고도 배터리에는 면죄부를 줬다. 5건 가운데 4건에서 ‘배터리 이상’이 발견된 이번 조사와 달라도 너무 다른 결과다.

이번 조사단은 ‘배터리 이상’을 찾을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으로 ‘시스템·배터리 운영기록, 절연감시기록 등 보존된 정보 활용’을 꼽았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발표된 안전강화 대책으로 마련된 게 기록 보존이다. 당시 조사위는 ‘사고시 원활한 원인 규명을 위해 배터리 상태(전압, 전류, 온도 등) 등 ESS 운전기록을 안전한 곳에 별도 보관토록 의무화’했다. 2차 조사단의 ‘배터리 이상 유무’가 모두 이 운영기록에 기반해 나왔다.

이번 2차 조사단과 1차 조사위의 다른 점은 화재 원인 조사의 집중력 차이에서도 나온다. 1차 조사위가 애써 ‘배터리 외의 복합 원인’에 집중했다면 2차 조사단은 ‘복합 원인 외 배터리’에만 총력을 기울인 느낌이다. 8개월 만에 확 바뀐 입장 차이는 두 결과 모두 신뢰하기 어려운 결과를 낳고 말았다. 1차 때 '배터리제조사 눈치를 봤다'는 의혹은 2차 결과에는 '배터리제조사만 겨냥했다'는 비판이 됐다.

조사단이 배터리 이상으로 보이는 현상으로 내세운 것에 배터리제조사가 조목조목 반박한 점도 뼈아프다. 삼성SDI는 ‘조사단이 발표한 배터리가 화재 현장 배터리가 아니’라거나 ‘큰 전압편차는 화재 발생 조건이 아니’라는 등 8장에 달하는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LG화학 역시 ‘실제 사이트를 4개월 운영하며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실험에서 화재가 재현되지 않았다’거나 ‘음극 활물질 돌기, 용융 흔적’ 등이 직접 원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배터리제조사에서는 “ESS가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PCS), 배터리저장장치(BMS)·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의 관리 소프트웨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장치라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는 볼멘소리도 하고 있다.

배터리제조사들의 반박에 조사단은 “책임문제보다는 재발방지가 주 목적”이라고 말했다. 배터리가 다 타버려 화학적 분석이 불가능해 유사한 현장 배터리를 수거해 분석했고, 이 때문에 원인에 대한 판단이라기보다는 추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도 했다. 어딘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1, 2차 ESS화재 조사 결과는 국내 ESS 산업이 현재 상태로 지속가능할 수 있느냐는 의문점을 풀지 못했다. ‘진실 공방’도 불러 왔다. 주된 안전조치인 충전율(SOC) 하락은 수익성 하락이라는 약점도 있다. 충전율을 낮추면 화재 가능성이 떨어지는 반면, 충전율을 80%대로 떨어뜨리면 적자가 나올 수 있어 산업 자체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ESS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해외 ESS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전망치는 2025년까지 연평균 26%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불이 나지 않는 해외 ESS 시스템은 우리가 반드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안전한 생태계 조성은 정부 에너지 정책과 배터리제조사의 해외 수출 등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제조사인 삼성SDI와 LG화학은 배터리에 문제가 없다는 적극 소명에 나서면서도 자체 소화 방지 시스템 등 ESS 안전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나설 방침이다. 정부에서도 요금특례제도를 개편하는 등 운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미 두 차례 기회를 썼다. 앞으로의 ESS 산업 대책은 ‘배터리 이상’ 공방을 넘어서야 한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