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국내 공장 '셧다운' 결정 '비상사태'...원가절감 위해 공급지 이원화 포기한 책임론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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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국내 공장 '셧다운' 결정 '비상사태'...원가절감 위해 공급지 이원화 포기한 책임론 일어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02.03 2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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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4일부터 11일까지 공장별 임시 휴업 돌입
- 대응 방법 제한적이고 부품 품질·비용증가 우려 제기
- 국내 고임금 감당하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현대차가 결국 국내 공장 '셧다운'을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배선 뭉치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의 공급이 열흘 이상 끊겨서다. 

국내에서만 연간 3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현대차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부품 수급망을 이원화하지 않은 데 따른 책임론이 일고 있다.

3일 <녹색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현대차의 '중국 도입자재 조달 차질 관련 라인운영 안'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4일부터 11일까지 공장별로 임시 휴업에 돌입한다. 

울산 1공장은 5일부터 11일까지, 2공장은 7일부터 10일까지, 3공장은 7일부터 11일까지 임시 휴무를 실시할 예정이다. 팰리세이드 생산라인이 있는 4공장은 4일 오후부터 11일까지 진행되지만, 일부 라인은 7일부터 11일까지 임시 휴무가 진행된다. 5공장은 4일부터 11일까지 가동이 중단되나 일부 라인은 6일부터 11일까지 휴무다.

이번 공장 셧다운은 중국 공장에서 와이어링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운영이 중단되면서 벌어졌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사진 연합뉴스]

현대차는 기존 국내에서 생산했던 와이어링을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 공장 생산으로 변경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3곳(유라코퍼레이션, 경신, THN)으로부터 이를 전량 공급받고 있는데, 이 중 두 업체의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추이에 따라 이 업체들의 재가동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어 장기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공장에서 연간 3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글로벌 카메이커가 천재지변 등 최악의 사태를 고려하지 않고 해외 공장에서만 공급받는 부품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자동차 제조에 들어가는 3만개의 부품 중 어느 하나라도 수급이 안 되면 바로 생산 라인이 멈춰선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조달 방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또 현대차의 생산 라인이 중단되면 수많은 협력사도 함께 타격을 받게 돼 국내 자동차 업계가 전반적으로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구조다.

이 조달 방식이 고착화된 현 시점에서 대응 방법은 제한적이다. 국내 생산 설비를 구축하거나 중국 외 나라에서 조달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실제로 이날 현대차에 와이어링을 공급하는 3개 업체는 긴급 물량 확보에 나섰다. 국내 설비를 마련하고 동남아 공장 물량을 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인력 배치와 부품 품질 문제뿐만 아니라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현대차 경영진의 전적인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의견도 나온다. 글로벌 브랜드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관계된 수많은 협력업체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현대차가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지 않고 중국 공장에서만 수급하도록 한 데 큰 아쉬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국내 공장에서는 시간 대비 완성차 생산비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현대차 경영진이 국내 고임금을 감당하기 위한 차선책 중 하나였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간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은 물론이고 이번에 문제가 된 와이어링 3개 업체를 비롯, 수많은 부품사들이 현대차와 중국에 함께 진출해 동반성장하는 식이었다"며 "리스크가 상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편,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해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사내 연락망에 올리며 “재난대응에 노사가 따로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사는 3일 오후 울산공장에서 실무협의를 갖고 공장·라인별 부품 재고현황을 공유하고 휴업 계획을 논의했으나 기간과 방법 등에서 의견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4일 간담회를 열어 휴업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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