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뇌관으로 떠오른 '우리들병원 금융농단 게이트' 국정조사 요구 전말...양정철·정재호 거론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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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뇌관으로 떠오른 '우리들병원 금융농단 게이트' 국정조사 요구 전말...양정철·정재호 거론되는 이유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11.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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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호 원장 부부 대출 의혹과 신한은행 문서위조 의혹이 발단
- 여권 핵심 실세들이 이상호 부부-신씨 분쟁에 개입 의혹 '일파만파'

문재인 정권 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상호 원장이 경영하는 '우리들병원'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7일 '유재수 감찰 농단, 황운하 농단'과 함께 우리들병원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들병원 금융 농단 사건'이라고 명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유재수 감찰 농단, 황운하 농단, 우리들병원 금융 농단에 이르기까지 3종의 친문 농단 게이트가 이 정권의 민낯"이라며 "유 전 부시장의 ‘감찰 무마’ 건은 그야말로 친문(親文)무죄, 반문(反文)유죄 전형이다. 희대의 비리 은폐이자 감찰 농단"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우리들병원을 경영하던 이상호·김수경 부부(현재 이혼 상태)가 지난 2012년 산업은행에서 1400억원을 대출받은 게 발단이 됐다. 

이 대출과 관련한 채무 처리 과정에서 동업자였던 신모(여)씨와 불거진 분쟁 해결에 현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정형외과 의사인 이상호 원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허리 디스크 수술을 담당한 인연으로 현 여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청담 우리들병원이 2012년 9월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원을 대출받으면서 발단이 됐다. 

당시 이 원장은 개인회생 신청 전력으로 인해 다른 은행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출 전제조건으로 이 원장이 기존에 신한은행과 맺었던 연대보증계약의 해지를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 연대보증 계약은 이 원장의 전처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이 고급 레스토랑 사업을 추진하면서 신한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 건에 연대보증인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었다. 

하지만 연대보증계약 해지에 김 회장의 동업자이자 이 원장과 공동으로 연대보증을 했던 신씨가 반발했다. 

신씨는 이 원장 부부와 2009년 자기 소유의 서울 청담동 빌딩에 웨딩, 레스토랑, 화장품 판매 등을 위한 A사를 공동 설립했다. 

지금은 이혼한 이상호 원장의 아내 김씨가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당시 A사 명의로 신한은행에서 260억원을 대출받고, 신씨가 연대보증인·담보제공자, 이 원장이 연대보증인이 됐다. 
산업은행이 이 원장이 운영하는 우리들병원에 1400억원을 대출해주면서 이 원장에게 연대보증계약 해지를 요구했는데 과거 260억원 대출 관련 신한은행 연대보증이 발목을 잡았다.

양측은 이 원장이 신씨에게 20억원 등을 먼저 주면 김 회장의 법인과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이 원장을 공동연대보증에서 빼주는 것에 합의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터졌다. 
신한은행이 이 원장이 신씨에게 주기로 한 20억원을 추가 대출해주기로 하면서, 20억원 중 7억 2400만원을 신씨 동의 없이 이 원장 개인대출의 이자로 사용했다. 

신씨는 이에 불만을 품고 법인 명의로 받은 대출 이자를 내지 않았다. 그러자 신한은행은 신씨가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려 했다. 

이에 신씨는 신한은행 관계자를 상대로 사문서위조와 사금융알선 혐의로 고소했다.

또 문제가 불거진 것은 여권 핵심 관계자들이 신씨와 신한은행 중재에 나서면서 부터다.

신씨와 알고 지내던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 문재인 대선 캠프 소속이었던 모 변호사 등이 신씨와 신한은행 양측 간 중재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근무했던 친노(親盧) 인사인 정재호 의원은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당선된 직후부터 2017년까지 당시 신한은행장이던 조용병 현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수차례 만났다. 

정 의원은 은행을 감독하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다. 정 의원은 신씨와 관계된 사건의 해결을 위해 조 회장과 최소 3차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들병원

그러나 신씨가 정 의원의 제안을 거절하자 현행법상 불법인 선이자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시 정 의원과 신씨 사이에서 법적인 문제를 조율했던 사람은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 캠프에 몸담았던 모 변호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양정철 민주당 민주연구원장도 분쟁 중재에 관심을 가졌다고 신씨는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중재에도 신씨와 신한은행은 합의하지 못했고 소송은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특히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근무했던 윤규근 총경도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경찰도 우리들병원의 대출과 관련한 내사까지 나섰지만 본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찰은 경찰청과 서울 서초경찰서 두 곳에서 내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정재호 의원이 윤 총경을 데려와 ‘신한은행 대출문제 해결을 위해선 윤 총경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윤 총장의 통화 녹음도 공개했다. 윤 총경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근무 당시 신한은행과의 송사와 관련해 신씨에게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

신씨는 정재호 의원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신씨는 "정 의원이 정계 입문 전 ‘정치에 입문하도록 도와주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열어 신한은행 대출사건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폭로했다. 

정재호 민주당 의원이 20대 총선 다음날인 2016년 4월 14일 오전 7시 18분 신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선관위에서 받은 당선증 사진을 신씨에게 보내면서 ‘회장님께 바칩니다!’라고 적었다. [사진 한국일보]
정재호 민주당 의원이 20대 총선 다음날인 2016년 4월 14일 오전 7시 18분 신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선관위에서 받은 당선증 사진을 신씨에게 보내면서 ‘회장님께 바칩니다!’라고 적었다. [사진 한국일보]

신씨는 정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다음날 당선증 사진과 함께 보낸 ‘회장님께 바칩니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증거로 공개했다.

신씨는 양정철 원장과 관련해서도 폭로했다. 신씨는 "양 원장이 나한테 세배 온 자리에서 정 의원이 신한은행에서 받아온 (대출전환 조건) 메모를 보고 ‘이걸 합의라고 해왔나. 금감원장이랑 경찰청장 인선이 되면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문서를 위조하면서까지 이 원장의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한 배경에도 의혹이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소를 당하자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인물을 변호인으로 선임해 검찰 수사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나경원 원내대표 "은행 대출, 이상호 부부-신씨 분쟁에 현 정권 인사 부당 개입 여부가 의혹의 핵심"

야당에서는 이상호 원장 부부가 이명박 정권 때인 2012년 국책 산업은행에서 1400억원을 대출받게 된 배경, 또 이 대출 이후 불거진 이 원장 부부와 신씨 간 불거진 분쟁 와중에 이뤄진 신한은행 대출이 이뤄진 배경을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 

이상호 원장이 거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배경에는 현 정권 실세 인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원장 부부와 신씨가 어떤 영향력을 가진 존재여서 여권 실세들이 직접 나섰는지 의문이란 것. 

이 원장 부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현 여권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도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선거 운동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철 원장도 이를 인정한 바 있다. 

정 의원과 양 원장은 신씨가 주장하는 얘기와는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들병원 금융농단 사건'이 게이트로 비화될지도 모른다는 정치권의 관측도 나온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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