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범현대가(家)', 정의선·정지선·정기선 '3세 시대 주목'...정몽규,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육해공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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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범현대가(家)', 정의선·정지선·정기선 '3세 시대 주목'...정몽규,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육해공 가문'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11.20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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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3월 '왕자의 난' 이후 20년 만에 다시 범현대가 '화려한 부활'
-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 같은 날 현대백화점은 두산 면세점 임대계약
-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모빌리티 사업' 협력 기대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사실상 인수하면서 범(汎)현대가(家)의 진격이 관심을 끌고 있다. 

20년 전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현대가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범현대가 2~3세의 활발한 경영 활동에 따른 가시적 성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범현대가는 '육(자동차)·해(조선)·공(항공)' 재벌 가문을 완성했다는 것. 

'육해공'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정몽준 회장은 조선, 정몽규 회장은 항공을 각각 이끌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단순히 건설사의 인수라기보다 '범현대가'의 인수라고 보는 것이 명확하다"며 "향후 아시아나항공은 범현대가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은 현대오일뱅크는 항공유, 현대백화점 그룹은 면세점 및 기내식, 현대해상은 보험, 현대카드는 마일리지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모빌리티 부문에서 현대차와의 협업도 기대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는 20년 만에 범현대가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의미도 크다. 

지난 2000년 3월, 정몽구 회장은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동생인 고 정몽헌 회장과 ‘왕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경영권 승계 다툼을 벌였다. 정몽구 회장은 같은 해 현대자동차 등 10개사를 이끌고 현대그룹으로 독립했다. 

재계 관계자는 "'왕자의 난' 이후 현대차그룹은 현재 재계 2위의 글로벌 기업이 됐고, 현대그룹은 올해 자산 5조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도 빠지는 등 부침이 컸다"며 "고 정주영 회장이 세운 범현대가는 경영 3세 시대에 이르면서 '오픈 이노베이션' 관점에서 다시 협력하는 분위기로 전환하고 있어 4차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범현대가의 진격은 예사롭지 않다.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을 중심으로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HDC현대산업개발 등 범현대가의 각 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면서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아성을 다시 위협하는 모양새다.

HDC현대산업개발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은 공교롭게도 같은 날인 12일 각각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두산 면세점 임대계획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매듭짓게 되면 지난해 기준 재계 서열 33위에서 20위 이내로 올라서게 된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초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사를 밝히며 세계 1위 조선사 출범을 알렸다.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정몽규 회장이 '모빌리티 사업'에서 협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이미 '모빌리티 비전'을 천명한 만큼 벌써부터 현대차와 HDC 간의 모빌리티 연합이 형성됐다는 분위기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차)' 사업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어 항공 분야에서도 긴밀한 협력이 예상된다. 플라잉카는 헬리콥터나 경비행기 등과 달리 소음이 적고 육상 운송수단에 비해 훨씬 빠른 이동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주)두산과 면세점 임대계약을 체결한 후 역시 면세점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각오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삼성동 무역센터의 면세점 운영은 물론 두타면세점에 명품 브랜드를 유치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정몽진 회장이 이끄는 KCC그룹은 지난 5월 세계적인 실리콘 기업인 ‘모멘티브’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하는 현대차는 올해 3분기 30% 이상 영업이익이 급증하는 등 실적 반등세를 보이며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 일본 수출규제 등 위기 상황에 대다수 그룹들이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오히려 나홀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 3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7주기를 맞아 범 현대가 인사들이 서울 한남동 정몽구 회장의 자택에서 열리는 제사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편, 범현대가는 고 정주영 회장과 고 변중석 여사라는 '가족의 끈'이 2~3세 경영인들을 하나로 뭉치게하는 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월 고(故) 정주영 회장의 부인 고 변중석 여사의 12주기를 맞아 한 데 모였다. 변 여사 제사에는 정몽구 회장을 비롯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정몽일 전 현대기업금융 회장,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몽규 HDC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정몽국 엠티인더스트리 회장,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정몽훈 성우전자 회장 등 2세 경영인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또한 3세 경영인으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비롯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대선 현대 비에스앤씨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등이 함께 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재계 1위를 질주했던 현대가는 20년 만에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며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등 범현대가 3세 경영인들이 어떤 협력을 이끌어낼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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