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순풍과 역풍, 그 현장을 가다 ① ] 횡성 풍력, 순풍 바람길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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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 순풍과 역풍, 그 현장을 가다 ① ] 횡성 풍력, 순풍 바람길 분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11.08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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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차로 가기 힘든 풍력단지 내 도로에 우거진 수풀 눈길
태기산 20기 터빈, 풍력에너지 약 30% 전기로 전환
강원 횡성 태기산풍력발전단지의 7번째 풍력터빈. 비교적 넓고 고른 땅이 이 근처에 마련돼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강원 횡성 태기산풍력발전단지의 7번째 풍력터빈. 비교적 넓고 고른 땅이 이 근처에 마련돼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풍력발전을 두고 말들이 많다. 소음, 저주파, 훼손된 산림. 풍력발전을 둘러싼 대표적 우려들이다. 청정한 방법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만큼 발전소가 지어지는 과정까지 모두 깨끗해야 한다는 신념은 풍력발전에도 적용된다. 국토의 70%가 산인 우리나라에서 풍력은 산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진짜 재생에너지가 맞냐는 질문에도 시달린다. 강원도 횡성과 삼척 풍력단지를 다녀왔다. 횡성은 환경적으로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반면 삼척 단지는 주민들이 찬성함에도 산림청이 반대하면서 불협화음이 많다. 풍력발전, 순풍과 역풍이 불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편집자 주]

소형 스포츠실용차(SUV) 바퀴가 순간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렇게 험한 길은 처음이라는 운전자의 탄식과 기어를 낮춰보라는 보조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뒷좌석에 앉아 '나무아미타불'을 속으로 되뇌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관자…’까지 왔을 때 국산차 앞바퀴가 휘릭 소리를 내며 구멍을 빠져 나왔다. 안도와 함께 순간 또 들었던 생각.

‘풍력발전소 견학 아니었어?’

7일 강원 횡성 태기산풍력발전단지를 찾았다. 에너지전환포럼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국 에너지전환 아카데미 2기’에서 마련한 견학에 함께 한 자리였다. 국내 풍력발전 시장이 어렵다는 업계 목소리를 몇 번 들었던 터였다. 같은 재생 에너지인데도 지난해 태양광 보급용량(2027MW)에 현저히 밀린 풍력 보급용량(168MW)을 보고 있자면 환경 영향 측면에서 ‘그럴만 해서겠지’ 하는 못 미더운 구석도 있었다.

‘산 정상에 지어지는 건데, 그거 괜찮겠어?’

소음, 저주파, 훼손된 산림. 풍력발전을 둘러싼 대표적 우려들이다. 청정한 방법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만큼 발전소가 지어지는 과정까지 모두 깨끗해야 한다는 신념은 풍력발전에도 적용된다. 국토의 70%가 산인 우리나라에서 풍력은 그 산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진짜 재생에너지가 맞냐는 질문에도 시달린다. 환경단체에서도 풍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환경 훼손’이라는 불안감을 안고서 직접 본 풍력발전소는 예상보다 더 청정했다. 연기 하나 없이 돌아가는 블레이드(날개)가 단지 시원하게 불 뿐인 바람을 전기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시각으로 전해졌다. 에너지전환이라는 가치가 더해지면 발전기도 더 예뻐 보인다. 바람이 별로 불지 않은 날이긴 했지만, 풍력발전기 바로 아래서 들어본 소음도 크지 않았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지금 나는 소리가 터빈 안에서 들려오는 기계 소음이다. 바람이 많이 불면 날개가 돌아가면서 나는 소음이 큰 편인데, 바람 소리도 함께 커서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며 “기계 소음이 문제가 되는 지점인데,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면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로드 운전이 처음인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연구원의 뒷모습에서 긴장한 마음이 느껴진다. [사진=서창완 기자]
오프로드 운전이 처음인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연구원의 뒷모습에서 긴장했다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사진=서창완 기자]

태기산 풍력단지는 고도가 높은 산(1258m)에 있어 주위로는 민가를 찾아볼 수 없다. 포털 지도로 본 가장 가까운 펜션과 직선거리가 2.9km 정도다. 바람이 셀 때의 소음을 들어보지는 못했는데 적어도 저 멀리까지 피해를 입힐 정도는 아닐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태기산 풍력단지 주변은 오프로드(차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일)를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차가 들어올 수 있게 허용돼 있는 7번 발전기까지 들어오는 길도 쉽지는 않다. 견학팀은 풍력단지 측의 허가를 미리 얻어 20번째 발전기까지 차로 들어가 보는 모험을 할 수 있었다. 바퀴 자국 2개만 있는 길에는 10년 가까이 관리·정비를 위한 차만 들락날락해서인지 풀과 작은 나무들이 치고 들어와 좁혀져 있었다. 차에서 내린 운전자 3명 모두 “이런 길은 처음이었다”는 탄식을 내뱉었다.

양 처장은 “캠핑족이나 오프로더들에게는 이곳이 명당이다. 통행이 금지돼 있는데 몰래 찾아오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며 “봄만 되면 그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가 너무 많을 지경”이라고 전했다.

바람 부는 방향에 맞춰진 20기의 발전기는 풍력 에너지의 약 30%를 전기로 생산해 내고 있다. 20기의 발전기가 바람을 원료로 24시간, 365일 쉴새 없이 돌아간다. 7기 넘어서부터 시작된 오프로드 길은 공사 현장의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수풀로 우거져 있었다.

이동 중에 잠시 멈춰서 바라본 풍력 터빈들. [사진=서창완 기자]
이동 중에 잠시 멈춰서 바라본 풍력 터빈들. [사진=서창완 기자]

풍력업계에서는 터빈 한 대를 세우기 위해 공사를 위한 크레인의 가동 범위까지 계산해 대략 1800~2400㎡의 면적이 필요하다고 했다. 4메가와트(MW) 이상의 터빈이 개발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 상황이라 면적당 발전 효율은 과거보다 더 높아졌다. 발전용량은 날개 크기에 비례한다.

이동로 등을 포함하면 필요 부지는 더 넓어진다. 태기산 풍력단지 주변처럼 산책로나 산림생태공원으로 활용하는 게 가능해 필요 부지 전체를 환경 훼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풍력터빈 사이를 연결하는 도로 포장 방법은 경사에 따라 정해진다. 풍력업계에서는 경사도가 12%부터는 자갈 포장, 17~18%에서는 콘크리트 포장을 한다고 설명했다. 태기산 풍력단지 내 도로가 대부분 비포장도로였던 이유다.

양 처장은 “최근에는 도로 양옆 물이 빠지는 배수로를 친환경 공법으로 하는 등 건설 단계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최근에는 지중선로를 이용해 송전하는 추세로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도로까지 수풀이 우거졌던 7번째 이후의 풍력터빈 공간부터는 생태자연도가 2008년 준공 당시 2등급에서 현재는 대부분 1등급으로 상향됐다. 풍력단지에는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스무 번째 풍력터빈에서 온 길로 되돌아 바라본 풍력단지. [사진=서창완 기자]
스무 번째 풍력터빈에서 온 길로 되돌아 바라본 풍력단지. [사진=서창완 기자]

정부가 2017년 12월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보면 새롭게 확보하기로 한 풍력발전 목표는 16.5기가와트(GW)이다. 지난해 수치로는 10% 안팎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정부와 여당은 뒤늦게 당정 협의를 열고 육상풍력 활성화 방안 추진 계획을 세웠다. 규제개선과 밀착지원으로 풍력발전을 적극 늘리겠다는 목표였다.

풍력업계에서는 대부분 '별 기대 안 한다'는 반응이다. 정부 부처간 스스로의 과업에 매몰돼 있을 뿐 풍력발전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푸념이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20% 확보라는 명목상 수치만 세워 놓고, 어떻게 이루겠다는 건지 기업 입장에서는 답답하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정부 부처끼리 자기 과업에 국한된 시점으로만 풍력 발전을 보고 있다. 사업자가 요건을 충족해 가면 ‘~등’이라는 조건을 들어 안 된다고 한다. 달랑 한 장으로 반려하기도 한다. 당정 협의 이후 거절 사유가 조금 길어지긴 했다. 그래도 기대는 되지 않는다.”

풍력발전이 제대로 된 방향을 찾기 위한 '오프로드 길'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풍력업계는 물론 환경단체, 정부가 머리를 맞대 자연을 보전하면서 재생에너지원도 얻는 길을 개척해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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