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전자담배=폐질환'?...'공포감' 조성하는 정부, 사용자·담배업계는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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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전자담배=폐질환'?...'공포감' 조성하는 정부, 사용자·담배업계는 '물음표'
  • 이효정
  • 승인 2019.10.30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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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액상전자담배 폐질환 발병 중 '마리화나(THC)'성분 사용자가 78%
"섣부른 정책"이라는 비판도...'정확한 정보' 제시 요구 빗발쳐
액상전자담배를 피우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액상전자담배를 피우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정부가 액상전자담배 사용중단을 강력 권고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방침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보고된 사례와 국내 상황이 상이함에도 '액상전자담배사용=폐질환'이라는 느낌을 줘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사례만 보고 성급히 내놓은 정책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전자담배를 애용하는 사용자들은 물론, 업계 내에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는 눈치다. 보다 정확한 국내 상황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고, 미국과 한국의 액상형 전자담배 차이점을 대중에게 인지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향후 액상 전자담배를 향한 정부의 규제가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 사이에서 중증 폐손상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 10월 24일 기준으로 1604건의 폐손상과 34건의 사망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8일에는 국내에서도 의심 환자 사례가 1건 보고되면서, 우리 정부는 23일 보건복지부를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강력 권고'를 내놨다. 이후 편의점, 마트 등 여러 유통채널들이 국내에서 판매중인 폐쇄형 액상 전자담배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한국 내 '액상 전자담배' 이슈가 크게 떠오르고 있다.

 

 

CDC가 발행한 뉴스레터 갈무리.
CDC가 발행한 뉴스레터 갈무리.

 

'10%의 위험성'...'先금지 後검증' 정책 내놓은 韓정부

다수의 액상전자담배 사용자와 전자담배 브랜드들은 한국 정부의 '권고안'이 다소 성급한 결론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번에 미국에서 보고된 '액상전자담배 사용으로 인한 폐질환 발병자' 중 78%가 마리화나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니코틴만 함유된 제품을 사용했다가 폐손상이 발생한 환자는 10%를 차지했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FDA)와 미국 질병통제국(CDC)이 제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병한 폐질환 환자의 대부분은 마리화나 성분(THC)의 액상전자담배를 사용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마리화나 액상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첨가되는 비타민 E 아세테이트 성분도 폐질환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두 기관이 제안한 주의사항을 요약하자면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이 아닌, 'THC 함유 액상' 혹은 불법 개조한 액상사용 중단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 판매되는 액상 내에 마리화나 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없음에도 정부는 미국의 사례를 들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 권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8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대마 성분이 없는 액상형 전자담배에서도 환자가 나와 사용 중단을 권고한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미국 두 기관이 내놓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전체 폐질환 발병자 중 니코틴 함유 제품을 사용한 10%' 수치를 토대로 이번 권고안을 내놓은 셈이 된다.

또 박 장관은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례를 들어 "유해성이 증명된 뒤 대처하는 것은 늦어진다는 것을 안다"면서 "빨리 유해성을 검증하되 그 전에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국민에게 경고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기에 사용중단 권고 발표를 냈다. 충분한 유해성이 검증되면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액상전자담배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청원들.
액상전자담배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청원들.

 

궐련담배는 YES, 액상전자담배는 NO?..."정확한 근거 제시" 요구 늘어

일각에서는 이번 권고안을 접한 사용자들 중 일부가 궐련담배로 회귀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미국 FDA와 CDC 모두 권장하지 않는 사항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일반궐련담배와 비교했을 때 액상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제시해달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정확한 정보제공을 요구하는 국민청원도 여럿 등장하고 있다. 30일 기준 액상형 전자담배 청원 중 상위 3개 청원에 동의한 인원수는 2만명이 넘는다.

업계에서도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1월에 나온다는 유해성 조사 결과가 나와야 확실해지겠지만, 현재 정부차원의 권고안은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중지권고의 근거가 되는 미국 사례와 한국 사례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업계와 사용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기 어려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업계 차원에서는 예의주시하며 정부의 방향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효정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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