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4일 2008년 박왕자 씨 피살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개인 관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국민의 (개인) 관광은 결국 통일부 차원에서 그것을 허락할 것인지 안 허락할 것인지의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금강산 관광시설에서 남측 시설 철거를 주문하며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왔다.

정부는 '박왕자씨 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면 해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신변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3대 선결 조건'을 내걸었다.

강 장관은 "박왕자 씨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기존 입장이 재고되거나 변화된 것은 없다"면서 "김 위원장의 금강산 발언 뒤에 담긴 여러 가지 의도를 분석하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김 위원장의 지시를 두고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는데 대한 좌절감, 실망감의 표현이 일정부분 있다"고 평가하며 "우리 국민의 재산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준비하고 대비해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남북대화는 국제사회 제재의 틀 안에서 추진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며 "제재의 틀은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제사회의 총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국제사회의 총의, 신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강산 관광재개를 위해 유엔 안보리나 미국의 판단이 없어도 되느냐는 질문에 "안보리 제재가 굉장히 복잡하다"면서도 "분명한 건 안보리 결의에 개인이 관광 목적으로 북한에 들어가지 말라는 항목은 없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여러 나라에서 북한에 관광하러 들어가지 않느냐"며 최근 미국이 북한에 다녀온 사람들은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를 다시 해석하자면 누군가는 북한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은 안보리 제재가 형식상 개인 관광을 특정해서 금지하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박왕자 씨 피격으로 제기된 신변안전에 대한 우려가 선결돼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통일부 당국자도 "우리 국민의 개별관광은 신변안전 보장에 관한 사안"이라며 "이에 대한 요건이 충족되면 정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려면 실질적으로는 각종 시설 보수를 위한 자재 등이 북한에 반입돼야 하는데, 이 부분이 UN제재 등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