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맥주, ‘골든크로스’ 임박?... 테라 선전에 카스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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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맥주, ‘골든크로스’ 임박?... 테라 선전에 카스 '화들짝'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10.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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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올린 ‘카스’ 출고가격, 원위치 배경 놓고 업계 의견 분분
오비, “주세법 개정과 수입맥주 강세 대응 위한 조치” 선 그어
21일 오비맥주가 카스의 가격을 인하하자, 하이트진로 ‘테라’에 대한 견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 오비맥주가 카스의 가격을 인하하자, 하이트진로 ‘테라’에 대한 견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년 넘게 큰 변화 없이 조용했던 국산 맥주 시장에 큰 파도가 치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 맥주시장의 과반(51.9%, aT 기준)를 점유했던 절대 강자 오비맥주가 대표 브랜드인 ‘카스’의 출고가격을 반년 사이에 올리고 내리고를 반복하며 이상한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오비맥주는 21일부터 카스 브랜드 제품들의 가격을 지난 4월 4일 인상 전의 가격으로 다시 내렸다. 여름 성수기였던 7월 21일에 8월까지 한정적으로 인하한 이후, 이번에는 아예 내년 말까지 인하된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요 편의점의 카스 500ml 판매가격은 2850원에서 2700원으로 인하됐다.

오비맥주는 이번 가격 인하를 두고 “내년부터 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되면 맥주의 국내 생산이 활성화돼 수입제품에 비해 국산맥주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종량세 도입을 촉구하고 국산맥주 중흥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가격인하를 단행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주류업계에서 이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이런 가격 인하에는 하이트진로가 야심차게 내놓은 새 브랜드 맥주 ‘테라’에 대한 견제가 깔려있다고 분석하는 시각이 많다.

하이트진로가 기존 브랜드인 하이트를 대체하는 레귤러 맥주 ‘테라’는 3월 21일 출시됐다. 약 보름 후인 4월 4일 오비는 출고가 인상을 단행했다. 주류 도매상들은 가격 인상 전 최대한 많는 카스를 매입하려고 하기 때문에 ‘사재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테라를 매입할 여력이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오비가 이런 효과를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지난 4월 카스의 가격 인상은 ‘테라’의 붐을 초기부터 차단하기 위함으로 업계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

그러나 ‘테라’는 출시 160일만에 2억병 판매를 돌파하면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 소매점 채널 보다 주점·호프 등 유흥시장에서 먼저 반응이 나타나며 테라를 포함 하이트진로 유흥시장 맥주 판매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유흥시장의 중요 지표로 삼는 맥주 중병(500ml)의 하이트진로 7~8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간 대비 약 96%나 상승한 것이다 특히 소맥의 새로운 트렌드인 ‘테슬라’ 등 참이슬, 진로와의 시너지 효과 및 7월 중순 출시한 테라 생맥주 확대 등으로 하반기에도 판매 가속도는 높아질 것으로 하이트진로 측은 기대하고 있다.

테라와 카스의 서울 주요 지역 식당 9월 점유율 설문 결과[자료=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테라와 카스의 서울 주요 지역 식당 9월 점유율 설문 결과[자료=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이런 유흥업소에서의 테라가 선전하자 일부에서는 이미 유흥 채널에서의 국산 맥주 ‘골든크로스’(1, 2위가 역전되는 상황)가 일어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지난 9월 서울 주요 지역(강남·여의도·홍대) 식당의 주류 점유율을 설문한 결과를 보면 테라의 맥주 시장 점유율(61%)이 카스(39%)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테라의 점유율은 강남 55%, 여의도 74%, 홍대 55%를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김정욱 연구원은 “하이트진로 테라의 서울 주요 상권 점유율이 50% 상회해 긍정적”이라면서, “테라 신제품 효과로 카스가 80% 이상을 점유하던 서울 주요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침투 중이고, 직장인 상권에서 소비자 선호도가 높으며, 서울 중심에서 외곽/수도권으로의 점진적인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오비맥주는 ‘카스’와 ‘테라’의 점유율 차이는 크다고 보고 있다. 닐슨코리아와 aT의 2019년 2/4분기 소매점 매출 현황을 보면, 카스 후레쉬는 약 3065억원을 기록해 하이트의 689억원, 테라의 349억원을 한참 상회했다.

21일 오비맥주 관계자는 “점유율의 차이가 현저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카스의 가격 인하가 테라의 선전을 경계했다는 지적은 맞지 않는다”면서 “국산 맥주끼리의 경쟁을 넘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수입맥주와의 가격 경쟁 및 주세법 개편에 선제적으로 대비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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