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고 싶지 않다”...24시간 인공호흡기 최중증 근육장애인들, 2년째 청와대 침대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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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죽고 싶지 않다”...24시간 인공호흡기 최중증 근육장애인들, 2년째 청와대 침대행진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9.25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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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shouting on the bed’(침대에서 부르짖는 절박한 외침) 캠페인
- 사회복지사업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특례업종 제외 따른 생명권 보장 촉구
...의무적으로 적용된 휴게시간이 고위험 최중증 근육장애인들의 목숨 위협
- 활동지원, 특례업종 제외에 대책 요구했지만 정부 ‘묵묵부답’…‘생명권 보장 TFT 구성’ 촉구

24시간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최중증 근육장애인들이 침대에 누워 “더 이상 죽고 싶지 않다”고 절규하며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까지 행진을 했다.

이들은 장애로 인해 대부분 침대 생활을 하는 근육장애인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직접 침대를 끌고 나왔다.

지난 24일 오후, 2시간에 걸쳐 펼쳐진 ‘제2회 고위험 최중증장애인 생명권 보장 촉구 침대 행진’에는 한국근육장애인생명권보장연대 소속의 100여 명의 고위험 최중증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과 활동지원사들이 함께 했다. 

이날 행진은 근육장애인들의 절박함을 보여주고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shouting on the bed’(침대에서 부르짖는 절박한 외침) 캠페인으로 진행했다.

근육장애인들의 절박함을 보여주고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shouting on the bed’(침대에서 부르짖는 절박한 외침) 캠페인이 24일 청와대 앞에서 열렸다.

사회복지사업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특례업종에서 제외됨에 따라 의무적으로 적용된 휴게시간이 고위험 최중증 근육장애인들의 목숨을 위협하게 되자, 이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게 된 것. 

침대 행진은 지난해 처음으로 대한문에서 사랑채까지 침대 행진을 펼친 데 이어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그와 관련해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해 “장애인의 생존권과 활동지원사를 기만하는 휴게시간 적용 추진을 중단하라”라며 정부 측에 강력히 호소했다. 

근육장애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shouting on the bed’(침대에서 부르짖는 절박한 외침) 캠페인 행진이 진행 중인 모습.

하지만 휴게시간 시행의 ‘유예’조치만 있었을 뿐 근본적인 대책을 정부에서 마련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이날 청와대 사랑채에 도착해 호흡기 근육장애인 당사자와 활동지원사가 나서 자신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근육장애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shouting on the bed’(침대에서 부르짖는 절박한 외침) 행진 모습.

한국근육장애인생명권보장연대 배현우 상임대표는 마이크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청와대를 향해 부르짖었다.

“작년에 침대 행진을 하고 1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에다 묻고 싶다. 그저 살고 싶다는 것이 그렇게 큰 욕심인가? 앞으로 우리 친구들이 몇 명 더 생명을 잃어야 우리들은 생명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또 다른 최중증 근육장애인 홍성혁 씨도 침대에 누워 고위험 최중증장애인들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을 알렸다.

“우리들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줄어든 시간 때문에 활동지원사들의 보수가 줄어든다면 그 어느 누구도 저와 같은 최중증장애인은 맡아서 케어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대책방안이나 예외적인 기준을 둬 기존의 활동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는 정책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최중증 근육장애인들과 24시간 함께 하는 권소영 활동지원사의 호소도 이어졌다.

“제 이용자는 24시간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씹는 기능이 약해서 30분에서 1시간에 걸쳐 식사를 하고, 변도 관장을 통해 몇 시간을 봐야 한다. 식사하는 도중에 휴게시간이라고 멈출 수는 없지 않는가? 근육장애인에게 활동지원사는 생명줄과 같은 존재다.”

24시간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침대에 누워 생활해야 하는 최중증장애인들은 생명권 위협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청와대 시민수석실에 최중증장애인 생명권 보장 정책제안서 전달

이날 행사는 기자회견 후, 현장으로 나온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육성철 국장에게 최중증장애인의 생명권 보장을 위한 정책제안서를 전달하면서 마무리 됐다.

정책제안서에는 TFT 구성을 통해 ▲고위험 최중증장애인 인공호흡기 사망사고 재발대책 수립 ▲인공호흡기, 석션 등 재가 유사의료행위 허용 ▲활동지원 기피현상 해소 방안 마련 ▲최중증 근육장애인 차등수가제 적용 ▲공백 없는 활동지원 서비스 방안 마련 ▲65세 이후 케어 공백 문제 해결 등을 정부가 나서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근육장애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shouting on the bed’(침대에서 부르짖는 절박한 외침) 캠페인 행진 후 모습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정중규 수석부회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부의 신속한 대책을 촉구했다.

“사람들이 장난스레 던지는 돌멩이 하나가 연못에 사는 개구리들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이솝 우화도 있지만, 장애의 개별 특성을 섬세하게 살피지 못하고 펼치는 탁상공론식 정부의 복지행정이 오늘 침대를 끌며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절규하는 고위험 최중증 근육장애인들에게는 생명을 위협받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깊이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이들의 호소에 귀 기울여 하루빨리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마침 국가인권위원회가 만 65세 이상 장애인 활동지원에 대한 긴급구제를 결정했는데, 다른 요구사항도 정부가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펼쳐진 ‘제2회 고위험 최중증장애인 생명권 보장 촉구 침대 행진’은 함께가자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서혜영) 등 17개 장애인단체가 모인 한국근육장애인생명권보장연대(상임대표 배현우)와 한국근육장애인협회(회장 정태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회장 장진순)이 공동주관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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