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의 여름엔 서리가 내리나"... 온라인 시대 '뷰티 거대기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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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의 여름엔 서리가 내리나"... 온라인 시대 '뷰티 거대기업'의 위기
  • 박금재 기자
  • 승인 2019.08.07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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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영업이익 전년 동기비 35.2% 하락해도 오프라인 매장 반발로 쿠팡에서 철수
화장품 매출 40% 차지하던 방문판매의 비중은 2016년 이후 10%대까지 하락
"아리따움은 다양한 기호를 가진 소비자층 공략하기에 부족하다"는 의견 제기돼
아모레퍼시픽 로고.
아모레퍼시픽 로고.

"우리는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지금의 모든 변화를 즐겨야 한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올해 1월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 참석해 한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쿠팡에 자사의 '설화수', '헤라' 브랜드 제품 공급을 7월부터 잠정적으로 중단했다고 6일 밝혔다. 그 이유를 놓고 아모레퍼시픽 측은 방문판매 카운셀러와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쿠팡에 제품 공급을 중단한 것이 유통 트렌드를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파격적 할인가와 편리한 배송을 내세운 온라인 채널이 선전하는 가운데 제품을 원가에 가깝게 판매하는 방문판매 카운셀러들의 반발이 커 아모레퍼시픽의 발걸음이 무거워졌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1964년 아모레퍼시픽이 도입한 '화장품 방문판매제도'는 60년대 아모레퍼시픽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2009년까지도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매출의 40%를 차지하던 방문판매의 비중은 2016년 10%대까지 떨어졌다.

아모레퍼시픽 방문사원 사진.
과거 아모레퍼시픽 방문사원 사진.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뷰티Q'를 통해 상담 서비스를 보강한 새로운 방식의 방문판매로 대응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방문판매 방식 자체의 인지도 자체가 낮아졌고 방문판매를 부담스러워 하는 고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방문판매가 침체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침체된 기업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듯 지난 7월 31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전년 동기대비 영업이익이 35.2% 하락한 2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측은 실적 하락을 놓고 국내 마케팅 투자와 해외 사업 확대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은 사상 최대 2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쿠팡과 같은 온라인 유통채널에서 후퇴하는 것과는 별개로 오프라인에서도 트렌드보다 한 박자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CJ그룹의 올리브영으로 대표되는 H&B(헬스앤뷰티)스토어의 시장 규모는 2014년 7420억원에서 2018년 2조원을 돌파했다. 2018년 말 기준 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1100여개를 돌파했다. 올리브영은 자체 브랜드 개수 뿐만 아니라 다양한 타사 브랜드 제품을 입점시켜 소비자가 가진  선택의 폭을 넓혔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고 있는 화장품 편집숍 아리따움은 2015년에 매출 정점을 기록한 뒤 주춤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품만 판매하는 아리따움은 다양한 기호를 가진 소비자층을 공략하기에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아리따움 live' 강남 매장 사진.
'아리따움 live' 강남 매장 사진.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많은 수의 아리따움 매장을 타사의 화장품 브랜드도 취급하는 편집숍 '아리따움 Live'로 리뉴얼해 공격적으로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아리따움 Live는 100개 이하의 매장 수를 보유해 올리브영과 비교하면 아직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아리따움 Live 매장을 300개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등의 편집숍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한 발 늦게 편집숍 경쟁에 뛰어든 아리따움 Live가 좋은 성적을 내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업의 기둥이었던 방문판매 카운셀러와 끝없이 상생하려 노력하고 있고 오프라인 매장의 침체도 막기 위해 온라인몰 수익을 오프라인 매장과 공유하는 '옴니채널 시너지 프로그램'을 올해 초 도입했다. 어떻게든 전통적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침체를 막으려는 노력을 펼치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의 수익성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수십 년 동안 화장품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아모레퍼시픽이지만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을 지키기에만 급급하다면 금방 왕좌에서 내려와야 할 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6일 아모레퍼시픽 측은 녹색경제신문과의 질문과 답변 과정에서 "옴니채널 시너지 프로그램과 관련해 정확한 수익분배율을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며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을 지키기 위해 힘을 진정으로 쏟고 있다면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옴니채널 시너지 프로그램이 단지 오프라인 매장의 불만을 잠시 잠재우기 위한 생색내기식 방책으로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두에서 말했던 것 처럼 아모레퍼시픽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려워하지는 않더라도 그동안의 경영정책을 살펴보면 유통트렌드의 변화보다 한 발 느린 것은 명백한 것으로 판단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모레퍼시픽이 급감한 영업이익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매출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투자를 펼쳐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리따움 Live의 매장 수를 더 늘리고 그동안 여기저기 분산됐던 마케팅 비용을 온라인 유통채널에 다시 집중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내부 분위기는 영업이익의 악화로 싸늘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앞으로 어떤 경영전략으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금재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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