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뉴스페이스를 쏘아올려라" …코리아 스페이스 포럼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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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뉴스페이스를 쏘아올려라" …코리아 스페이스 포럼에 가다
  • 정홍현 기자
  • 승인 2019.07.2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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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민간기업 우주개발이 대세....우리나라 우주개발, 다른 나라에 뒤처져
나로호 발사당시 상단에 장착된 카메라가 찍은 모습. 뒷쪽으로 지구가 보인다.[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 발사당시 상단에 장착된 카메라가 찍은 모습. 뒷쪽으로 지구가 보인다.[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 18일. 여의도는 가마솥이었다. 장마철인데도 33도에 이르는 불볕더위가 도시를 삼켰다. 숨이 턱턱 막혔다. 여의도 콘래드 호텔로 향하는 발걸음은 뜨거웠다. 땀이 빠르게 이마에 맺혔다. 콘래드 호텔에서 코리아 스페이스 포럼이 열렸다. 승강기를 타고 본행사장이 있는 3층으로 향했다. 행사장 주변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포럼 관계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고 있었다. 각자 작은 목소리로 담소를 나눴는데 이들 목소리가 모이면서 행사장 전체에 울렸다. 포럼 현장은 한여름 더위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코리아 스페이스 포럼 2019’는 달착륙 50주년을 기념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했다. 이번 포럼의 최대 화두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새로운 얼굴(New Face)?'이 아닌 '새로운 우주'였다.

과거 우주산업은 각국의 정부가 주도했다. 냉전 시대 미국와 소련의 자존심을 건 국가간 경쟁도 한 몫했다. 여기에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국가 기밀에 속했기 때문이다. 1969년 7월20일 달 착륙에 성공했던 아폴로 11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한국 스페이스 포럼 2019 단체사진 [사진=과기정통부]
한국 스페이스 포럼 2019 단체사진 [사진=과기정통부]

지금은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우주산업에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저비용으로 혁신적 성과를 추구한다. 이들 목표는 자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이윤 추구다. 스페이스X는 국제우주정거장에 보급품을 수송한다. 블루 오리진과 버진 갤러틱은 우주관광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들 모두 민간기업이다.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이른바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본행사장을 뒤로 하고 기자회견실로 향했다. 나샤르 알 하마디 아랍에미리트(UAE)우주청 국제협력담당관 회견을 듣기 위해서다. 아담한 규모의 기자회견실에는 몇몇 기자들이 앉아 있었다. 예정보다 회견이 늦어졌다. 기자들은 배포 자료를 확인하며 기자회견 시작을 기다렸다. 본행사장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윽고 나샤르 담당관이 입장했다. 나샤르 담당관의 간단한 소개로 회견이 시작됐다.

UAE 우주청은 2014년에 설립됐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내년 1월 화성탐사선 '호프(Hope)'를 발사한다. 아랍 최초의 화성탐사선이다. 탐사선은 2021년 화성에 도착한다. 그 해는 UAE 건국 50 주년이기도 하다. 국가주도 우주개발인데 민간분야 지원도 활발하다. 나샤르 담당관은 “UAE 우주청은 민간기업이 우주산업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전략적 투자 계획, 정책과 법규를 제정해 민간기업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나샤르 알 하마디 UAE우주청 국제협력 담당관 기자회견 [사진=spaceforum]
나샤르 알 하마디 UAE우주청 국제협력 담당관이 기자회견 을 하고 있다.[사진=스페이스포럼]

오후에는 본행사장에서 ‘한국 민간 우주산업의 기회와 가능성’을 주제로 토론이 열렸다. 토론자들은 현재 우리나라 민간기업의 우주산업 수준은 세계선도 기업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데 잠재력은 높다고 진단했다. 박종원 스타버스트 아시아 대표는 “우주분야에서 한국 기업 발전 가능성은 전 세계에서 5위로 평가 받는다”라고 언급했다. 스타버스트는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 민간 우주산업의 기회와 가능성' 토론회 [사진=spaceforum]
'한국 민간 우주산업의 기회와 가능성' 토론회 [사진=spaceforum]

우리나라 민간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인공위성 개발 기업 쎄트렉아이의 박성동 의장은 “쎄트렉아이가 처음 위성을 수출한다고 발표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다”며 “20년 동안 생존이 가능했던 이유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한 점이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뉴스페이스'가 우주개발의 새로운 세계적 트랜드가 될 것이란데 모든 이들이 공감대를 나타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갈 길은 멀다. 러시아 기술진 도움을 받아 나로호를 발사한 이후 우리나라는 자체 기술로 '한국형 발사체'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가 독자 로켓을 확보하면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다. 한국형 발사체를 통해 달 궤도선 발사에 나설 예정이다.

나로호 때는 러시아와, 달 궤도선 프로젝트에는 미국과 손을 잡았다. 우주개발에서 앞선 나라와 손을 잡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기술이전이다. 빠르게 앞선 기술을 습득해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어 그 기술을 민간 기업과 공유하면서 '우주개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게 우리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우주개발 프로젝트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중추 역할을 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 한번 쯤 뒤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뉴스페이스' 시대는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정부, 연구기관, 민간기업 등이 입체적으로 서로 협력할 때 자연스럽게 거둘 수 있는 성과물이다.

이번 포럼을 지켜보면서 머릿속에는 "우리는 언제 달에 가고, 언제쯤 화성 탐사선을 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우리가 만든 로켓에 탐사선이 실려 먼 우주로 떠나는 모습을 조만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홍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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