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총탄도 뚫지 못하는 국내 '타입4 수소탱크' 기술...중국이 호시탐탐 노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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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총탄도 뚫지 못하는 국내 '타입4 수소탱크' 기술...중국이 호시탐탐 노리는 이유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6.2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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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장 최신 '타입4 수소탱크 제작 기술' 보유 못해
수소 관련 기술은 '국가핵심기술'... 중국 시장 진출하지 않을 순 없어 '난감'
현대자동차의 수소차인 '넥쏘'에 탑재된 타입4 수소탱크. 타입4 수소탱크는 현존 수소탱크 가운데 가장 가볍고, 가장 튼튼할 뿐 아니라 가장 높은 압력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 타입4 수소탱크 제작 기술은 한국과 일본, 미국 등만 갖고 있다.

중국이 국내 '타입4' 수소탱크 기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수소탱크는 통 재질과 구성, 강도에 따라 타입1에서 4까지 구분된다. 이 가운데 타입4는 가장 가벼우면서도 가장 튼튼한 수소탱크다. 총으로도 뚫지 못하고, 터지는(폭발하는) 게 아니라 찢어질 뿐이다. 

타입4 제작 기술은 현재 한국과 일본, 미국만 보유하고 있다. 수소버스만 양산해 운행하고 있는 중국은 타입3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수소엑스포'에서 만난 국내 타입4 수소탱크 제작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현재 타입4 수소탱크를 완성차업체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본인들이 아직 타입4 수소탱크를 만들 충분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서 다른 국가 업체들이 들어와 시장 선점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중국도 2021년 전기차 보조금제를 중단하고 수소차 보급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라, 더 안전하고 효율성이 높은 타입4 탱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그 때문인지 중국에서 우리에게 타입4 수소탱크와 관련한 문의를 정말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은 수소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 등의 수소탱크와 이를 탑재한 수소버스 수입을 막고 있다. 반면, 자국 업체엔 차량 1대당 수천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자국 업체에 유리한 게임(보호무역주의)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전기차 관련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전기차 세계 최대 시장일 뿐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은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다.

중국은 대규모 정부 보조금제도와 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경우 중국 로컬 업체와 꼭 합작회사를 설립해야 하는 의무 조항 등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전기차 관련 기술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중국이 2021년부터 전기차 관련 보조금제를 중단하는 것도 자국 전기차 산업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버스(왼쪽)와 중국 지리자동차의 수소전기버스(오른쪽). 중국은 현재 타입4 수소탱크를 탑재한 한국과 일본 등의 수소전기버스 수입을 막고 있다. 

◆ 중국이 중국 시장 진출 조건으로 '중국 로컬 업체와의 합작회사 설립'을 요구하면?

반면, 중국은 자국의 수소차 산업 경쟁력에 대해선 전기차만큼 자신감이 없다.

전기차 보조금제를 2021년엔 폐지하지만, 수소차 보조금제는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아직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하기엔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은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 보급과 수소충전소 1000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중국 자동차공정학회는 2030년 중국의 수소차 생산액이 약 1조 위안(169조35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타입4 수소탱크 제작업체 관계자는 "2021년 이후 중국 수소차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큰데, 그땐 중국 진출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중국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진출해야 하지만, 중국이 외국 자동차업체나 배터리업체에 요구한 것처럼 중국 로컬 업체와의 합작회사 설립 등을 요구하면 난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우려하는 건 중국 로컬 업체와 합작회사를 설립한 뒤에 벌어질 수 있는 '기술 유출'이다. 

위 관계자는 "수소 관련 기술을 국가 지정 핵심기술로 선정한 우리 정부에서도 수소 관련해 가장 난감해하는 비즈니스가 중국과의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에 먼저 진출한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스타일러'를 내놨을 때, 중국 가전 업체들이 혀를 내둘렀다"며 "우리 기업들이 중국 정부가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견뎌내려면 결국 '초격차 기술력'이 답"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 진출을 압둔 국내 기업과 우리 정부가 귀담아들여야 할 조언이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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