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계청, 제안요청서에 없던 조건 요구하며 LG 우선협상지위 박탈 추진...중소기업 50억원대 손실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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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통계청, 제안요청서에 없던 조건 요구하며 LG 우선협상지위 박탈 추진...중소기업 50억원대 손실 위기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06.2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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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 사업계획서에 없는 사항 요구하며 ‘협상 결렬’ 가능성 제시
- 통계청이 요구한 일정에 맞는 제품은 국내 삼성 기종 단 한 대
(왼쪽)LG유플러스가 지난 5월14일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통계청 측에 문의한 메일 내용. 당시 통계청은 "기초조사 관련 300대의 경우 임차로 진행한다"며 문제가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오른쪽)통계청이 6월3일에 LG유플러스와 기슬협상을 시작하며 보낸 요구 사항. 당초 문제가 없었던 '태플릿 사전지원 300대'를 요구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정두용 기자>

통계청이 인구조사 사업에 대한 요구조건을 갑자기 바꾸면서 건실한 중소기업이 50억원 규모의 손실을 초래할 위기에 처해 있어 말썽이 되고 있다. 이 중소기업을 우선 협상자로 선정한 LG유플러스는 지위를 사실상 박탈당했다. 

20일 <녹색경제신문>이 심층 취재한 결과, 통계청이 오는 10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2019년 가구주택기초조사’와 ‘2020년 인구주택 및 농림어업총조사 전자조사용 통신인프라 구축’ 사업이 시작도 전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의 아마추어적 행정 실수로 수개월간 진행해왔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통계청은 2000억원 규모의 해당 사업을 태블릿 PC를 활용해 종이조사표 없이 국내 최초로 진행할 계획이다. 통계청과 조달청은 지난 4월25일 태블릿 PC 공급 및 운영 업체 선정에 관한 사업 공고를 냈다. 단말 보급 및 운영 금액은 110억원이 책정됐다.

이동통신3사는 이 사업내용에 맞춰 제안요청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SK텔레콤과 KT는 단말 파트너로 삼성전자를 선정했고, LG유플러스는 국내 중소 스마트기기 제조사(이하 A제조사)를 선택했다.

조달청은 지난 5월31일 사업평가를 통해 LG유플러스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LG유플러스가 제안한 사업 계획이 비용 절감 측면에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의 의미가 있다고 봤다.

2순위 협상자는 KT, 3순위는 SK텔레콤이다.

LG유플러스는 이에 따라 제출한 사업제안서에 맞춰 A제조사와 함께 태블릿 PC 개발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 

A제조사는 9월까지 1만1765대, 내년 9월에 예정돼있는 인구주택총조사 전까지 1만5874대 공급할 계획이었다. 사업규모는 약 75억5400만원이다.

A제조사는 통계청에서 요구한 단말의 기능을 충족하는 ‘맞춤형 태블릿 PC’ 개발을 7월 중순 마무리해 KC인증과 통신사 인증 절차를 거칠 예정이었다. 이미 시제품은 지난 17일에 나왔다. 통신 모듈 개발도 착수했다. 이미 대다수의 협력업체(2차 벤더)와의 협상도 끝난 상황이다.

통계청, 사업제안서에 없는 내용 제시하며 LG유플러스 우선협상자 지위 박탈 예고

문제는 3일부터 진행된 기술협상 과정(위 사진 참조)에서 발생했다. 통계청이 돌연 LG유플러스가 제출한 사업제안서에 없는 내용을 제시하면서 ‘협상 결렬’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A제조사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업 일정을 맞추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라며 “협상이 결렬되면 50억 규모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칫 잘못하면 회사가 휘청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갑작스럽게 일정을 바꾸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모두 죽으란 소리”라고 토로했다.

통계청이 LG유플러스 측에 제시한 요구 사항은 크게 네 가지다. ①시험조사용 태블릿 PC 300대 사전 지원 ②KC인증 등 필요한 인증서 제출 ③MDM(보안 프로그램) 개발용 단말 API(프로그램 제작 함수) 제출 ④범용상태의 태블릿 PC 4대 납품 등을 충족해야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고 전달했다.

모두 완성품이 나와야 가능한 항목이다. 9월 납품을 계획하고 있는 A제조사 입장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소식인 셈이다. 

통계청이 난데없이 요구한 조건을 충족한 제품은 삼성전자 모델이 유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통계청이 인구 조사에 필요한 기능적 조건을 충족하면서 6월 중 사전 테스트용으로 제출이 가능한 테블릿 PC는 사실상 국내에 단 한 모델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A 10.5'(LTE모델ㆍSM-T595)만이 통계청이 갑자기 요구한 사항에 충족한다.

삼성전자 '갤럭시탭A 10.5' LTE모델(SM-T595). <삼성전자 제공>

조달청에서 검토가 완료된 LG유플러스의 사업제안서에 없는 내용과 일정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게 태블릿 PC 업계의 의견이다.

실제로 통계청은 5월 중순부터 진행하고 있는 가구주택기초조사 시범예행 기간에 삼성전자의 단말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서동훈 통계청 사무관(인구총조사과)은 이에 대해 “특정 업체를 염두하고 기획한 사업이 아니다”며 “시험예행에 삼성전자 단말이 사용된 것은 우선협상 사업자가 늦게 선정돼 일정상 불가피하게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기술협상 과정에서 LG유플러스에 전달한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사업이 중대하고 전문성을 요해 사전에 위험요소를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조치이고, 4월에 통신업체에 전달한 제안요청서에 따른 것”이라며 “이번 인구 조사 사업에서 태블릿 PC의 중요성이 높아 사전에 테스트를 꼭 거쳐 미비한 점에 대해 보완할 수 있는 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말바꾸기..."시범용 단말기는 별도 임차하겠다"=>"테스트 급하니 당장 가져와라"

LG유플러스와 A제조사의 입장은 다르다. LG유플러스는 사업제안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미 통계청 측에 5월 중순에 예정돼 있는 가구주택기초조사 시범예행에 필요한 단말 납품 여부를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협상자 선정이 5월31일로 밀려, 앞서 진행한 시범예행에 필요한 태블릿 PC 제공 여부를 미리 타진해 사업계획을 수립한 셈이다. 당시 통계청은 구두와 서면을 통해 “가구주택기초조사 시범예행과 관련된 단말은 임차를 통해 진행할 것”이라는 의사를 LG유플러스 측에 전달했다.

따라서 통계청이 기술협상 과정에서 제시한 ‘시험조사용 태블릿 PC 300대 사전 지원’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 LG유플러스와 A제조사의 입장이다. 이들은 임차를 통해 시범예행이 진행돼 9월에 완성품을 납품한다는 계획은 이상이 없다고 봤다.

각종 인증서와 API, 범용상태의 태블릿 PC 제출도 마찬가지다. A제조사는 당초 예정 기간 안에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A제조사 고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상황을 보면, 해당 요건을 모두 만족해 9월 납품에는 문제가 없다”며 “이미 기능적 조건을 충족하는 시제품을 통계청에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이 지난 4월 통신업체들에 전달한 사업 제안요청 중 일부. 해당 표는 태블릿 PC의 기능요청 사항에 관한 내용이다. <자료제공=통계청>

그러나 통계청은 여전히 ‘사업의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서동훈 사무관에게 LG유플러스 측에서 제안한 사업 계획 일정으로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 하냐고 묻자 “그럴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 사무관은 “9월에 단말이 나올지도 의문이지만, 그때 가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국가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정을 연기하면서 위험성을 떠안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계청의 설명은 납득할 수 없다”며 “처음부터 6월에 완성품을 테스트하겠다는 내용을 명확하게 사전 공지했어야 옳다. 이제 와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면 관련 업체들의 손실은 누가 책임지느냐”라고 지적했다.

A제조사는 코스닥에 상장돼 있을 만큼 그간 시장에서 기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아왔다. 통계청의 갑작스런 입장 변경에 국내 굴지의 중소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계청에서 이번에 진행하는 인구 조사 사업은 5년에 한 번 진행하는 국가 규모의 사업이다. 당장 다음 주부터 인구주택총조사의 제3차 시험조사가 예정돼 있어, 본 조사에 들어가기 전부터 논란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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