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은행권...사회책임경영 전성시대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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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은행권...사회책임경영 전성시대 이끈다
  • 황동현 기자
  • 승인 2019.05.22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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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왼쪽부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착한기업이 정답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착한 기업으로의 변신은 쉽지 않다. 또 그런기업에 투자하거나 고객의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실천하기도 쉽지 않다.

내노라 하는 글로벌회사이지만 사회책임을 외면하는 기업들을 찾는건 어렵지 않다. 배기가스 조절장치를 조작한 독일 폭스바겐이나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자를 낸 영국 옥시레킷벤키저사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사회책임경영은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을 고려하는 경영 접근 방식을 말한다. 

근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기조가 확산되고 있고,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ESG 경영과 관련 금융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대한항공 오너일가 갑질 사건,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개입과 고배당요구 등으로 사회책임투자(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분위기를 확산시켰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확산에 이어 업계 안팎에서도 기업 ESG 정보 공개 강화 방안이 논의될 정도로 ESG는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금융권은 2년전 현정부 출범 즈음해 공기업들을 중심으로 녹색채권 발행이 줄을 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주요 금융회사들의 스튜어드십 코드도입과 함께 ESG채권발행이 대폭 증가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해 3월에 4억달러규모 그린본드를 발행한데 이어 같은해 5월 산업은행은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원화표시 그린본드 3000억원을 발행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같은달 아시아 최초로 3억달러규모의 워터본드를 발행했다.  

현 정부가 친환경과 중소·벤처기업 성장,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강조하고 있어 국내 ESG 경영과 금융시장이 활성화되는 촉매제가 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국내 주식 직접운용에 ESG를 고려한 책임투자를 적용했고, 장기적으론 국내 위탁자산 30% 수준까지 이를 늘릴 계획이다.

한국투자공사(KIC)도 올해 해외투자기업을 선정할 때 ESG 원칙에 어긋나는 기업은 투자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투자를 중단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 앞으로는 ESG 원칙에 어긋나는 국내 기업은 점차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투자의사 결정 시 ESG를 고려하도록 하는 유엔 PRI(책임투자원칙) 협약에 동참한 기관은 전 세계 2300여곳,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 총액은 약 90조달러에 이른다. 

산업은행, 녹색기후기금 국내 첫 이행기구... 지난해 부터 1조 원대  ESG 채권 발행

<녹색기후기금 홈페이지 갈무리 >

산업은행은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의 국내 첫 이행기구로서 지난 2016년 12월 녹색기후기금 인증을 획득했고, 2017년 1월 적도원칙(The Equator Principles)에 가입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환경·사회 위험관리정책을 선제적으로 적용, 지원 사업이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고 환경적 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13일 4000억 원 규모의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을 발행했다.

이번에 발행한 채권은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사업 자금조달을 위한 녹색채권과 일자리 창출 등 사회문제 해소사업 자금조달을 위한 사회적 채권을 결합한 채권이다

산업은행은 작년 국내 최초 원화 녹색채권 3000억 원과 사회적채권 3000억 원을 발행한 데 이어서 올해 원화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이로써 산업은행은 총 1조 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해 금융의 사회적 책임 이행과 국내 ESG 채권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도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경제·환경·사회의 균형 성장을 추구하는 지속가능 금융을 실천함으로써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이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ESG채권 발행 증가가 일시적인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환경·사회 개선 및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작년에 산업은행이 녹색채권, 사회적 채권을 발행하고 난 뒤로 시중은행, 여신금융회사들이 계속해서 이러한 기조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활성화되지 않았던 채권이 계속 발행되는 걸 보면 장기적인 현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적도원칙' 프로세스 구축 착수...사회책임경영위원회, 사회책임경영 앞장

신한은행은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적도원칙' 프로세스 구축에 착수한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소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적도원칙 프로세스 구축 Kick Off’행사에서 신한은행 경영기획/소비자보호그룹 주철수 부행장(사진 좌측 세번째), 디엔브이지엘 코리아(DNV-GL Korea) 이장섭 대표이사(사진 좌측 네번째) 및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신한은행)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이란 대규모 개발사업이 환경 훼손이나 해당 지역 인권침해와 같은 환경 및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경우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자발적인 행동협약이다. 주로 열대 우림 지역의 개발도상국가에서 시행돼 적도원칙이라고 불리며 세계 37개국 96개 금융회사가 가입해 있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경영기획·소비자보호그룹, GIB그룹, 대기업그룹, 기업그룹, 여신심사그룹, 리스크관리그룹 등 모든 유관 부서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8월 그린본드(녹색채권)와 올해 4월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는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의 사회책임투자(SRI)에 앞장서고 있다"며 "적도원칙 프로세스 구축을 통해 글로벌 금융기관과 나란히 지속가능금융을 선도하는 금융회사로 발돋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5억달러 규모의 ESG 채권 발행에도 나설 계획이다. 구체적인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발행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채권발행으로 확보한 재원을 친환경 사업 뿐 아니라 핀테크 사업 지원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International Capital Market Association)가 제정한 ‘지속가능채권 가이드라인(Sustainability Bond Guidelines)'에 부합하는 내부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외부전문기관으로부터 사전 검증보고서를 취득해야 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5년 사회책임보고서를 발간한 이래 이사회 산하 사회책임경영위원회 운영과 2020 CSR(사회공헌활동) 전략 수립, 글로벌 이니셔티브 참여 등 사회책임경영에 앞장서 왔다는 게 신한금융 측 설명이다. 

작년 10월엔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 경제 전환에 앞장서기 위한 그룹차원의 친환경 경영비전인 '에코 트랜스포메이션 2020' 선포를 통해 2030년까지 녹색산업에 20조원을 투자 및 지원하고, 온실가스를 2012년 대비 20% 절감하는 탄소경영을 본격화 하고 있다.

 

KB금융, 2017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국내은행권 최초 달러화 지속가능채권 발행

KB금융은 지난 2017년말 KB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지난해 1분기중 KB국민은행, KB증권, KB인베스트먼트, KB생명보험, KB손해보험 등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국민은행은 의결권을 효율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실무협의체로서 운용전략위원회 산하에 의결권행사심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불특정금전신탁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올해 처음으로 주요기업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에 나서는 등 향후 활약이 기대된다.

또, 국민은행은 지난해 8월 3억 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 발행에 성공했다. 국내은행권 최초로 발행된 달러화 채권으로 글로벌 투자자 반응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국민은행은 조달 자금을 총 15개로 구성된 환경·사회적 분야에 사용하고, 이 기반을 토대로 외화와 원화 ESG 채권 발행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또 올해 1월에는 4억5000만달러 규모 10년만기 후순위 지속가능채권 발행에도 성공했다

2001년 통합 KB국민은행 출범 이후 최초의 외화 후순위채권 발행으로 국내에서 지속가능채권 형태로 발행한 최초 외화 후순위채권이다. 

KB국민은행의 대표적 사회공헌 프로그램 'KB굿잡 취업박람회' 에서 지난해 KB국민은행 허인(오른쪽) 은행장이 구직자들을 격려하는 모습. <사진=KB국민은행 제공>

그리고, KB금융지주는 청년 구직자의 고용 활성화와 중소·중견기업 구인난 해소를 위한 프로젝트를 2011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청년 구직자와 예비전역 장병들을 대상으로 취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중소기업들과 함께 취업박람회와 컨설팅 등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연 5회 진행중이다. 

 

하나금융, 올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사회공헌위원회, 사회책임역할 적극적 행보

하나금융은 지난3월 그룹 내 거래 고객의 이익향상과 투자대상기업의 중장기적 기업가치 상승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부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위해 주요 자회사를 대상으로 내부 운용체계와 투자대상별 특성 등을 점검해 왔으며,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자문을 받아왔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는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생명,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벤처스 등 5개 회사가 참여하며, 하나벤처스는 참여예정기관으로 등록 신청했다. 하나금융 합작투자회사인 하나UBS자산운용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이미 참여 중이다.

하나금융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해 고객 자산의 수탁자로서 자산관리 업무를 보다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기관투자자로서 최근의 책임투자 이행활동의 확산추세에 따라 다양한 주주활동 추진도 병행할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7월 사회공헌 자문기구인 사회공헌위원회를 발족했다.(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또, 하나금융은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초빙, 사회공헌위원회를 발족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 7월 발족한 하나금융그룹의 사회공헌위원회는 박승 전(前) 한국은행 총재를 위원장으로 5인의 외부전문가와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안영근 하나금융지주 사회공헌 담당 임원 등 분야별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됐다.

단순히 성장성과 수익성 위주의 단편적인 재무정보를 투자 기준으로 삼던 시대가 지나고, 기업의 인식을 좌우하는 비재무적인 위험 관리가 강조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사회책임경영과 투자는 국내 연기금이나 대형 자산운용사 위주의 관심을 넘어서 이와같이 금융회사와 기업체 전반으로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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