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왜 사회책임투자 인가?...기업가치 개선, 주가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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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왜 사회책임투자 인가?...기업가치 개선, 주가도 상승
  • 황동현 기자
  • 승인 2019.05.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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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사회책임투자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사회책임투자는 포트폴리오 선택 및 관리에 있어 재무적 요소 외에도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는 투자 접근 방식을 말한다. 

기업이익 창출이 크더라도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거나, 고용관계상 문제가 있거나,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거나 뇌물·부패 관련 등 이슈가 있는 기업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해 속칭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주주가 의결권을 활용해 기업 경영진에게 사회적 책임 활동을 제안하거나 ESG 지침에 따르도록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략도 포함한다. 

배기가스 조절장치를 조작한 독일 폭스바겐과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자를 낸 영국 옥시레킷벤키저 사건이 대표적으로 사회책임을 저버린 사례들이다. 시민의식이 성숙해졌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발달하면서 비재무 요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이 지난 2009년에 UN PRI에 가입한 이후 지난해 대한항공 오너일가 갑질 논란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방침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관심을 기폭제로 그 어느때 보다 관심이 높은 상태다.

특히 올해 기업들의 주총에서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 등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있었고 주주제안 안건이 잇따라 부결되긴 했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주주활동 문화가 점차 활성화될 것을 점치고 있다.

지난 3월 22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정기 주총에서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제안한 총 8조30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이사회 측이 제안한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또,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100여개 상장사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주총 전에 미리 공개했다. 예상과 달리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모든 안건이 주총을 무사히 통과했다.

그러나, 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면서도 걱정의 끈을 놓지 못했다. 국내 자본시장에 적극적인 주주활동 기류가 조성된 이상 이번 주총 시즌과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반복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기관들은 앞다퉈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에 이어 올해는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한국투자공사 등이 책임투자 행보를 본격화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KTB자산운용 등 민간 자산운용사도 이른바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잇달아 출시했다.

지난 3월27일 개최한 대한항공의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건이 참석 주주 중 64.1%만의 참석을 얻어 부결됐다.

특히, 지난 3월 27일 개최된 대한항공의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건이 참석 주주 중 64.1%만의 참석을 얻어 부결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지난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 취임한 이후 20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연임안 부결 소식에 주가가 상승하는 것과 관련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이행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같이 주주 행동주의와 사회책임투자의 위력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재계에서는 기업의 장기 성장성보다 단기 이익을 더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난립을 계속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선 주주 관련 정책을 점검하고 좀더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총 시즌은 많은 대주주에게 주주 관련 정책을 점검하는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배당 확대, 이사회 독립성 제고 등을 통해 지주사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기업가치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한국금융투자협회(회장 권용원)는 UN 산하 책임투자원칙 기구(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와 공동으로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금융시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책임투자 동향을 점검을 통해 국내 사회책임투자 확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UN산하기구인 PRI(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서는 전세계 약 2,300여개 자산운용사, 수탁기관 등이 서명했으며, 이들의 운용자산 총액은 약 90조 달러. 주요 서명기관으로는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 일본 공적연기금(GPIF) 등이 있으며 국민연금은 지난 2009년 서명했다.

자료=UN PRI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로렌조 사(Lorenzo Saa) PRI 이사는 "전 세계 학회의 2000여개 넘는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63%가 ESG(비재무적 요소,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투자에 편입했을 때 투자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패널 세션에서는 사회책임투자가 수익률 측면에서도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최영권 하이자산운용 대표는 "MSCI WORLD INDEX ESG 리더스 지수는 과거 13년 동안 연평균 0.75%씩 알파 수익률(벤치마크 지수를 상회하는 추가 수익률)를 내왔다"며 "글로벌 트랜드인 책임투자가 한국에서도 싹을 피울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2017년 5월 액티브 펀드로 공모형 사회책임투자 펀드를 출시하고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KRX ESG 리더스 15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는 등 사회책임투자 국내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레인(Elaine Ng) MSCI 리서치팀 이사는 "ESG 순위가 높은 기업이 낮은 기업보다 훨씬 성과가 좋았다. 또, ESG 순위가 낮은 기업의 경우 주가 폭락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말하면 ESG 순위가 높은 기업은 동종기업과 비교했을 때 원자재 가격 규제 등 운영환경과 규제 환경이 변화에도 높은 적응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사회책임투자 전략은 리스크 관리 중심이던 1세대 전략에서 일반 투자 범주 내에서 초과 수익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아울러,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은 증시가 약세를 보일 때도 주가가 덜 떨어지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정한욱 연구원이 지난달 28일 내놓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에 따른 보유기간 수익률의 차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의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았다. 

이는 기업지배구조원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평가하는 68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주가수익률을 비교한 결과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사회책임투자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아직 턱없이 미흡한게 사실이다. PRI에 가입한 국민연금 조차도 아직 제대로 된 방향을 못잡고 있다.

지난 8일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 김광수 의원(민주평화당), 기업과인권네트워크가 공동으로 개최한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어디로 가고 있나’ 토론회에서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에 대해 “철학, 정책, 가이드라인, 전략이 없다”고 비판했다

자료=UN PRI

우리나라는 UN PRI에 서명한 기업들이 다른나라에 비해 아직 절대적으로 적다. 가입기업이 일본이 70개가 넘고 홍콩과 중국이 각각 30개, 2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말레이지와 함께 10개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15년 사회책임투자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KRX ESG Leaders 150지수를 발표했다. 또, 지난 2017년에는 KRX ESG 사회책임경영지수도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 크게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근래 환경문제와 사회적 책임관련 기업공시 의무화 방안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갈수록 기업의 환경문제와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점에 사회책임투자의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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