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착한 기업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오뚜기와 풀무원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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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착한 기업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오뚜기와 풀무원의 비결은?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05.1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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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함태호·풀무원 원경선, 두 거인의 그림자... 대를 이어 내려오는 착한 기업의 DNA

우리 모두는 착한 기업을 좋아하고, 모든 기업은 착한 기업이 되고자 원한다. 어떠한 기업도 스스로 블랙 기업이길 원하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그중에서 소비자들의 뇌리 속에 ‘착한 기업’으로 남아있는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착한 기업은 마케팅에서도 큰 덕을 본다. 압도적인 점유율이 아니더라도 ‘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라면 믿고 살 수 있다’는 믿음은 별다른 이벤트나 홍보 없이도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착한 기업으로 소비자들의 뇌리에 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은 것처럼, 착한 기업도 지난한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이 스스로 그 기업의 미담을 찾게 만드는 경지에 이를 때, 비로소 모두가 인정하는 착한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식품 부문에서 오뚜기와 풀무원이 바로 그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기업들이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갓뚜기’로 칭해지는 오뚜기와 ‘바른먹거리’로 유명한 풀무원이 ‘착한 기업이 아니다’라는 말이 다수의 동의를 받기는 쉽지 않다.

오뚜기와 풀무원이 ‘착한 기업’으로 인식되는 데는 창업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행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왼쪽부터 고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과 고 원경선 풀무원농장 원장.

오뚜기와 풀무원이 착한 기업으로 불리는 데는 창업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이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먼저 오뚜기는 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지속적인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을 해 왔다. 1996년 함 명예회장의 사재를 털어 설립한 장학재단은 현재 900여 명의 학생에게 60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또 함 명예회장은 심장병 어린이들에게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였다. 1992년부터 한국심장재단을 통해 심장병 어린이들을 후원하고 수술비를 지원해왔다. 후원받는 어린이들의 편지에는 꼭 답장을 하며, 어린이들의 건강을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함 명예회장의 이어지는 선행은 오뚜기를 ‘갓뚜기’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했다. 특히 고용 안정화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기 전부터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는 지론에 따라 오뚜기는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왔다. 또 역도선수 장미란을 계속 후원하면서도 그 사실을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중에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풀무원의 사실상 창업자인 故 원경선 풀무원농장 원장의 걸어온 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풀무원은 원경선 원장이 운영하던 유기농법 풀무원농장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풀무원은 풀무원농장의 농작물을 강남에서 판매하던 식료품점을 운영하던 원 원장의 아들 원혜영(현 국회의원)과 그의 친구 남승우에 의해 1981년 창립됐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원경선 원장은 “내가 먹을 만큼만 남기고 다른 사람과 나누면 굶주리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철학으로 평생 ‘기독교적 공동체 정신’을 구현했다. 1955년 경기도 부천에 빈 땅을 개간해 집단농장을 건립했다. ‘쇠가 풀무질을 통해 쓸 만한 농기구가 되듯이 먹을 것이 없어 농장을 찾은 빈민들을 세상에 유용한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농장 이름을 풀무원으로 정한 것이 풀무원의 시작이다.

원경선 원장은 대한민국 유기농의 아버지로 불린다. 유기농의 개념조차 없던 시절 화학비료와 제초제 사용을 ‘간접 살인’이라고 생각했던 원 원장은 철저한 무공해 농법으로 ‘생명존중’을 실천했다.

오뚜기의 함태호, 풀무원의 원경선. 이 두 거인의 삶의 궤적과 철학은 대를 이어 DNA처럼 해당 기업에 각인됐다.

굿윌스토어 송파점에서 진행되는 오뚜기 임가공 작업 모습.

함태호 명예회장 사후 기업을 승계한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15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성실히 완납하며 당시 재계에 만연했던 상속세 꼼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또 함 회장은 선친의 기부 철학을 이어가는 것을 넘어 장애인 일자리 제공이라는 새로운 사회공헌에 나서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 2012년부터 장애인 학교와 장애인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밀알재단의 ‘굿윌스토어’와 ▲오뚜기 선물세트 조립 작업 임가공 위탁 ▲굿윌스토어 매장 오뚜기 제품 기증 ▲오뚜기 물품나눔캠페인 진행 ▲임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 등 4가지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굿윌스토어는 기업과 개인에게 생활용품이나 의류 등의 물품을 기증받은 후 장애인들이 잘 손질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선물세트 임가공은 단순히 후원금을 기부해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스스로 일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서 자립을 돕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회공헌활동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풀무원의 바른먹거리 교육 모습.

풀무원은 오너인 남승우 회장이 2017년 은퇴하며, 가족 승계 없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후임 CEO는 풀무원 1호 사원이었던 이효율 대표가 맡았다. 풀무원은 창업주 원경선 원장의 생명존중 뜻을 더 발전시켜 ‘바른 먹거리’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꾸준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풀무원의 대표 사회공헌활동인 ‘바른먹거리 교육’은 우리 사회의 올바른 식생활 문화 확립을 위해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식습관을 알려주는 조기 식생활 교육 캠페인이다. 어렸을 때 입맛이 평생 건강이 되는 만큼 바른 식습관을 교육하는 일이 식품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2010년 시작했다. 특히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보편적으로 시행해 왔던 먹거리 교육을 국내에 선진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오뚜기와 풀무원이 소비자들의 칭송과 사랑만 받았던 것은 아니다. 최근 오뚜기는 ‘갓뚜기’라는 별칭에 걸맞지 않게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고, 지난해 풀무원은 학교 급식 식중독 사태로 홍역을 치루기도 했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이 두 기업이 창업 후 수 십년 간 보여준 사회공헌의 진정성을 여전히 믿고 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들 기업들이 창업주의 철학을 이어가고 더욱 발전시키며 두 거인의 그림자를 넘어 ‘착한 기업’의 이름에 어울리는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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