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자구계획안' 거부 '박세창 승계도 불가'...유동성·경영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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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자구계획안' 거부 '박세창 승계도 불가'...유동성·경영권 위기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4.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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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금호고속 지분 4.8% 내놓고 5000억 지원하라는 것이냐"...유동성·경영권 위기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앞날은 '시계 제로'인 상황이다.

박삼구 전 회장이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에 경영권을 승계하려던 계획도 위기에 처하게 됐다.

채권단은 앞으로 3년 내에 경영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팔겠다는 박삼구 전 회장의 회생안을 불과 하루 만에 돌려보낸 것이다.

11일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은 "10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회의를 소집하여 금호그룹측이 제시한 자구계획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제1금융권 9개 은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업은행은 "금호측의 자구계획에 대해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되며, "이번 자구계획 하에 금호측이 요청한 5,000억원을 채권단이  지원한다 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향후 채권단의 추가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산업은행은 "이러한 채권단 회의 결과를 금호 측에 전달하고,채권단과 긴밀히 협의하여 향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삼구 전 회장(좌),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한편, 채권단은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된다”는 결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모든 것을 다 내놓았다”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입장과 온도차가 크다.

채권단 한 인사는 “산업은행이 채권단 회의를 통해 자구계획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다”며 “대부분 채권은행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채권단이 지적한 건 실질적인 회생안이 없다는 것이다.

박삼구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가진 금호고속 보유지분 4.8%(13만3900주)를 추가 담보로 제공하는 것 외에는 내놓은 게 없다는 얘기다.

금호고속은 비상장회사라 주시가치를 정확히 따지긴 어렵지만 자산가치와 향후 3년간 수익가치를 합산해 평가해 보면 200억원 전후가 될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200억원 내놓고 자구안으로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 받고 3년의 시간을 벌겠다는 게 박 전 회장의 계산이라는 냉정한 관측이다.

박 전 회장이 향후 경영 복귀는 없다고 못 박은데 대해서도, 3년 안에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될 경우 사실상 복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채권단, 3년 안에 아들에게 승계도 불가…박삼구-박세창 오너 일가 퇴출 압박

금융당국 입장도 채권단과 같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또 3년의 시간을 달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봐야 한다”며 “아시아나항공이 그동안은 시간이 없었냐”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박 전 회장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채권단이 판단할 때 자구계획안이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 것인지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년의 시간을 달라고 한데 대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은 어떻게 보면 30년의 시간이 있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박 전 회장이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한다는데 뭐가 다르다는 건가”라며 “채권단이 결정할 때 기준은 대주주의 재기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운명이 '시계 제로'의 먹구름 난기류를 만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예상 밖의 강한 거부에 당황하고 있다.

채권단의 입장을 확인한 직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긴급 회의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채권단의 구체적인 지적 사항을 파악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3년으로 제시한 약정 기간을 줄이고 구조조정 강도를 더 높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제는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으로 경영권 승계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박삼구 전 회장은 3년 내 경영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을 M&A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시간 끌기용'이란 비판도 거세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과 1년 단위로 MOU를 맺어 왔는데 3년으로 기간을 늘리면 각종 정치적인 요인이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이나 그 이후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호남' 기업인 금호아시아그룹이 정치적인 이슈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다시 자구안을 세워야 한다. 시간이 없다. 과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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