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박삼구 회장에 이어 아들 조원태·박세창 '닮은꼴 운명'...동갑 '3세 경영', 혹독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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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박삼구 회장에 이어 아들 조원태·박세창 '닮은꼴 운명'...동갑 '3세 경영', 혹독한 시험대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4.16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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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항공사 라이벌의 기구한 역사...아버지에 이어 두 아들도 도전과 역경 앞에 놓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한 와중에 항공업계 양대산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펼쳤던 두 날개도 접혔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비슷한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묘하게 두 가문의 운명이 오버랩되고 있다. 

두 가문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시련 마저 '닮은 꼴 운명'이 세간에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의 사재출연을 포함한 자구계획안이 채권단에 의해 거부되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매출의 60% 수준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사실상 재벌그룹 명단에서 사라지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60위권의 중견기업으로 전락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에서 "구주 매각 및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한 아시아나항공 M&A를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대우건설 인수 후 13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룹의 핵심인 아시아나항공마저 사라지는 셈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두 항공사의 최대주주이자 오너가 하루 차이로 대표이사직을 내놓았다.

고 조양호 회장과 박삼구 전 회장의 비슷한 길...국적 항공사 라이벌, 흥망성쇠도 유사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좌),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3월 27일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사내이사 연임이 무산되면서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퇴출됐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인 28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아시아나항공 거래정지 등 파문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퇴진을 발표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잃었다.

고 조양호 회장과 박삼구 전 회장, 두 사람 모두 운수업을 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았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그룹의 수장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두 사람은 4형제라는 점도 똑같다. '형제의 난'을 겪은 것도 유사하다. 

그리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경영권을 내려놓게 된 것까지 닮았다.

두 그룹은 역사도 유사한 모습다.

대한항공은 고(故) 조양호 회장의 부친이자 그룹 창립자 조중훈 회장이 1945년 설립한 한진상사가 모태다.

한국전쟁 직후 인천에서 미군 화물 수송을 시작으로 수송·여객업을 시작한 한진상사는 69년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며 종합운송기업으로 발전했다. 

1974년 입사한 조양호 회장은 아버지 조중훈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2003년 한진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이후 2005년 4형제는 6년 간의 소송전을 겪고 갈라진다.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을, 2남 조남호 회장과 3남 조수호 회장은 각각 한진중공업과 한진해운을 물려받았고, 4남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금융을 맡았다. 

그런데 고 조양호 회장 별세 이전부터 한진가(家) 형제들은 차례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조수호 회장의 한진해운은 파산했고,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의 경영권을 잃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역사는 흥망성쇠의 연속...아직도 끝나지 않은 시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라이벌이면서도 기구한 운명이 닮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고속성장과 몰락의 길을 걸었다. 1946년 중고 택시 2대로 운송업을 시작한 창업주 고(故) 박인천 회장은 고속버스와 운송업으로 성장했다.

박삼구 전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도약한 건 전두환 정부 시절 제2민항 사업자에 선정되면서였다. 1988년 서울항공이란 이름으로 법인을 세웠지만 취항 직전 아시아나항공으로 이름을 바꿨다. 

1967년 금호타이어에 입사한 박삼구 회장은 84년 부친이 세상을 떠나면서 본격적인 2세 경영에 나섰다. 

한진그룹처럼 금호아시아나그룹 몰락의 전조는 형제간 싸움으로 시작됐다.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해 사세를 키웠지만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 였다.

대우건설 매각을 제안한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갈등을 빚었다. 형제간에 오간 송사만 10건이 넘는다. 

그런데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인생도 묘하게 겹친다.

조원태 사장과 박세창 사장은 1975년생으로 동갑내기다. 둘 다 장남이다. 

두 사람은 일찌감치 3세 경영 후계자로 결정됐다. 두 사람은 2000년대 초반 아버지 회사에 각각 입사했다.

'75년생 동갑내기' 조원태 사장과 박세창 사장...3세 경영 시련 딛고 '그룹 재도약할까'

박세창 사장은 금호가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조원태 사장은 한진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미래 항공 업계를 이끌 3세 경영인으로 낙점됐던 것. 

조원태 사장과 박세창 사장은 20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알짜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일부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상당한 성과도 있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좌),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심지어 하루 차로 퇴진한 아버지 때문에 갑작스레 경영 전면에 나서야 하는 예상치 못한 운명까지 서로를 닮았다.

재계 관계자는 "조원태 사장과 박세창 사장은 75년생 모임에서 자주 만나는 친구 사이"라면서 "일부에서는 75년생 재벌 3세들로서 그들의 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 스트레스를 고려하면 그들이 처한 현실에서 상당 부분은 이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올해 각각 입사 17년, 16년차다. 금호가와 한진가의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했다. 성장과 위기를 거듭하는 동안 경영수업은 혹독했다.

박세창 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하며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라서던 때를 경험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26조원이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최고 부흥기였다.

영광의 시기는 순간이었다. '승자의 저주'란 말이 금호가의 꼬리표가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한 후 부채에 시달리며 다시 매각해야 했다.

그룹의 양대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은 워크아웃까지 몰렸다. 재계 순위 7위에 오른 지 불과 1년도 안돼 그룹은 크게 몰락했다. 

조원태 사장은 형편이 좀 나았다. 한진그룹은 2000년대에 내실 경영에 중점을 둠으로써 사세 확장에 따른 리스크는 없었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파산은 뼈아픈 교훈이었다. 한진해운은 세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국내 유일 선사였다. 2008년 리먼사태 여파로 해운업 불황이 시작됐다. 한진해운은 지난 2017년 창립 40년 만에 파산했다. 

조원태 사장이 대한항공 사장에 오른지 불과 한달만의 일이다.

이제 두 사람은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서야 한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다시 부활시킬 지 아니면 몰락의 길로 갈 지는 두 사람의 능력에 달렸다. 

박세창 사장은 사장 취임 2개월 만에 그룹내 정보기술(IT) 계열사 아시아나IDT를 상장시킨 데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통매각'에 따라 아시아나IDT도 매각될 위기다.

박세창 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을 행사하지도 못하고 금호산업과 금호고속만 남는 재계 60위권대 중견기업을 맡게 되는 셈이다. 

조원태 사장은 조양호 선대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한진그룹을 다시 도약시켜야 한다. 

조 사장이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에는 대한항공 영업이익이 1조1208억원을 기록한 적이 있다. 창사 이래 최대였던 2010년에 육박한 것.

하지만 두 사람의 업적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그룹 총수인 아버지 후광효과로 보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은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박세창 사장은 몰락한 금호그룹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조원태 사장은 이제 홀로서기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상속세를 비롯한 경영권 확보까지 난제 해결이 시험대다. 

리더십이나 기업문화도 바꿔야 한다. 

기존 권위주의와 카리스마에 의한 수직적 리더십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조원태 사장은 가족에게 드리워진 '갑질'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 박세창 사장도 '기내식 논란'과 결별하고 수평적 리더십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래도 두사 사람은 조직문화를 이끄는데 있어 아버지 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다. 

40대 젊은 경영인 답게 유연하게 대화와 소통을 통한 경영에 다가서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박세창 사장은 근무복장을 자율화했다. 조원태 사장도 격식이나 의전은 배제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시련은 세간의 곱지않은 시선이다.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는 두 사람이 먼저 변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에 이어 아들 세대도 만만찮은 시련에 직면해 있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도 경영자의 능력이다. 과거와 단절하고 새롭게 변신해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것은 오직 조원태 사장과 박세창 사장의 뼈를 깎는 스스로의 근본적 혁신에서 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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