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확대에 가격·믹스 개선…MLCC 이익 성장 본격화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기가 AI 서버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시장에서 글로벌 대형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장기공급계약(LTA)을 잇달아 확대하고 있다. 최근 4개월간 확보한 대규모 수주에 추가 계약까지 더해지면서 AI 서버용 MLCC가 삼성전기의 실적을 이끄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글로벌 전력·전자부품 업체와 AI 서버용 MLCC 공급을 위한 LTA 체결을 놓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계약 규모는 7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삼성전기가 지난 5월 이후 AI 서버용 MLCC와 실리콘 커패시터를 중심으로 체결한 LTA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5월부터 이달 초까지 총 3조3200억원 규모의 LTA를 잇달아 체결했으며, 글로벌 기업 10여곳과 MLCC LTA를 맺은 상태다.
이번 추가 수주가 주목되는 것은 삼성전기의 AI 서버용 MLCC 사업이 특정 대형 고객사의 일회성 수주를 넘어 글로벌 고객 기반을 넓히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이미 다수 글로벌 기업과 추가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실제 장기 수주로 연결되는 흐름이다.
AI 서버용 MLCC는 일반 서버보다 탑재량이 10배 이상 많은 데다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24시간 가동되는 특성상 높은 용량과 신뢰성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모바일 등 기존 범용 MLCC보다 단가와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특히 수주 증가와 함께 가격 및 제품 믹스 개선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삼성전기 실적에 중요한 변수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최근 3건 LTA가 고부가 서버용 MLCC 위주로 구성됐으며 AI향 제품의 평균판매가격(ASP)이 범용 제품보다 최소 6배에서 최대 40배 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공급업체의 가격 결정력도 높아지는 추세다. 김 연구원은 “최근 공시된 LTA를 보면 계약 시점이 늦어질수록 가격이 상승해 더 높은 수준의 판가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AI 서버용 고사양 MLCC는 생산 난도가 높고 단기간에 공급을 확대하기 어려워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생산 측면에서도 삼성전기는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기의 MLCC 가동률이 90% 후반으로 최대치에 가까운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AI용 MLCC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 범용 제품보다 고부가 제품에 생산능력을 우선 배분하는 전략이 강화될 수 있다. 일본 무라타가 최근 일부 범용 MLCC 생산을 중단하고 AI·데이터센터용 등 고부가 제품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흐름은 삼성전기의 MLCC 사업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기 MLCC 사업을 담당하는 컴포넌트솔루션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약 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약 6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2조원대 후반까지 증가하고 2028년에는 4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기 전체 실적 역시 AI 서버용 고부가 부품 수요 확대를 바탕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기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953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3.89% 증가할 전망이다. MLCC의 수주 확대뿐 아니라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실적 개선 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과 인력도 확대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AI·전장용 MLCC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 16일부터 MLCC 재료개발·제품개발·설비개발 등을 포함한 경력사원 채용에도 나섰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AI 서버용 MLCC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삼성전기가 글로벌 고객사와 장기계약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수주 물량이 늘어나는 동시에 고부가 제품 비중과 가격까지 개선되고 있어 MLCC가 삼성전기 실적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