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조로 성장세는 예상보다 나아지고 있지만 물가는 목표 수준 웃돌아"
"환율을 아예 고려 안 할 수는 없다...금리 인상 부작용도 있을 수 있어"
"가계부채 연착륙 살피고 최종대부자 기능 작동하도록 제도 보완"
"원화 국제화 차질 없이 추진...MSCI 선진지수 편입에도 힘 모을 것"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권민수 신임 한국은행 부총재가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과 성장세, 물가 흐름에 더해 금융안정과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까지 균형 있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호조로 경기 흐름이 예상보다 나아졌지만 물가와 가계부채, 주택가격을 둘러싼 불안이 이어지는 만큼 특정 지표에 치우치지 않고 신중하면서도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2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권 부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환율이 금리 결정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최근 환율 안정에는 주식시장 조정에 따른 단기 자금 흐름이 영향을 미쳤으며,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환율이 하향하는 게 맞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여러 가지 대외 변수가 많이 있기 때문에 환율을 아예 고려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을 함께 살펴야 하며 금리 인상은 정책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 부총재는 "어느 하나를 딱 찍기보다는 균형되게, 신중하면서도 필요하면 유연하게 정책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취임사에서도 국내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호조로 성장세는 예상보다 개선됐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고,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을 중심으로 금융불균형 위험도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환율 변동성과 지정학·통상 리스크 역시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았다.
이 같은 기조는 신현송 한은 총재가 지난 4월 취임 당시 제시한 과제와 맞닿아 있다. 신 총재는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 금융안정 역할 강화, 원화 국제화와 지급결제 혁신, 구조개혁에 대한 정책 기여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권 부총재는 이들 과제가 조직 전체의 힘으로 결실을 보도록 한은의 안살림을 튼튼히 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한은의 본연 역할인 물가·금융안정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거시경제 분석과 경기판단 역량을 높이고 통화정책 수단과 시장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구조적 문제와 성장잠재력, 지역·부문·계층 간 균형발전, 기후변화 등 중장기 과제도 꾸준히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세심하게 살피는 한편 위기 시 최종대부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다. 취약부문의 부실위험 분석을 강화하고 정부·감독당국과 거시건전성 협력도 확대한다.
원화 국제화 역시 핵심 과제로 꼽았다. 권 부총재는 최근 증시와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언급하며 국내 시장 규모가 경제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몸집에 비해 작다고 평가했다. 시장을 키우기 위한 첫 번째 과제가 원화 국제화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성과를 이어가면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에도 힘을 모을 방침이다.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도록 살피고 역외 원화결제시스템과 디지털화폐, 지급결제 인프라의 발전도 차질 없이 뒷받침하기로 했다.
시장 및 대내외 소통에도 무게를 뒀다. 국제기구와 중앙은행 협력체에서 한국 경제가 마주한 문제와 관련한 의제를 선제적으로 제기하고 해법을 주도적으로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자와 정책당국, 국민에게 한은의 판단을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동시에 시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양방향 소통도 강화한다.
조직 운영에서는 인공지능(AI)을 업무에 효과적으로 활용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조직과 구성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권 부총재는 1995년 한은에 입행해 국제국과 외자운용원 등에서 외환시장·국제금융 업무를 담당했다. 최근까지 국제금융·협력 담당 부총재보를 맡았다. 임기는 이날부터 2029년 8월 20일까지 3년이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