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 가능한 여행 문화 정착・수입 화석연료 의존도 감축 목표
- EU 친환경 철도 여행망 보완자 역할할 것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향후 4년도 안되는 가까운 미래, 유럽에서 항공편을 이용한 비행기 탑승객들은 전기 및 하이브리드 구동 여객기를 탈 수 있게 되는 등 유럽의 대중 교통망의 전기화 추세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유럽 교통 환경 연맹(European Federation for Transport & Environment, 이하 줄여서 T&E)에 따르면, 빠르면 오는 2030년 초부터 유럽에서 항공편으로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전기 구동 또는 하이브리드 연료로 추진되는 항공기로 유럽 내 주요 대도시 또는 인기 도착지를 방문하게 될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고 프랑스 범 유럽 뉴스 정보 사이트 ‚유로뉴스’가 카를로스 로페즈 데 라 오사 T&E 항공기술 책임자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이란의 군사적 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항공업계가 대거 의존하는 제트 연료유(jet fuel)의 주원료가 되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가격 변동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유럽의 항공사들이 제트 연료가 필요 없는 전기 구동식 항공기를 대책으로 고려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전기 항공기 개발을 포함한 대중 항공교통업계의 탈탄소 산업 지원을 교려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항공사들도 빠른 시일 내로 전기 배터리와 하이브리드 연료로 구동되는 항공기를 단거리 목적지 간 취항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 구동식 항공기는 제트 연료로 추진되는 기존 항공기와 달리 비행 중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배출시키지 않고 제트 엔진에서 발생하는 굉음을 내지 않기 때문에 대기 오염과 소음 공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EU가 항공기 전기화 추진을 통해 얻고자 하는 최우선 효과는 비싼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 감축이다. 전기 및 하이브리드 구동식 대체 항공기는 예측 불가능한 지정학적 불안과 그로 인한 연료 가격 폭등에 따른 에너지 비용 쇼크로부터 항공사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완충 역할을 한다는 계산이다.
유럽은 중국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교통수단의 전기화 즉, e-모빌리티 정책을 가장 성실히 추진해 나가고 있는 대륙권이다. 유럽은 현재 글로벌 전기차 총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며 대중 전기차 시장 세계 선두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을 앞지른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다.
T&E가 발표한 ‚2026년 유럽 교통 현황‘ 보고서는, 유럽이 항공교통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감축을 정책대로 추진해 나갈 경우 대중교통의 전기화 이행 및 대기 중 온실가스(MtCO₂e) 배출 감소량 면에서 오는 3년 내로 중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유럽 내에서 운항되는 총 노선들 가운데 25%가량을 전기 여객기로 교체할 수 있다고 유럽연합 항공안전국(European Union Aviation Safety Agency, EASA)는 내다본다.
섬이나 바다 등 수역을 사이에 둬 기차나 자동차처럼 지상 교통편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도착지들 사이를 연결하는데 단거리 소형 전기 여객기가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전기 항공기 투입에 가장 유망한 도시로 런던-더블린, 아테네-산토리니, 바르셀로나-이비자섬, 니스-코르시카, 로마-사르디냐 구간 등 항공편이 많고 일 년 내내 탑승객 수가 많은 지방 간 인기 도착지들이 전기 항공기 취항지 후보로 꼽힌다.
현재 유럽에서는 단거리 비행용 전기 구동 여객기 개발에 한창인 유력 항공 스타트업들이 각축하고 있다.
현 단계 기술력으로 전기 구동 모터 발전기와 배터리로 400~500km 비행할 수 있으며 좌석 9개짜리 중소형 개인용 및 비즈니스 제트 모델에서 승객 90명을 탑승시킬 수 있는 지방 소형 제트 여객기에 이르는 다양한 기체 규모와 추동 방식이 주를 이룬다.
9인 승객용 소형 100% 전기 구동 여객기 ‚마이크로라이너’ 모델을 개발 중인 독일의 바에리디온(Vaeridion) 사는 이미 유럽의 여러 항공사들에 마이크로라이너 100대 공급 주문 체결을 성사시켰다. 기술의 성숙도에 따라 머지않아 항공권 가격은 탑승자 1인당 50센트(유로 통화 기준, 우리 돈 약 800원)/매 킬로미터 대로 저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가령, 500km 비행 시 1인당 항공권 가격은 250유로(약 40만 원)로 운항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전기 구동 항공기의 실용화를 가로막았던 최대 난제는 배터리였다. 프랑스 항공 스타트업 아루라 아에로(Aura Aero)는 배터리 팩 무게를 줄일 수 있는 해법으로써 전기 구동식 모터 및 터보 발전기를 보조 장착한 19인승 하이브리드 e-항공여객기 ‚ERA’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ERA는 오는 2027년 처녀 시험 비행을 거쳐 2029년부터 상용 비행에 투입될 계획이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일리지안 에어크라프트(Elysian Aircraft)는 네덜란드 국립 항공사 KLM과의 협업을 통해 승객 최대 90명을 탑승시키고 거리 1000km를 비행할 수 있는 중소형 배터리 구동 전기 여객기를 개발하고 오는 2035년부터 운항 개시를 앞두고 있다.
EU의 전기화 정책과 유럽 항공업계의 협조 노력이 한창인 한편, 전기 구동 대중용 항공 교통의 생태적 영향력이 과연 기후변화와 환경보호에 긍적적이기만 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론도 없지 않다. 전기 항공기는 신재생에너지로 전지 충전이 가능하고 운항 중 CO2 배출이 제로(0)라는 장점이 있지만 배터리 원료 공급망과 제조 공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