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초안 검토·직원 최종 판단 이중 구조…집합건물 우선 적용 후 부동산 유형별 확대 예정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부동산 담보대출 심사의 핵심 관문 중 하나인 감정평가서 점검 업무가 AI로 바뀐다. 신한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AI 기반 감정평가서 점검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담당 직원의 업무 시간이 70% 줄고 하루 처리량은 3배로 늘었다.
신한은행은 부동산 감정평가서 점검 업무를 지원하는 '감정평가서 AI 점검 Agent'를 금융권 최초로 도입했다고 3일 밝혔다.
감정평가서는 부동산 담보대출 심사 과정에서 담보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활용되는 핵심 문서다. 외부 감정평가법인이 작성해 은행에 제출하면 담당 직원이 주요 기재사항을 일일이 확인하는 구조였다. 감정평가서 한 건의 분량이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담당자의 시간과 집중력을 상당히 요구하는 업무였다. 은행 입장에서는 업무량이 몰리는 시기에 처리 속도가 지연되거나 검토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도 있었다.
'감정평가서 AI 점검 Agent'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대규모언어모델(LLM), 로봇프로세스 자동화(RPA), 문서인식기술(OCR)을 연계해 감정평가서 내용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주요 항목 간 정합성과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을 분석한다. AI가 문서를 읽고 이상 징후를 먼저 걸러내는 방식이다.
수치가 이 변화를 말해준다. 신한은행 내부 측정 결과 감정평가서 한 건당 점검 소요시간이 기존 대비 약 70% 단축됐다. 하루 처리 가능한 업무량은 약 3배로 늘었다. 같은 인력으로 세 배의 감정평가서를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속도 개선이 아니라 부동산 담보대출 심사 전체의 처리 속도와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진다.
다만 AI가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Agent가 제시한 점검 결과는 본부 담당 직원이 다시 확인하며 최종 검토와 판단은 직원이 수행한다. AI가 초안 검토를 담당하고 사람이 최종 판단하는 이중 구조를 택한 것이다. 감정평가서 오류가 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감안한 설계다. AI 분석의 속도와 사람 검토의 정확성을 결합해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집합건물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 중이다. 향후 운영 과정에서 정확성과 안정성을 검증한 뒤 문서 서식과 부동산 유형에 따라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파트·오피스텔에서 시작해 토지·상업용 건물로 범위를 넓혀가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도입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현장 중심의 AI 실행' 기조와 맞닿아 있다. 진 회장은 올해 초부터 AI를 화려한 미래 기술이 아닌 지금 당장 현장 업무를 바꾸는 도구로 써야 한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해왔다. 감정평가서 AI 점검 시스템은 그 지시가 실제 현장에서 구현된 사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Agent는 감정평가서 점검 과정에서 담당자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내부 업무 도구"라며 "운영 결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고객과 직원의 업무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