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개정안은 "득보다 실 클 것"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원료의약품(API) 전문기업 에이치엘지노믹스(HL지노믹스)가 24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월별 잠정실적 공시, 기관 확약 40% 미달 시 주관사 1% 추가 강제 인수 등 기업공개 문턱을 높이려는 기존 시도 외에도 특수관계인 거래·내부통제 차단 위한 확약서를 제출하는 등 까다로워진 증시 입성 기준을 일괄 적용받으면서다.
24일 희망 밴드 상단인 2만1500원으로 확정된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다 10시 50분 현재 시초가 대비 2.09% 상승한 2만19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에이치엘지노믹스는 심혈관계·알러지 등 만성질환 대상 합성 원료의약품(API)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고순도 정제 및 불순물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완제 제약사에 API를 공급하며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대주주 한림제약 대상으로 3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모회사에 편중된 매출 비중과 지배 구조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Strength: 회수 지연 우려 없는 현금 정기 유입
주요 매출은 피타바스타틴·레보세티리진 등 만성질환 치료제에 들어가는 합성 원료의약품에서 나온다. 만성질환 약물 특성상 처방이 꾸준해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 않고, 한 번 식품의약품안전처나 완제사 허가에 연계되면 대체되지 않아 매해 안정적으로 제품 판매대금 현금을 받고 있다.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모회사 한림제약에 공급된다. 3년 단위 장기 공급계약과 60일 이내 결제 조건을 바탕으로 매출채권 회수 지연 우려가 낮고, 안정적인 현금 유입 구조를 갖췄다. 회수 지연 우려가 없는 고품질 현금이 정기 유입되는 배경이다.
독점 공급 체계와 효율적 공정 관리 영향으로 매출액은 2023년 248억원에서 지난해 289억원, 올 1분기 84억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매출총이익률은 2023년 37.98%에서 올 1분기 45.62%까지 뛰었고,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 32.31%, 당기순이익률 29.93%을 기록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영업이익률 역시 34.26%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3년 96억3300만원에서 지난해 83억3700만원 수준의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외부 차입금이 없이 운영되고 있고, 부채비율 7.29%, 유동비율 1084%로 업종 평균인 47.11%, 유동비율 178.64% 대비 재무건전성도 우수한 편이다.
◇ Weakness: 모회사 중심 공급망...14개 확약 통해 개선 시도
안정적인 매출 구조의 이면에는 모회사 중심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자리잡고 있다. 상위 4개 고객사 매출 비중 87.23% 가운데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상 한림제약 매출 비중이 54.52%를 차지하는 구조는 에이치엘지노믹스의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에 의구심을 남기는 대목이다.
예비심사 단계에 금융당국에 제출한 확약서에 따르면 에이치엘지노믹스는 상장 후 한림제약 최대주주인 김정진 회장의 경영 직·간접 참여를 전면 금지하고, 계열사 간 부당 지원과 자금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기로 했다. 상장 후 한림제약은 5년간 배당 수령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구주매출 대금도 시설투자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한림제약의 일방적인 단가 변경을 막기 위해 3년 단위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특수관계인 소유 부지 임대 시 중도해지 불가 및 독점 사용권을 명시하는 등 거래 관계의 자율성도 확약했다. 확약 미이행 시 벌점 부과나 불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등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번 상장이 모회사 그늘에서 벗어나 경영 독립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매출 성장세 둔화도 감지된다. 매출액 성장률은 2024년 13.52%에서 지난해 2.52%, 올 1분기 2.35%로 급격하게 둔화했다. 제1공장의 최근 3년 가동률이 평균 11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공장이 전면 가동되며 추가 생산이 불가능해져서다. 765억원 규모 제2공장 신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2029년 본격 상업 생산을 목표로 기존 대비 최대 2배 수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소형 멀티라인을 통해 연구·임상 단계부터 연계하는 위탁개발생산(CDMO)으로 사업 영토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 Opportunity: 국산 원료약 가산제도 확대 수혜 전망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보건복지부 약가인하 개정안 중 국산 원료약 가산제도를 확대하는 내용은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생산 원료나 국산 원료를 사용한 국가필수의약품, 항생주사제, 소아의약품 등 정책적 우대가 필요한 약제에 대해 기존 오리지널 대비 68% 높은 수준의 약가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대 기간도 추가 가산 기간을 부여해 최대 10년 이상 우대 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다.
완제사들이 공급 안정성과 약가 우대 혜택을 누리기 위해 국내 API 조달 비중을 늘리면 에이치엘지노믹스를 찾는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회사 한림제약이 신규 제네릭에 국산 원료를 사용할 경우 최대 4년간 60%의 약가 가산을 적용받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보유한 만큼, 완제사의 원료 단가 인하 압박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약물전달시스템(DDS) 기업 쿼드메디슨과의 백신 마이크로니들 위탁생산(CMO) 시장 진출 파트너십을 맺은 점 역시 기회 요인이다. 에이치엘지노믹스는 2023년 6월 쿼드메디슨과 백신 3종에 대한 독점공급권 계약(C-MAP)을 체결했다. 쿼드메디슨이 상용화에 성공하는 백신에 대해 에이치엘지노믹스가 독점 생산·판매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에이치엘지노믹스는 계약 체결 이후 공공성 백신의 국제구호단체 후원금 수령(GA)과 수익성 백신 2종의 물질이전계약(MTA) 등 핵심 마일스톤을 차례로 달성하며 기술 검증을 마쳤다. 신공장 단지 내 국제 GMP 기준의 백신 마이크로니들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에이치엘지노믹스가 '원료 제조사'에서 '차세대 약물전달 플랫폼 기업'으로 매출원을 다각화할 수 있는 기회로 풀이된다.
◇ Threat: '32.96%' 오버행 우려에 최대주주 보호예수 2년 6개월로 연장
약가 인하 개정안 가운데 완제의약품 고객사의 단가 인하 압박은 위협 요인이다.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제네릭 약가 인하 개정안은 신규 등재 제네릭의 기본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5%로 낮추고, 계단식 약가 인하 적용 시점도 기존 20번째에서 13번째 등재 품목으로 앞당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이치엘지노믹스가 완제 제약사를 고객사로 둔 만큼 제약사의 수익성 악화는 원료 납품 단가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유인이 될 수 있다. 에이치엘지노믹스 측은 "재무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완제의약품 원가에서 원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5~25% 수준에 불과해 약가 인하율이 일률적으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은 전체 발행주식수의 32.96%(256만 5000주)다. 이는 상장 당일부터 매도 가능한 물량으로, 수급 요인에 따른 주가 변동성 확대와 매도 물량 출회 리스크를 남긴다. 에이치엘지노믹스는 유통물량 부담 완화를 위해 최대주주인 한림제약 등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의 보호 예수를 최대 2년 6개월로 연장했다. 총 주식수의 66.11% 수준이다. 다만, 대주주가 향후 지분 거래를 할 가능성은 낮아 오버행의 리스크는 여전히 남는다는 지적이다.
에이치엘지노믹스 측은 "핵심 대주주 지분을 장기 묶어둠으로써 시장 내 오버행 우려를 완화하고, 신공장 가동 및 CDMO 신사업 성과를 통해 주가 방어 및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대 2년 6개월의 의무보유 기간이 종료되면 대주주 및 기관투자자 보유 주식이 순차적으로 늘어나며 추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보영 기자 re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