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한국은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시장 쏠림 심화와 개인투자자 손실 확대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국은행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에 따르면, 한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및 거래규모 비중이 국내 주식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확대된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가 늘어날 경우 이 같은 쏠림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반도체 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 내 일부 기업으로의 투자 편중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관련 기업의 사업 환경이나 시장 기대 변화에 따라 자금 유출입이 확대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특정 종목과 방향으로 거래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합산 비중은 지난해 말 36.1%에서 지난 6월 24일 기준 55.3%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두 종목의 거래대금 비중도 27.9%에서 63.5%로 확대됐다.
한은은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투자 집중도가 이미 높은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추가로 도입되거나 거래 규모가 확대될 경우 시장 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개인투자자의 손실 위험과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주요 우려 요인으로 제시됐다. 한은은 “주가 조정 시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확대될 뿐 아니라 환매 증가 또는 포지션 리밸런싱(재조정) 등을 통해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레버리지 ETF 투자가 확대되면 일일 리밸런싱과 현·선물 차익거래 등을 통해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레버리지 ETF는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매일 기초자산 관련 포지션을 조정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시장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매수 또는 매도 수요가 한 방향으로 집중되면서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이번 답변은 한은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와 비교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시장 영향과 투자자 위험에 대한 경계 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한은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이 해외 상장 ETF와의 규제 불균형을 완화하고, 국내 투자자금의 해외 유출을 줄이는 한편 해외 자금 유입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우량주에 대한 고위험·고수익 투자 수요를 흡수하고 국내 주식시장의 저변 확대와 가격발견 기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제시했다.
다만 한은은 당시에도 주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기준으로는 기초자산의 시가총액과 거래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지만,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쏠림 현상이 빠르게 심화하면서 위험 인식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코스피는 시가총액의 60%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차지하는 가분수 구조”라며 “여기에 레버리지를 더하면서 일일 리밸런싱과 차익거래 시도가 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은 정책적으로 실패했다”며 “증시 정상화를 위해 상장폐지를 포함한 강력한 교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불허하고, 상관계수 0.7 규제에 묶인 액티브 ETF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과 거래대금 비중이 압도적인 만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자금 유입·유출이 현물시장과 파생상품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일반 종목보다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단기 급등락 국면에서는 일일 리밸런싱 물량이 변동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기초자산의 유동성, 시가총액 비중, 투자자 보호장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입 범위와 상품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투자자에게는 레버리지 상품의 일간 수익률 추종 구조와 장기 투자 시 수익률 괴리 가능성을 충분히 알리는 장치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