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 집중·실적 피크아웃 우려 겹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거래대금 증가가 곧 증권주 상승’이라는 자본시장의 오랜 공식이 깨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증시 활황의 대표 수혜주로 꼽히던 증권주들은 오히려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26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코스피와 KRX증권지수의 흐름이 엇갈리면서 양대 지수 간 괴리율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반도체 업종으로의 수급 쏠림이 심화되면서 증권주가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증권사들의 실적 모멘텀 둔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역대급 거래대금 증가에도 증권업종으로는 온기가 확산되지 않는 디커플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KRX 증권지수는 지난 5월 연중 최고치인 3420.76을 기록한 이후 오늘 오전 기준 2054.08까지 밀려나며 약 두 달 만에 35%가량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는 5000선 안팎에서 출발해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개별 대형 증권주의 주가도 일제히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고점 대비 52.62% 하락했으며, 한국투자금융지주는 32.61%, 삼성증권은 35.64%, NH투자증권은 33.69% 각각 떨어졌다. 증시 거래대금이 급증하는 국면에서도 주요 증권사 주가는 나란히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통상 거래대금이 증가하면 증권주도 동반 상승하는 흐름을 보여왔지만, 현재 장세는 반도체 업종으로의 수급 집중과 실적 모멘텀 둔화 우려가 동시에 반영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증권주 부진의 배경으로 거래대금 증가에도 자금이 특정 업종에 편중된 시장 구조를 지목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고객예탁금 등 증시 대기자금도 크게 늘었지만, 실제 투자자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증권업종을 비롯한 여타 업종으로는 수급이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하반기 실적 둔화 우려도 증권업종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반기 증시 호조로 브로커리지와 금융상품 판매 부문은 견조한 실적이 예상되지만, 시장금리의 하방 경직성이 이어지면서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 역시 부각된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통상 상승장이 마무리되는 순서는 거래대금, 증권주, 지수 순으로, 증권주는 증시에 선행하는 특성이 있다"며 "이번 조정은 1분기 거래대금과 실적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피크아웃(Peak-out) 우려가 선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는 과거와 달리 2분기에도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4월과 5월 모두 월간 최고치를 경신했고, 6월에도 다시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에도 거래대금 증가가 증권주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거래 회전율이 함께 높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