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드문 '직접 운영' 선택…동남아 전략 전환 신호탄
할랄 생산기지 중심으로 장기 성장 노리지만 수익성 회복은 과제로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해외 외식 프랜차이즈는 현지 기업에 운영권을 맡기는 '마스터프랜차이즈'나 합작법인(JV)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파리바게뜨가 말레이시아 합작법인 지분을 모두 인수하며 독자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해외 진출 4년 만에 기존 공식을 바꾼 이번 결정은 단순한 지분 정리를 넘어, 글로벌 사업 운영 전략이 '현지 파트너 의존'에서 '직접 통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말레이시아 현지 파트너사 버자야푸드가 보유한 합작법인 지분 50%를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인수하면서 말레이시아 사업을 100% 자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양사는 지난 2022년 50대50 합작법인을 설립해 현지 시장에 진출했지만, 이번 거래를 통해 합작 구조는 종료됐다.
이번 결정의 직접적인 배경은 현지 파트너사의 경영 악화다. 버자야푸드는 말레이시아에서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최근 실적 부진에 따라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파리바게뜨 사업에서도 철수했다. 합작법인 역시 지난해 말 기준 누적손실과 순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태여서, 버자야푸드는 보유 지분을 상징적인 금액인 1링깃에 넘겼다.
주목할 부분은 파리바게뜨가 손실이 발생한 시장에서 철수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지분을 모두 인수하며 사업을 직접 이어가기로 했다. 이는 말레이시아 시장 자체의 성장 가능성을 포기했다기보다, 현지 운영 방식을 바꾸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할랄 시장이다.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조호르주에 약 8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억 개 생산이 가능한 할랄 인증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이 공장은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동남아와 중동 시장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맡고 있다. 단기적인 현지 매장 실적보다 장기적인 글로벌 공급망 가치가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브랜드 인지도 확대와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해외 매장을 빠르게 늘려왔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합작법인 설립 이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지 파트너사의 경영 악화까지 겹치면서 투자와 운영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어려웠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결정은 해외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외식 브랜드들은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 현지 유통망과 인허가, 부동산 네트워크를 갖춘 파트너와 손잡는 방식을 주로 선택한다. 하지만 브랜드 경쟁력이 충분히 확보되거나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직접 구축한 이후에는 본사가 경영권을 확대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결국 파리바게뜨의 말레이시아 전략은 '철수'보다 '재정비'에 가깝다. 단기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동남아와 중동을 아우르는 생산 거점은 그대로 유지된다. 향후에는 본사가 출점과 투자, 상품 운영을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되면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해외 프랜차이즈 사업은 초기에는 현지 파트너의 유통망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마스터프랜차이즈나 합작법인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브랜드 경쟁력이 자리 잡으면 본사가 경영권을 확대하는 사례도 적지는 않다”며 “파리바게뜨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지분 인수라기보다 동남아 사업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장기 성장 전략을 다시 짜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