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심 해외 테크 지목, 빅 테크 의존도 낮추고 유럽 토종 테크 산업 육성하겠다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최근들어 유럽이 미국과 중국이 주도된 해외 첨단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가 급속히 팽창하는 가운데,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 관계에 재개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美 정치 전문 일간 신문 ‚폴리티코(Politico)‘가 보도해 주목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The European Commission, 이하 EU 집행위)는 6월 3일(수요일=벨기에 브뤼셀 현지시간) 반도체・인공지능(AI)・클라우드・오픈소스 관련 전략을 포괄적으로 다룬 ‚유럽 기술 주권 패키지(European Technological Sovereignty Package)‘를 공식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 주도의 첨단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유럽의 디지털 자립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유럽의 소버린 AI, 즉 유럽 자체의 인프라, 데이터, 인력,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사용하여 EU 시민들에게 인공지능을 생산・제공하는 AI 자주권 확보와 강화를 제안하는 전략 지침을 제시한 이번 유럽 기술 주권 패키지는 기존에 별도로 추진되던 ‚칩 법안 2.0(Chip Act 2.0)‘과 ‚클라우드・AI 개발법, 이하 CADA)‘ 두 건의 입법 제안에 에너지 부문 디지털화, AI 전략 로드맥, 오픈소스 전략을 추가해 구성한 것이다.
♢ 유럽 정보 기술, 문서 작성부터 메시징까지 미국 빅테크가 장악 시인
EU가 제안한 소버린 AI 지침은 최근 국제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유럽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핵심 테크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원(특히 유럽산)을 다변화(diversify)해야 한다는 EU 정책입안자들과 정치권의 촉구가 거세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라고 폴리티코는 논평했다. 이는 미국 빅테크에 대한 유럽의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미국 워싱턴 정가의 반발을 자극할 수 있는 행보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EU의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최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EU 집행위 핵심 인사들은 지정학적 분열이 심화되는 가운데 첨단 디지털 기술이 점차 무기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해외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EU에 전략적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제기한 바 있다.
또, EU 집행위는 당초 ‚EU 칩 법안(EU Chip Act)’ 초안의 수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예상과 달리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기대려오던 일부 핵심 사안에 대한 결정을 미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폴리티코는 EU가 미국 빅테크가 추진 중인 신규 데이터센터에 지속가능성 라벨 발급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최종 결정이 당분간 연기될 수 있다고 추측한다.
지속가능성 라벨 승인과 관련, EU는 데이터센터의에너지 효율, 물 사용량, 폐열 회수율 등 기준을 평가해 사업 인허가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원이 원자력 발전과 연관된다는 점을 둘러싸고 회원국들 간 이견에 부딛히며 합의 도출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칩 법안은 EU 27 전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야 시행될 수 있다.
♢ 제3국 테크 기업의 ‚킬 스위치‘ 강력 금지
EU 소버린 AI 가이드라인에서 제안된 핵심 입법 제안 중 하나인 ‚클라우드 및 AI 개발 법안(CADA)‘이다.
CADA는 향후 5~7년 유럽 내 데이터센터 용량을 3배로 늘리는 목표를 제시한다. 클라우드 및 AI 주권을 평가하는 EU 차원 단일 프레임워크를 도입해 제3국 기업이 유럽에 제공하는 서비스 의존 결과 초래될 수 있는 각종 리스크 완화가 주목적이다.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공공 기관들에 대해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지원 데이터 센터의 보안 자립을 위한 조치 틀을 마련하고, 해외 테크 기업이 유럽 바깥에서 유럽의 AI 인프라를 원격으로 통제하는 ‚킬 스위치(kill switch)‚를 원초적으로 차단시킬 방침이다.
유럽이 얼마나 해외 테크 기업들의 킬 스위치 원격 조종에 노출돼 있는지에 대한 현황 파악을 위해 EU는 회원국 정부 부처 공공 기관들에게 해외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과 디지털 서비스 취약성 평가와 대응 조치 마련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 ‚메이드 인 유럽’ 유럽 토종 반도체 섹터 장려
칩 법안의 개정판인 ‚칩 법안 2.0(Chips Act 2.0)‘은 유럽 반도체 장려책을 법제화시킨 것이다.
AI 시스템 구동에 필수적인 첨단 반도체 기술 역량을 확충하고 자급을 실현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 내 유럽산 칩 점유율을 늘려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한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유럽 시장 내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해서는 유럽산 반도체 수요를 키우는 것이 선제 조건인 만큼, EU는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 의료기기 및 장비, 에너지 인프라, 소비재 유통 분야에서 칩 수요를 늘려나갈 전략을 제시한다.
♢ 미국식 전매 기술에 오픈소스로 대항
EU의 오픈소스 전략은 클라우드・AI・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오픈소스 대안을 확산시키고 기술 인재를 육성하며 디지털 인프라의 보안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단일 기업이 독점하는 미국 빅테크식 전매 소프트웨어와 달리 코드가 공개되는 오픈소스는 데이터·시스템 통제의 투명성과 협업 용이성 측면에서 EU의 가치관과 부합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번 발표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럽이 AI의 핵심 인프라인 컴퓨팅·자본·에너지에서 타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EU의 AI 정책은 의도 면에서는 유럽중심적이지만 실리적 면에서는 시장 개방적이다.
유럽보호EU 집행위는 AI 기가팩토리 공모 착수, 유럽투자은행(EIB) 등과 협력한 유럽 자체 기술 재원 마련 등 재정적 지원 조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첨단 테크 R&D, 창업, 사업 투자 등 핵심 추진 원동력 확보를 위해서 전 세계 민간 부문에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