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카만 17번…변동성 커질수록 거래대금도 폭증
“증시 자금 아직 남아있다”…대형사 리테일 호조 지속 기대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코스피 급등과 거래대금 폭증, 여기에 시장 변동성 확대까지 겹치면서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통상 증시 변동성 확대는 투자자들에게 부담 요인으로 꼽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오히려 거래 증가와 신용거래 확대, 트레이딩 활성화로 이어지며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미래에셋 1조·NH·키움 두 배…리테일 훈풍에 대형사 실적 급증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올해 1분기 일제히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록했다. 코스피 상승 랠리와 거래대금 증가 등이 동시에 나타나며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 부문 수익이 급증한 영향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조3750억원, 당기순이익 1조19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97.2%, 288.0% 증가한 수치다. 증권업계 최초로 분기 순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영업이익 9599억원, 당기순이익 7847억원으로 각각 85.0%, 75.1% 증가하며 역대급 실적을 냈다. NH투자증권은 영업이익 6367억원(+120.3%), 당기순이익 4757억원(+128.5%)을 기록했고, 키움증권 역시 영업이익 6212억원(+90.9%), 당기순이익 4774억원(+102.6%)으로 두 배 안팎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삼성증권도 영업이익 6095억원(+82.1%), 당기순이익 4509억원(+81.5%)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 흐름에 올라탔다. 이 밖에 KB증권은 영업이익 4531억원(+101.7%), 당기순이익 3502억원(+92.8%), 신한투자증권은 영업이익 3864억원(+228.5%), 당기순이익 2884억원(+167.4%)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과 하나증권, 대신증권 역시 두 자릿수 이상의 이익 증가율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의 핵심 배경으로 리테일 부문 호조를 꼽는다. 올해 들어 코스피 거래대금이 급증한 데다,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와 신용거래도 활발하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거래량 증가 자체가 수수료 확대와 직결되는 구조다. 여기에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단기 매매와 트레이딩 수요까지 증가하며 수익성이 더욱 개선됐다.
사이드카만 17번…변동성 커질수록 거래대금도 폭증
실제 올해 증시는 짧은 기간 동안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피는 3월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 속에 2월 말 장중 최고치인 6347.41을 기록한 뒤, 3월 초에는 5059.45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후 다시 반등에 성공하며 이달 15일에는 장중 8000선을 터치했다. 다만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15일과 18일 연속으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급등락 장세가 이어졌다. 올해 들어 사이드카가 총 17번 발동됐다.
이 같은 변동성 장세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거래 활성화로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52조807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월 27조560억원, 2월 32조2340억원, 3월 30조1430억원, 4월 29조551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조~15조원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 거래 규모가 사실상 두세 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리테일이 끌고 간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개인 투자자 거래가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며 "변동성이 커질수록 거래량과 신용거래가 늘어나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수익 확대 요인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자금 아직 남아있다"…대형사 리테일 호조 지속 기대
시장에서는 당분간 대형 증권사의 리테일 호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시 내 대기 자금이 여전히 풍부한 데다, 강세장 속 높은 변동성이 유지될 경우 거래량 역시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리테일(개인고객) 중심 수익 구조를 갖춘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강세장은 변동성도 크다. 다만 시장의 방향성은 유동성과 이익이 결정한다"며 "현재 2026년 코스피 예상 순이익은 689조원, 2027년은 853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0년 이후 코스피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9.96배인데, 2026년 연말까지 2027년 순이익을 선반영한다고 가정하면 코스피 시가총액은 8499조원 수준이 된다"며 "지수로 환산하면 1만380포인트 수준으로, PER 리레이팅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현재 이익 추정치가 현실화될 경우 코스피 1만포인트 시대 진입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재 실적 호조가 구조적인 체력 개선이라기보다는 시장 환경 수혜 성격이 강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한다.
실제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 부문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주식자본시장(ECM) 등 전통 IB(기업금융) 부문은 여전히 부진한 분위기다. 일부 대형 딜들이 하반기로 밀린 가운데, 중복상장 규제 강화 기조와 밸류에이션 부담 등이 겹치며 시장 전반적으로는 '대어 가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수진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