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빼면 안 팔려"...중국은 필수, 한국은 '옵션 삭제'
기술 확보하고도 물거품 된 상용화...사고 책임 소재가 쟁점
[녹색경제신문 = 장창환 기자] 고유가 시대와 맞물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자율주행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강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 도로 위에서 자율주행은 각종 규제라는 '방지턱'에 걸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율주행이란 자동차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해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기술 시스템을 의미한다. 현재 대다수 양산차에 탑재된 기술은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라 불리는 레벨2 수준이다. 차선을 유지하고 앞차와의 간격을 맞추지만 주도권을 쥔 최종 조타수는 핸들을 잡은 운전자다.
반면 테슬라의 FSD(완전자율주행)나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는 운전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고도화된 단계다. 특히 레벨3는 특정 조건에서 주행 주도권과 사고 책임이 인간에서 시스템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기술적·법적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차량이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기 위해서는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LiDAR) 센서와 카메라 데이터 그리고 실시간으로 처리할 고도의 소프트웨어 연산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기술이 유독 전기차와 함께 언급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내연기관차는 엔진과 변속기를 제어하는 복잡성으로 반응 속도가 느리지만, 전기차는 모터를 전기 신호로 즉각 제어할 수 있어 자율주행 AI와의 연동이 훨씬 정밀하다. 여러 센서를 구동하기 위한 전력 수급 면에서도 대용량 배터리를 갖춘 전기차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제네시스 G90 등을 통해 레벨3(HDP) 기술력을 확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세계적 수준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정작 도로 위 상용화 시점은 기약없이 밀리고 있다. 기술의 문제보다는 사고 발생 시 제조사와 운전자 중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법적 합의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국내의 보수적인 법규와 미비한 책임 소재 가이드라인이 족쇄가 되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의 FSD 등 첨단 시스템이 국내에서 유독 '반쪽짜리'로 전락하는 이유는 정밀 지도 데이터 때문이다. 현행 '공간정보관리법'은 안보를 이유로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엄격히 제한한다.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전세계 차량의 데이터를 실시간 학습하고 진화하는 글로벌 표준 공정에서 한국만 고립되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모델별 원산지에 따라 달라지는 복잡한 소프트웨어 인증 절차 역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브랜드들 역시 국내에 전기차를 들오면서 여러 기능을 덜어낸다. 중국 내에서는 '자율주행이 안 되면 차가 안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라이다(LiDAR) 등 첨단 장비가 필수 옵션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국으로 수출되는 모델에서는 규제와 인증 문제로 인해 이 핵심 센서들을 빼고 들어온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운영체제(OS)인 '플레오스(Pleos)'를 필두로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비즈니스 모델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뒤처진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티어1'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지만, 향후 3~4년 안에 내놓을 결과물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에 직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11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자율주행 빅데이터가 거의 전무한 수준이며 길거리에 정보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외국 기술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서 이제라도 국내 시장을 전향적으로 열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레벨4 자율주행이 상용화될 2029~2030년 내에 누가 먼저 글로벌 비즈니스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국가적 모빌리티 경쟁력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창환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