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 통합·임원 축소…“100명 이상 자리 사라진다”
금품선거 여파 속 개혁 압력…“이번엔 다르다” 분위기
투표율 57%…“높다 vs 여전히 낮다” 엇갈린 평가
“왜 아직도 기표소 투표냐”…전자투표 도입 논란
복지회원 감소·비조합원 증가…구조적 위기 여전
“개혁 시작일 뿐”…실제 변화 여부가 관건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금품 수수와 ‘매관매직’ 사건으로 논란을 빚었던 서울 개인택시조합이 조직 개편을 골자로 한 정관 개정을 최종 가결했다. 약 5만 명에 달하는 대형 단체의 권력 구조를 손보는 결정이 내려졌지만, 투표 방식과 낮은 참여율을 둘러싼 논쟁까지 겹치며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조직 줄이고 권한 제한”…정관 개정안 최종 통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지난 3월 24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조합원 총회 투표 결과, 정관 일부 개정안과 복지회 정상화 방안이 모두 가결됐다고 공고했다.
전체 투표권자 4만7930명 가운데 2만7433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은 57.24%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정관 개정안은 찬성 2만6383표(96.17%)로 압도적 지지를 얻었고, 복지회 정상화 안건 역시 94% 이상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조합은 “조합원 과반 참여와 과반 찬성이라는 정족 요건을 충족했다”며 “서울시 승인 절차를 거쳐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부 통합·임원 축소…“100명 이상 자리 사라진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조직 슬림화다. 기존 18개 지부를 10개 이내로 줄이고, 대의원 수를 70명에서 50명 이하로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사 정수 역시 줄어들고 부이사장 직제는 폐지된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숫자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부가 줄어들면 지부별 선관위원과 각종 위원 조직까지 함께 축소되면서 약 100명 이상의 조직 인원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조합 내부에서는 이번 개편을 두고 “방대한 조직을 줄이는 구조 개혁”이라는 평가와 함께 “기득권 자리 축소”라는 해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금품선거 여파 속 개혁 압력…“이번엔 다르다” 분위기
이번 정관 개정은 단순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 최근 불거진 비리 사건의 연장선에서 추진됐다.
앞서 조합에서는 임원 선거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 다수 인사가 기소됐고, 전임 이사장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럼에도 상당수 연루 인사가 직을 유지하면서 조합 내부에서는 개혁 요구가 크게 확산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투표 참여율에서도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조합 내부 방송과 유튜브 등에서는 “조합 구조가 지나치게 비대하다” “이번 개정의 본질은 조직 축소”라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강조됐다.
한 조합원은 “이번에는 기존과 달리 조합원들이 실제로 변화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투표율 57%…“높다 vs 여전히 낮다” 엇갈린 평가
이번 총회 투표율은 57%를 넘기며 과반을 달성했다. 조합 측은 이를 두고 “조합원들의 개혁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다른 시각도 적지 않다. 약 4만8000명 조합원 중 2만 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참여율이 낮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조합원들은 “이 정도 규모 조직에서 절반 수준 참여로 중대한 정관을 바꾸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왜 아직도 기표소 투표냐”…전자투표 도입 논란
투표 방식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이번 총회는 여전히 현장 기표소 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모바일 투표를 하는 시대에 여전히 오프라인 투표만 고집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고령 조합원이 많은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모바일 투표와 병행했으면 참여율이 더 높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조합원은 “젊은 층은 모바일, 고령층은 기표소 방식으로 병행하면 투표율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회원 감소·비조합원 증가…구조적 위기 여전
정관 개정이 통과됐지만 조합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26년 1월 기준 조합원은 4만8112명에 달하지만, 복지회원은 3만2791명으로 가입률은 68% 수준에 그친다. 특히 최근 8개월 동안 매달 300명 이상이 복지회를 탈퇴하면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비조합원도 936명까지 늘어나며 1000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조합 내부에서는 “조합의 매력과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신호”라는 우려가 나온다.
“개혁 시작일 뿐”…실제 변화 여부가 관건
조합은 이번 정관 개정을 계기로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반응이 많다.
한 조합 관계자는 “정관을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운영이 달라지는 것”이라며 “비리 구조가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 5만 명 규모의 거대 이익단체인 서울 개인택시조합이 이번 개정을 계기로 체질 개선에 성공할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출발점이 될지는 향후 운영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