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쟁에 갇힌 국내 증권사와 달리, 미래에셋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글로벌 뚝심’이 숫자로 증명됐다. 수년간 흔들림 없이 밀어붙인 글로벌 투자은행(IB) 전략이 결실을 맺으면서 미래에셋증권은 역대급 해외 실적을 기록했다. 당초 2030년 목표로 제시했던 해외법인 세전이익 5000억원을 무려 5년이나 앞당겨 달성하며, 국내 증권업계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성과를 과시했다.
4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2025년) 연결 기준 세전이익 2조800억원, 당기순이익 1조593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2024년 1661억원에서 2025년 4981억원으로 1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통해 2030년까지 세전이익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회사의 중장기 로드맵을 사실상 조기 달성한 성과다. 여전히 다수의 국내 증권사들이 내수 브로커리지와 부동산 금융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안착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별로 보면 선진국과 이머징 마켓이 동시에 성장을 이끌었다. 미국·홍콩·런던·싱가포르 등 선진국 시장 법인은 3315억원의 세전이익을 기록하며 해외 실적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트레이딩과 본사와의 협업 시너지가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브라질 등 이머징 시장 법인도 1666억원의 이익을 보태며 안정적인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인도에서는 빠른 경제 성장과 리테일 투자자 증가에 힘입어 브로커리지 수익이 크게 늘어난 점이 실적 개선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수익 구조 변화도 눈에 띈다. 그간 해외법인 수익이 자산관리(WM)에 치우쳐 있었던 것과 달리, 2025년에는 운용(Trading)과 자기자본투자(PI)가 수익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2024년 WM 비중은 53%로 과반을 차지했지만, 2025년에는 트레이딩·PI 비중이 56%로 확대됐다. 반면 WM 비중은 33%로 낮아졌고, IB와 기타 부문은 한 자릿수 비중을 유지했다.
해외법인의 자기자본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해외법인 자기자본은 5조2000억원으로, 전년 말 4조6000억원 대비 13% 증가했다. 공격적인 자본 재배치와 선택과 집중 전략이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법인 성장 배경에 대해 “선진시장에서는 글로벌 협력 체계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본사와의 트레이딩 시너지를 확대한 전략이 주효했다”며 “이머징 마켓의 경우 핵심 성장 지역인 인도를 중심으로 자기자본을 재배분해 브로커리지 기반의 WM 성장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미국·중국·인도·싱가포르 등 11개 지역에 걸쳐 총 28개 해외 거점을 운영 중이다. 단순한 거점 확대를 넘어,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에 대한 투자가 ‘잭팟’을 터뜨리면서 자기자본투자(PI)의 해외투자에 대한 안목도 과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22년 ‘미래에셋글로벌스페이스투자조합1호’를 통해 스페이스X에 투자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지분 가치 평가이익만 약 64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 단순한 일회성 이익을 넘어,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소싱 능력과 투자 안목을 시장에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 xAI/스페이스 X 각각 투자금은 약 4000억원·2300 억원으로 추정되는데, 향후 가치 상승 시 추가적인 평가이익이 반영될 전망"이라며 "컨퍼런스콜을 통해서는 토큰증권 플랫폼과 디지털 월렛 등 자산 토큰화 시장에 대해 준비중임을 밝혔는데, 새롭게 열릴 시장에서의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실적은 박현주 회장의 오랜 글로벌 전략이 단기 성과가 아닌 구조적인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제 시장의 관심은 미래에셋증권이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아시아 톱티어 투자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