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채무 등 부정적 시나리오 점검, 통상 필수
IB업계 “미래 리스크 반영으로 거래 무산 사례도 적지 않아”
일각에선 경영권 유지 염두 둔 이해관계 조율 가능성 제기
SK증권 “리스크관리집행위원회 의결…책임준공·미분양 리스크도 검토”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SK증권이 무궁화신탁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집행한 대출을 두고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SK증권 측은 법규와 내규를 준수한 적법한 거래였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대출 집행 이후 단기간 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점을 놓고 심사 과정에서 부정적 시나리오가 충분히 반영됐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이 무궁화신탁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집행한 대출은 약 5개월 만에 EOD이 발생했다.
앞서 SK증권은 2019년 1차, 2021년 6월 2차, 2023년 6월 3차례 대출을 집행했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3차 대출은 2023년 6월 무궁화신탁 오너인 오창석 회장에게 해당 신탁사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15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주선한 건으로, SK증권은 이 중 869억원을 빌려줬다. 이후 비상장사 담보 대출을 구조화해 기관 및 개인 고객에게 약 440억원 규모로 재판매했다.
그러나 대출 집행 약 5개월 만에 EOD이 발생했다. 담보가 비상장 주식이라는 특성상 반대매매 등 통상적인 회수 절차가 어려웠고, 이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의 원금 상환이 지연됐다. SK증권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132억원을 가지급금 형태로 지원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대출 자체의 성격이나 결과만이 아니라, 대출을 집행하기로 결정한 이후 리스크 관리 체계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작동했느냐에 있다.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주식담보대출은 유동성·회수 구조 등의 이유로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취급하지 않는 거래로 꼽힌다. 그만큼 취급 여부보다도, 취급했다면 심사 과정에서 미래 리스크를 어디까지 점검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해당 대출은 주주를 대상으로 한 개인 주식담보대출 성격으로, 일반적인 IB·기업금융 딜과는 결이 다르고 유동성·회수 구조 등의 이유로 적극적으로 취급하지 않는 거래"라고 말했다.
또한 주식담보대출의 리스크 관리는 단순히 현재 재무 지표를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대출 판단의 핵심은 현재 실적과 함께 미래 주가 개선 가능성, 상환 시나리오의 현실성에 있다.
통상 주가 상승을 통한 차환이나 증자 이후 상환 등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심사를 진행하며, 이 과정에서 부정적 시나리오를 통과하지 못하면 딜이 무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장에서는 SK증권의 이번 대출이 이러한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충분히 검증됐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대출이 집행된 2023년 당시 신탁업 전반의 업황은 호황 국면에 있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신탁사의 ‘책임준공 확약’이 핵심 신용보강 수단으로 활용되며, 확약 수수료를 중심으로 신탁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던 시기다. 무궁화신탁 역시 이러한 업황 속에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2차 대출이 실행된 2021년(대상회사 실적은 2020년말 기준) 무궁화신탁의 영업수익은 업계 8위로, 영업이익 232억원, 당기순이익 307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매출액 1486억원, 당기순이익 374억원, 자본 적정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473%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상회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바로 이 지점이 리스크 관리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과거 실적과 업황 지표가 긍정적이더라도, IB딜로 분류되는 거래라면 향후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얼마나 보수적으로 반영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신탁사의 경우 부동산 PF 환경 변화, 미분양 확대, 책임준공에 따른 우발채무 리스크 등이 동시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 시나리오 점검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정상적인 IB 하우스라면 이러한 리스크를 전제로 내부 리스크 부서와 언더라이팅 심사를 거쳐 거래를 검증한다. 담보 밸류에이션의 적정성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담보 회수가 어려워질 가능성까지 포함해 판단하는 구조다. IB 업계 관계자는 "미래 리스크를 보수적으로 반영하다 보면 이자 수익이 매력적으로 보이더라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SK증권 관계자는 "해당 대출은 리스크관리집행위원회 의결을 거쳐 승인됐고, 비상장 주식 담보대출 역시 기존 사례가 있다"며 "담보 가치는 외부 회계법인과 평가기관을 통해 보수적으로 산정했으며, 책임준공·미분양 리스크도 함께 검토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무궁화신탁 대출 이후의 거래 구조를 두고 경영권 유지와 관련한 이해관계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SK증권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당사의 경영 활동은 대주주의 의사결정 구조와 완전히 독립돼 있다"며 "경영 활동에 대한 외부 관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수진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