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굴기] 마음만 먹으면 EV 하나 '뚝딱'...전장 풀스택으로 B2B 경쟁력↑②
상태바
[LG전자 굴기] 마음만 먹으면 EV 하나 '뚝딱'...전장 풀스택으로 B2B 경쟁력↑②
  • 김지윤 기자
  • 승인 2026.01.28 1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기차 시대 본격 도래... 산업 패러다임 바뀌며 전장 기업에 기회
배터리부터 소프트웨어까지... 그룹사 풀스택 기술로 협상력 제고

B2C 가전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던 LG전자가 성장의 축을 옮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모빌리티 전장사업이 LG전자 밸류업 전략의 선봉에 섰다. 여기에 AI 산업 확산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확대를 배경으로 HVAC(공조·냉각) 사업 역시 차세대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LG전자의 모빌리티 전장사업과 HVAC 솔루션 사업의 비전과 경쟁력을 점검하며, 그룹사 차원의 체질 개선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 따져본다.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전기차 대전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시장은 ‘보급 초기 단계’를 넘어 구조 전환 국면에 진입했다. 한때 캐즘(Chasm) 논쟁에 갇혀 있었지만, 현재는 주요 국가에서 침투율이 두 자릿수를 넘어서며 임계점을 통과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국내 전기차 전환률은 신차 판매 기준 약 15% 내외 수준에 도달했고, 유럽 주요국은 30% 안팎까지 상승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가 확산되면서 모빌리티 업계 지형도도 변하고 있다. 전기차는 부품이 내연기관차 대비 1/3가량 적고 배터리를 제외하면 하드웨어 성능의 편차가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대신 차량의 가치 중심축은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인캐빈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SDV(Software-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로 규정되는 배경이다.

업계 기술 주도권 역시 기존 완성차 OEM 중심 구조에서 전장·전력·인포테인먼트 공급사 중심 구조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LG전자는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의 ‘숨은 강자’로 평가받는다.

배터리부터 인포테인먼트까지, 모빌리티 밸류체인 구축한 LG

LG전자가 퀄컴과 개발한 차량용 고성능 컴퓨팅 장치용 ‘AI 캐빈 플랫폼'. AI 캐빈 플랫폼이 전방의 차량을 인지하고 맞춤형 가이드를 제공하는 이미지 (사진=LG전자)

LG전자가 모빌리티 사업을 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일반 대중에게는 낯설지만, 업력은 20년이 넘는다. LG전자는 DM(Digital Media)사업본부에서 개발하던 AVNT(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텔레매틱스) 시스템을 2003년부터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며 자동차 부품 사업에 첫 발을 디뎠다. 

2013년엔 VC(Vehicle Components) 본부를 설립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구동부품, 설계·엔지니어링 역량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 통합 전략을 택했다. 그러다 점차 전장 사업의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VS(Vehicle Solutions)사업본부로 조직을 개편하고, 자회사에 역할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전장 사업의 체급과 전문성을 키웠다. 

현재 LG전자의 전장사업 축은 3갈래로 나눠져 있다. 소프트웨어 전반과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LG전자 내부의 VS사업본부가, 조명은 ZKW가, 파워트레인 구동 모터는 LG마그나가 담당하는 식이다. ZKW는 100년 가까운 전통을 가진 오스트리아 조명 브랜드로 LG전자가 2018년 인수했고, LG마그나는 2021년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의 합작으로 세워졌다. 

기성 자동차 OEM들이 쥐고 있던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빠르게 이를 쟁취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자회사인 LG이노텍과 같은 계열의 LG에너지솔루션까지 역량을 보태며 LG는 현재 전기차 산업의 핵심 밸류체인을 모두 보유한 몇 안 되는 기업군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기차 핵심 기술 스택 전반을 그룹 차원에서 수직적으로 확보한 구조다.

특히 LG이노텍은 LG전자의 전장 사업 못지않게 그룹의 모빌리티 밸류체인 강화에 속도를 내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율주행용 모듈과 조명·통신 모듈,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여러 기능을 하나의 모듈로 컴팩트하게 합치는 기술에서 차별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OEM 경쟁 대신 '알짜 비지니스' 택했다... 수주잔고 100조원

GM의 쉐보레 볼트 (사진=연합)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LG가 마음만 먹으면 전기차 한 대 뚝딱 만들 수 있다”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상징적 사례가 GM 볼트(Bolt)다. 볼트는 배터리, 전력변환 시스템, 전장, 전자부품, 디스플레이 등 핵심 기술 대부분이 LG그룹 계열사 기술로 구성된 차량으로, 단순 협력 모델을 넘어 사실상 ‘LG 기술 플랫폼 기반 완성차’에 가까운 구조였다. 

아우디·벤츠 전기차 역시 배터리, 전장, 조명, 디스플레이 등에서 LG그룹 기술 의존도가 높고, 폭스바겐과 현대차의 초기 전기차 모델들 또한 다수 핵심 부품을 LG 기술에 기반해 개발됐다. 지난해 벤츠 CEO의 방한 당시 LG그룹과의 긴밀한 회동 역시 이런 산업 구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LG는 완성차 시장(OEM)에 직접 진입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LG 역시 내부적으로 전기차 제조 시장 진출에 대한 검토를 거쳤던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OEM 시장은 경쟁 강도가 극단적으로 높고 투자 부담과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고객과의 경쟁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완성차 제조가 아닌, 고부가가치 B2B 기술 공급자로서 산업 전환기에 가장 효율적인 포지션을 택한 셈이다.

이렇게 계열사 전반이 풀스택 밸류체인을 가졌다는 점은 고객사 협상에서 어드밴티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 개의 핵심 부품을 각각 다른 기업에서 조달할 경우 기술 표준 차이, 시스템 호환성 문제, 개발 일정 관리, 품질 책임 분산 등 구조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나의 그룹 체계에서 통합 공급을 받는 것이 OEM에겐 더 나은 선택지"라며 "LG는 배터리, 전장 시스템, 통신·조명, 파워트레인까지 계열사 단위에서 밸류체인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 단순 부품 공급자가 아닌 ‘통합 솔루션 제공자’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략적 선택은 LG전자 VS(Vehicle Solutions) 사업본부의 실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2024년 말 VS사업본부는 매출 약 10조 6000억원을 기록하며 조직 개편 이후 연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영업이익은 개발비와 SDV 전환을 위한 R&D 투자 영향으로 약 1157억원 수준이었으나, 2025년 들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며 투자 성과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및 전장 부품 중심으로 분기별로 2조원 중후반대 매출을 꾸준히 유지 중이며 2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인 매출 2조 8494억원, 영업이익 약 1262억원을 달성했다. 3분기에는 매출 2조 6467억원, 영업이익 1496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영업이익률이 10% 미만이지만, 풀스택 공급 구조가 안착화되면 수주 규모와 함께 이익률 역시 정비례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수주잔고 규모가 약 100조원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실적 안정성과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수주잔고가 크다는 것은 장기 공급 계약 기반의 매출 전환 여력이 크다는 의미로, SDV 전장 수요 확대를 감안할 때 향후 매출 성장의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객사마다 기간이 다르게 잡히지만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통상 3년에서 7년 사이로 수주 텀을 설정한다. 2030년 전후로 LG전자 VS사업본부의 매출이 15조원 이상으로 현재 대비 5배 이상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LG관계자는 "전장 업계에서는 개발 완료 후 공급시점부터 매출이 발생한다. 현재 쌓여있는 잔고가 점진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