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 제강사 참여 여부가 구조조정 성패 가를 변수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국내 철근 생산능력 1·2위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잇따라 감산에 나서면서 수년간 이어져 온 철근 시장 공급과잉 구조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철근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주요 업체들이 생산능력 축소에 착수하며 시장 재편 가능성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현대제철은 인천공장에서 노사협의회를 열고 철근을 생산하는 90톤 전기로 제강 및 소형 압연 설비를 폐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당 설비는 연간 80만∼90만톤 규모로, 인천공장 전체 철근 생산능력 약 160만톤의 절반 수준에 해당한다. 현대제철은 앞서 보수 공사를 이유로 지난달 중순부터 이 설비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이번 설비 폐쇄로 인한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휴 인력은 고용을 유지한 채 노조와 협의를 거쳐 전환 배치 등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다만 노조는 인천공장 철근 설비 폐쇄에 반발하며 추가 투자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국제강도 수요 절벽 속에서 생산 조정에 나섰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여름 인천공장을 야간에만 가동했고, 12월에는 연산 220만톤 규모의 2개 라인 생산을 열흘간 전면 중단했다. 현재는 일부 라인만 가동하며 전체 생산능력을 약 100만톤 줄인 상태다.
그러나 주요 업체들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철근 시장의 공급과잉 해소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근 수요는 2022년 1050만톤에서 2023년 995만톤, 2024년 797만톤으로 줄었고, 2025년에는 11월까지 658만톤에 그쳤다. 국내 철근 생산능력이 1200만∼1300만톤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500만톤 이상이 초과 공급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철근 생산업체 8곳 가운데 나머지 6개 군소 제강사의 감산 참여 여부가 구조조정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생산 조절로 버틸 수 있지만, 설비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가동을 멈추는 순간 손실이 더 커지는 구조”라며 “감산 필요성에는 공감해도 실제 실행까지 이어지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공급과잉이 완화되기보다 업체 간 부담 격차만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철근을 중심으로 한 산업 구조 재편을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부는 지난해 11월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며 철근을 중점 대상으로 선정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지난 13일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철강 산업 구조 재편 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으며, 산업부는 올해 1분기 중 업체별 자율 조정 방안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철근 시장은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어 감산은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대응”이라며 “다만 일부 업체만 생산을 줄이는 방식으로는 시장 체질이 달라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업계 전반의 공감대 없이 버티기식 생산이 이어지면 가격 불안과 출혈 경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