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회 계열사 28곳 인사권 독점, 수직 지배구조 비리 근본 원인 지목
- 범정부 합동감사 3월 구축에도…"과거 실패 반복될까" 실효성 우려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특별감사에서 수십 건의 비위가 적발된 후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겸직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수십 년간 문제로 지적된 수직적 지배구조는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금융당국이 농협의 지배구조 문제를 인식하고 검사에 나선 지 오래됐지만,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며 계열사 28곳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3월까지 범정부 합동 감사 체계를 구축하고 이달 중 농협 개혁추진단을 출범시킬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과거 개혁 실패 역사를 고려하면 실효성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은 전날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국민과 농업인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강 회장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위기 수습이 아닌 농협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인적 쇄신도 약속했다. 이번 사안을 엄중히 받아들여 전무이사(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 상호금융대표이사, 농민신문사 사장 등 주요 임원들이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농협중앙회는 향후 중앙회장의 권한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인사와 경영 전반은 사업전담대표이사 등에게 위임하는 방식으로 운영 구조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구조적 개혁을 위한 기구도 신설된다. 농협은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중앙회장 선출 방식, 지배구조, 임원·조합장 선거 제도 등 그간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구조적 문제를 집중 점검한다. 개혁위원회는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고, 법조계·학계·농업계·시민사회 인사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농식품부가 꾸리는 농협개혁추진단과도 긴밀히 협력해 제도 개선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개인 책임 표명에도 불구하고 수직적 지배구조에 대한 구체적 개선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지난 8일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비위 의혹 65건을 적발했다. 감사에서는 성비위·배임 등 중징계 사안을 수사기관에 고발하지 않고 형식적 징계로 마무리한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났다. 농식품부는 개인 비리를 넘어 조직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으며,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가 비리 반복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다.
농협의 지배구조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체계로 구성된다. 이 구조에서 중앙회장은 계열사 28곳(금융 12곳, 경제 17곳)의 대표 인사권·예산권·감사권을 행사하며, 손자회사 격인 농협은행 인사에까지 실질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과거 농협금융지주 지배구조 검사에서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를 넘어 손자회사 격인 금융 계열사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적절한지 점검한 바 있다.
강 회장의 인사 개입 논란은 취임 초기부터 불거졌다. 2024년 3월 NH투자증권 사장 선임을 두고 강 회장이 '농협맨' 유찬형 전 부회장을 밀었지만,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윤병운 부사장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같은 달 7일 농협금융지주에 대해 지배구조 검사에 나서자, 중앙회는 물러섰고, NH투자증권은 윤 부사장을 신임 사장 후보로 확정했다.
비리 의혹도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경찰청은 강 회장이 협력업체로부터 1억원 넘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고, 강 회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농식품부 특별감사는 강 회장의 방만한 경영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강 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으로 약 1년 6개월간 560일 중 40일만 출근했지만 4억7300만원의 급여를 챙겼다. 이 같은 수직적 구조 아래 농협은행은 최근 5년간 800억원이 넘는 금융사고를 냈으며, 이 중 91%가 2024~2025년에 집중됐다.
한편, 농식품부는 38건에 대한 추가 감사를 실시하고 국무조정실·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감사체계를 3월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농협은 협동조합이라 조합원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돼야 하는데 지배구조 문제로 그렇지 못하다"며 "이달 중 농협개혁추진단을 구성해 입법 조치와 선거제도·지배구조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 농협 개혁이 번번이 실패한 역사를 고려하면 추진단이 지배구조 개편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감독 당국보다 중앙회 눈치를 더 보는 문화가 있는 편"이라며 "이번 범정부합동 감사가가 조직 문화 개선의 계기가 될지 주목되지만, 오랜 기간굳어진된 지배구조와 내부 문화에 근본적 변화가 올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