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 높은 시뮬레이션 시장서 독주 체제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전환과 함께 차량 개발·검증 시장이 급팽창하는 가운데, 글로벌 HIL(Hardware-In-the-Loop) 분야에서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구축한 dSPACE(디스페이스)가 매출 성장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비상장인데다 B2B 기업이라 대중에게는 낯설지만, 완성차·부품사 등 업계에서는 SDV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쥔 ‘숨은 알짜기업’으로 평가된다. dSPACE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부스를 마련하고 고객사를 만났다.
dSPACE는 독일에 본사를 둔 차량 개발, 검증 솔루션 전문 기업이다. 회사의 핵심은 자동차를 실제로 만들기 전에, 가상 환경과 실제 하드웨어를 결합해 차량 기능을 검증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차를 만들기 전, 차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미리 시험해보는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특히 차량 제어장치(ECU), 센서, 전력 시스템, 자율주행 기능 등을 실제 도로 상황과 유사하게 재현해 테스트할 수 있는 기술을 강점으로 갖고 있다.
dSPACE가 가장 잘 알려진 분야는 HIL(Hardware-In-the-Loop)이다. HIL은 실제 차량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실제 제어기를 연결해, 가속·제동·조향 같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시대로 오면서 차량 기능의 상당 부분이 소프트웨어로 구현되다 보니 검증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CES에서 dSPACE가 선보인 전시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구성됐다. 회사는 SDV 개발을 전제로 한 SIL–HIL 통합 테스트 환경을 중심에 놓았다. SIL(Software-in-the-Loop)은 소프트웨어만 놓고 테스트하는 단계이고, HIL은 여기에 실제 하드웨어를 연결해 검증하는 단계다.
전기차 확산에 대응한 기술도 공개됐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충전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 솔루션은 “배터리와 충전기가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가상 환경에서 먼저 점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레이더와 ADAS(운전자 보조 시스템) 기능을 검증하는 센서 테스트 기술, 차량 사이버보안 검증 솔루션도 함께 전시됐다. 복잡해지는 차량 구조를 하나의 시험 환경에서 통합적으로 검증하겠다는 전략이다.
HIL 및 차량 시뮬레이션 시장은 이미 소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보쉬(Bosch), 앱티브(Aptiv), Elektrobit, Emerson, IPG Automotive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가운데에서도 dSPACE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오랜 기간 축적된 실시간 시뮬레이션 기술과 폭넓은 제품군이 경쟁사 대비 강점으로 꼽힌다.
해당 시장은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비를 만드는 것에 더해 차량 전기·전자 구조, 제어 로직, 통신 네트워크, 안전 규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완성차·부품사와 함께 축적한 방대한 검증 데이터도 사업의 중요 자산이다.
때문에 해외와 국내에도 관련 스타트업들이 존재하지만 기성 업체를 누르고 점유율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현장에서 만난 손태영 dSPACE 한국지사 사장은 "이 분야는 고객사의 핵심 기술에 깊게 접근해야 하고 회사별로 각기 다른 복잡한 내부 사업 구조를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번 협력 관계를 맺으면 업체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dSPACE의 존재감은 크다. 현대자동차, 기아를 중심으로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SDV 및 전동화 개발 현장에서 dSPACE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표준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DV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dSPACE의 매출도 증가세에 있다. 지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dSPACE 한국지사의 매출은 2022년 192억원, 2023년 208억원, 2024년 339억원으로 매년 성장해 왔으며 지난해 예상 매출액은 346억원 수준이다.
dSPACE의 글로벌 연매출은 2023년 4억 유로(약 5800억~60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린 데 이어, 2024년에는 약 4억6000만 유로(약 6600억~670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SDV 전환이 본격화될수록 dSPACE 매출이 정비례해 늘어날 걸로 보고 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