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전기차 시장 점유율 52%에 그쳐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 현대차 뛰어넘었다
“가격 낮추기 전엔 수입 전기차 공세 막기 어려워”
[녹색경제신문 = 이현성 기자]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20만대 판매를 넘어서며 ‘캐즘’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켰다. 하지만 국산차 제조사는 웃을 수만은 없었다. 테슬라를 비롯한 수입차 제조사의 영토 확장이 돋보인 한해였기 때문. 정부는 전기차 보급에 제동이 걸리지 않도록 보조금 동결을 약속했지만, 국산차 제조사의 전기차 판매 확대를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전기차 보급대수는 2022년 16만4486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2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런데 지난 2025년 국내 전기차 신차등록 대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며 20만대를 돌파했다. 구체적으로 2024년 대비 50.4% 늘어난 22만897대로 연간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수요정체 시기를 지나 성장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크게 늘었다. 현대차는 2024년 대비 23.4% 늘어난 5만4034대, 기아는 6만820대 판매를 기록하며 46.9% 성장을 달성했다. 하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 보인다. 안방에서 수입 브랜드에게 쫓기는 신세에 처한 까닭이다. 지난 2025년 현대차그룹의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6% 포인트 하락한 52%에 그쳤다. 74%에 이르는 현대차그룹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한 수치다.
현대차그룹의 국내 전기차 시장 지배력이 줄어든 배경에는 테슬라가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는 국내 시장에서 5만9949대 판매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배 넘는 성장을 이뤘다. 모델 Y는 5만405대 판매를 기록하며 테슬라의 판매 실적을 견인했다.
업계에선 ‘잘 키운 모델 Y 하나 열 국산 전기차 부럽지 않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모델 Y를 등에 업은 테슬라가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를 5915대 차이로 제압했기 때문이다. 기아는 테슬라를 871대 차이로 간신히 따돌리며 자존심을 지켰다.
현대차·기아가 테슬라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통상 국산차는 수입차보다 저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에선 ‘국산차=합리적’이라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테슬라는 중국 생산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적용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반면, 현대차그룹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고집하며 가격에서 국산차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현대차·기아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긴 어려워 보인다. 테슬라가 주력 차종인 모델 Y RWD의 가격을 5299만원에서 4999만원으로 낮추며 국산 전기차와 가격 격차를 더욱 좁힌 까닭이다. 보다 저렴한 가격표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 제조사의 성장세도 무섭다. 지난해 BYD는 6158대 판매를 기록하며 한국 시장 데뷔 첫해 만에 수입차 판매순위 10위를 꿰찼다. 올해엔 소형 전기차 돌핀과 씨라이언 7 AWD를 들여와 화력을 키울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매년 100만원씩 줄였던 전기차 보조금을 동결한 것은 현대차·기아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성능과 배터리효율, 혁신기술, 가격 계수 등 조건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조건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올해 신설한 전기차 전환지원금 역시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 출고 후 3년 이상 경과한 내연차를 전기차로 바꾸면 최대 100만원을 추가 지급하는데, 보조금에 비례해 지원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테슬라와 BYD 등은 혜택 전부를 받기 어렵다.
물론 현대차·기아의 밝은 미래를 장담하긴 이르다. 테슬라를 비롯한 수입 전기차는 이전에도 보조금에 제약이 있었지만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지난해 테슬라의 판매량이 이를 방증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국내 소비자가 높은 상품성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LFP 배터리 적용을 주저하고 있다”며, “앞으로 전기차 시장은 합리적인 가격이 더욱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도 정부 보조금에 기대기보단 판매 가격 자체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성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