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신년사에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녹색경제신문 = 이현성 기자] 새해를 앞두고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신년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현대차그룹은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미국발 관세 여파를 극복하며 잠깐 미소를 띠었지만, 곧 소프트웨어 중심차(SDV) 전환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더딘 모습을 보이며 다시 긴 어둠의 터널로 진입했다. 과연 정 회장은 2026년 신년사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지난 5년 간 신년사부터 되짚어봤다.
2021년, “신성장동력 앞세워 미래로”
2021년 정 회장은 1월 4일 이메일을 통해 신년사를 송부했다. 당초 온라인 생중계로 신년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신년회 전날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발생한 협력업체 직원 사망 사건을 의식해 서신으로 대신했다. 당시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로 만든 아이오닉 5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이를 고려해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신성장동력으로 대전환’을 강조했다. “수소연료전지 기술과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로 가속력이 붙은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 상용화 등 미래 먹거리 마련도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2년, “새로운 가능성을 현실로”
2022년 1월 3일, 정 회장은 그룹내 자체 구축한 메타버스 ‘라이브 스테이션’ 무대에서 영상을 통해 새해 인사말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기울여 온 노력을 가시화하여 가능성을 고객의 일상으로 실현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자율주행 레벨 4 기술을 탑재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아이오닉 5 기반 자율주행차 시험 주행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보행 로봇 ‘스팟’의 본격 상용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업계는 지난 2021년이 새로운 가능성이 무엇인지 살피고 전략을 짜는 시간이었다면, 2022년은 미래사업 영역에서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2023년, “위기를 기회로”
2023년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산실 남양연구소를 신년회 장소로 정했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한 신년회였다. 오랜만인 대면 신년회답게 기존 틀에서 벗어나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을 택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 회장의 도전 정신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하늘색 니트와 면바지 차림으로 나선 정 회장은 직원들과 농담도 주고 받으며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 짙은 먹구름이 예상됐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여파에 금리와 물가가 상승하고 환율 변동폭도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지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방법으로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을 제시했다. “전동화, 소프트웨어, 신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끊이없이 도전하고,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2024년, “같이하는, 가치있는 시작”
2024년 1월 4일 정 회장은 완공을 앞둔 국내 최초 전기차 전용공장인 기아 오토랜드 광명을 찾았다.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톱3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현대차그룹의 목표가 본격 시작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2023년 현대차그룹은 어려운 경제 상황과 세계 주요 국가들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도 견조한 판매실적을 지속했다. 2024년 역시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가 불보듯 뻔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안정적인 상황은 도리어 정체와 도태를 부른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변화하다 보면 큰 난관에도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체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같이하는, 가치있는 시작’이라는 2024년 신년사 주제를 내세우며, 임직원 모두가 함께 변화할 때만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피력했다.
2025년, “열심히 뛰는 자에게 기회를”
2025년 신년회는 고객에게 그룹의 비전을 제시하는 공간인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렸다. 정 회장은 새해 메시지를 시작하며 “우리는 지난 한 해 많은 것을 이루었다. 여러분 모두의 부단한 노력 덕분”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후 흐름은 2023년, 2024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변화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국적, 성별, 학력, 연차와 관계없이 오로지 실력있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창의적이고 열성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말을 덧붙였을 뿐이다.
지난 5년 간의 정 회장 신년사를 돌이켜보면 2022년 이후 핵심 메시지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의 창창한 미래를 제시하기보단, 낮은 자세로 위기 극복 역량을 강조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말이 앞서는 일론 머스크와 달리 무엇보다 신뢰를 중요시하는 정 회장의 경영 철학이 엿보인다.
그런데 오는 2026년 신년사에선 조금은 진취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건 어떨까? 자율주행 기술이 조금 느리긴 해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수소연료전지 기술과 로보틱스 등 앞선 기술도 있다고. 도심항공모빌리티 역시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열심히 달리는 중이라고. 경각심을 가지는 건 너무나 중요하지만, 그룹 총수가 자꾸 위기를 강조하다 보면 임직원의 사기가 꺾이기 마련이다. 주주 또한 마찬가지. 정 회장의 2026년사가 파격적이기를 바라는 이유다. 설령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도.
이현성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