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경쟁력・기업 인수 내세운 중국의 경제 위협, 기술 혁신만으로 역부족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지난 20여 년 동안 독일과 중국은 일명 ‚하늘이 내린 환상적 경제적 커플’이라 불릴 정도로 각국의 경제 성장과 무역 호황에 상호 기여한 긴밀한 교류 파트너였다.
그동안 독일은 경제 자유주의(economic liberalism) 원칙의 최대 옹호국이었다. 저관세, 무역 장벽 간소화, 기타 보호주의 정책 철폐해 중국 시장 접근성을 확보하는 대가로, 중국 본토로 제조업 기술 및 기계 설비 기술을 이전하는 해외이전(off-shoring) 투자 전략으로 독일 브랜드 가치를 활용 이윤을 창출하는 오늘날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세계 1위 산업 대국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했다.
중국의 제조업계는 최근까지 대 독일은 물론 유럽 경제블록을 상대로 한 무역 관계에서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과 생산가, 중국 위안화 약세, 중국 공산당의 재정 후원을 등에 업고 유럽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발 빠른 기술 추격으로 사실상 유럽의 제조업 기술을 압도하는 위협적 존재로 부상했다.
최근 들어 독일의 제조업계와 정치가들은 중국과의 국경 없는 자유로운 무역으로 인해서 독일의 경제적 입지가 위태로와진 것이 아니냐며 자문하기 시작했으며, 중국은 더 이상 독일과의 교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막강한 경제적 강국이 됐다고 평가하고 그동안의 긴밀했던 독-중 간 경제 무역 동반자 관계에서 탈피하고 싶어한다고 미국의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WSJ)‘가 12월 14일 자 기사에서 보도해 주목된다.
독일 정치 지도자들과 경제계 인사들은 독일과 중국 간 무역 관계는 불균형 상태에 다다랐다고 판단하고 중국과의 경제 무역적 ‚디커플링’ 즉, 중국과의 결별을 원하고 있으며 구체적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분석한다.
독일과 중국 간의 무역 관계가 정치적 차원에서 삐거덕대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때는 올여름부터다.
지난 7월 10일, 독일 정부는 미국 정부의 보안 경고 요청을 수용해 독일 도이치텔레콤 등 주요 통신사들이 사용 중인 중국산 화웨이와 ZTE 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 및 부품을 오는 2029년까지 모두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해 독일이 유럽산 제품 구매를 우선시하는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보호주의 경제 정책으로 본격 선회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이어서 올가을인 10월 24일, 요한 바데풀(Johann Wadephul) 독일 외무장관은 희토류 공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0월 27~28일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출국 사흘 전 갑자기 여행 일정을 연기하며 두 나라 간 관계가 긴장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연방 총리는 獨 국방부와의 협력으로 8월 27일 국가 안보위원회(Nationaler Sicherheitsrat)를 새로 발족하고 위원회 회의 연설에서 중국의 산업용 핵심 광물들에 대한 공급망 장악은 독일 제조업계에 전략적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며 이에 산업 원자재 공급망 다각화를 서둘러야 하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서 메르츠 장관은 최근인 11월 초, 고전하는 독일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품 철강에 대한 관세 인상 및 CO2 배출 규제 목표를 상향하는 등 보호 무역주의 정책을 펼칠 의사를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경제와 최신 신기술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선두 지위를 놓고 격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연합의 최대 제조업 국가인 독일은 미국과 중국 두 패권국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 모색을 위해 갈팡질팡하고 있는 형국이다.
독일의 제조업계는 유럽 경제블록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고비용 저효율 상황 속에서 유럽에 진출해 있는 중국 기업들의 평균 20% 저렴한 중국산 제품과 항상 경쟁해야 하는 형편이다.
한편, 유럽 시장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은 우수한 가격 경쟁력으로 제품을 판매한 이윤과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특수 첨단 기술 확보, 유럽 시장 접근, 브랜드 인수를 목표로 독일 기업을 인수 흡수하는 전략을 취한다
독일의 정치인들은 이 같은 중국 정부의 배후 독일 기업 투자 및 시장 잠식 전략은 비공정 비즈니스 관행이라고 비난하지만, 현재 많은 독일 기업들은 중국 본토에서 기업 투자 및 사업을 계속하고 있어 당장 독-중 간 무역 ‚이혼’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이 대중국 관계에서 자국 경제 보호 위주로 정책을 선회할 경우 독일의 장기적 경제 발전에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어 중대한 딜레마에 당면한 독일이 향후 미국과 중국 각각과 어떤 경제 관계를 정립할지 예의 주시된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