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호실적 앞 작아지는 내부통제…'연임 무풍지대'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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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호실적 앞 작아지는 내부통제…'연임 무풍지대'의 그늘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 승인 2025.11.21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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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사고…내부통제는 여전히 후순위
실적 중심 연임의 한계…이제는 기준 바꿔야 한다

연말 인사 얘기가 나올 때마다 업계 사람들은 거의 자동처럼 같은 말을 꺼냅니다. “실적은 좋은데요.” 올해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증시 활황 속에 주요 증권사들이 사상급 실적을 쏟아내면서 CEO들의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김성환 대표 체제에서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9800억원, 당기순이익 1조6700억원을 달성하며 업계 최초 ‘2조 클럽’ 진입이 무난하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NH투자증권, DB증권도 비슷합니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순이익 7481억원, 영업이익 1조23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29.7%, 36.6% 늘었습니다. 3분기 단일 분기만 놓고 보면 순이익이 83.8%, 영업이익이 107.9% 급증했습니다. DB증권도 영업이익 1010억원, 순이익 829억원으로 각각 92.5%, 85.3% 증가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연임이 왜 문제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해되는 흐름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실제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실적만 좋으면, 웬만한 문제는 다 덮이는 구조가 정상인가?”

올해만 봐도 그렇습니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DB증권 등에서 횡령·배임·미공개정보 이용 등 내부통제 사고가 연이어 터졌습니다.

DB증권에서는 직원이 9년에 걸쳐 355억원 규모의 ‘상품권 깡’을 지속했고, 그 사이 내부감사가 두 번이나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적발되지 않았습니다. NH투자증권은 고위 임원이 2년 가까이 수십억원대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에서는 지점 직원이 수개월 동안 고객 자금을 수억원대 규모로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게 정말 개인의 일탈이기만 한가?”

금융당국은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겠다며 ‘책무구조도’를 만들고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연임 심사 테이블에서는 내부통제가 여전히 ‘참고용 변수’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회사들은 늘 “개인의 일탈을 100% 막을 수 없다”고 설명하지만,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여러 해, 여러 조직에서 반복된다면 이는 개인 문제를 넘어 구조 문제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고가 터진 뒤에야 움직이는 ‘사후 대처형’ 구조입니다. 초기에 이상 징후를 잡아낼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위법 가능성 확인 시 즉각 직무 배제·강력 징계로 이어지는 선제적 체계는 여전히 취약합니다. 결국 불완전판매, 미공개정보 이용, 소비자 피해는 이 후순위 구조의 연장선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연임 심사에 내부통제·소비자보호 지표를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실적이라는 단일 기준에 의존한 연임 구조가 불러온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취지입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의 말은 이 구조적 문제의 핵심을 짚습니다.

“예전엔 횡령 금액을 변상하면 고발도 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 이런 문화가 사건을 키워왔다.”

“실적 중심 문화가 고착화되면서 내부통제 리스크가 경영진 평가·연임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연임의 사실상 유일한 기준이 실적이 되는 순간, 임원들은 구조적으로 단기 실적에 쏠리게 됩니다. 그 그림자 뒤로 밀려난 것이 바로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입니다.

“몇 조원의 실적이 수십억대 사고를 덮는 명분이 될 수 있느냐.”
“경영진 연임이 회사의 이익 극대화 하나만으로 결정돼야 하느냐.”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둔 지금, 증권업계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입니다.

답을 회피한 채 다시 ‘호실적 무풍지대’로 돌아간다면, 바늘도둑을 소도둑으로 키운 문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정수진 자본시장부 기자

여의도 전경
여의도 전경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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