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뉴로모픽 등 차세대 포트폴리오 설계에 핵심 될 것으로 관측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삼성전자가 종합기술원(SAIT, 이하 종기원) 원장에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를 영입하면서, 종기원 역시 대대적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그간 겸직 혹은 전관예우, 내부 승진 케이스 등이 관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 인사라는 평가인데, 종기원이 삼성그룹 'M&A 빅 트리' 안에서 신사업 아이디어 뱅크 최전선으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1일 삼성전자는 2026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전영현 부회장의 SAIT 원장 겸직을 해소하고, 박홍근 하버드대 화학·물리학 교수를 SAIT 원장(사장)으로 신규 선임했다고 밝혔다.
기존 종기원 원장들이 대부분 DS 부문장 겸직 또는 내부 인선이었던 것과 대비되는 인사다. 그동안 종기원장은 DS부문장이 함께 맡거나,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난 뒤 종합기술원 관련 위촉업무로 이동하는 경로가 반복돼 왔다.
경계현 전 사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부문장·종기원장을 맡다가, 지난해 인사에서 미래사업기획단장 겸 종기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기남 회장 역시 DS부문장 겸 종기원장을 지낸 뒤 지난 2021년 DS부문장을 내려놓고 종기원 회장으로 승진했다. 권오현 전 회장도 지난 2017년 DS부문장·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종기원 회장으로 경영 자문 업무를 수행했다.
2020~2021년 종기원장을 맡은 학자 출신 황성우 원장이 있지만, 종기원에서 장기간 근무한 뒤 승진한 케이스라 '내부인선'이라고 보는 게 맞다.
다만 이번엔 구도가 다르다. 파격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외부 석학인 박 교수를 SAIT 수장에 앉힌 것이 종기원을 중장기 신사업의 ‘아이디어 뱅크’이자 기술 전초기지로 삼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홍근 신임 원장은 하버드대 화학·물리학 교수로, 양자 광전자(quantum optoelectronics), 나노바이오 인터페이스, 양자 센싱·제어를 연구해온 양자나노 분야 권위자다. 단일 분자 트랜지스터, 2차원 소재 상전이, 세포·신경세포를 직접 읽는 나노 전극 등의 연구로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선 그의 연구 이력을 토대로 ▲양자컴퓨팅·양자 센싱 칩 ▲뉴로모픽 반도체 ▲의료·바이오용 나노 센서 등 삼성의 차세대 포트폴리오에 대형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자컴퓨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눈여겨 보고 있는 섹터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인간의 뇌를 모방해 칩 내부에서 기억과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차세대 반도체다. 향후 온디바이스 AI의 핵심 기술 축이 될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메모리반도체·파운드리 등 현재 사업 축은 사업지원실 주도로 지속적인 투자가 진행되는 동시에 AI 시대의 '기술삼성' 패권을 되찾기 위한 미래 사업을 꾸리는 역할에 종기원이 아이디어뱅크로 무게감이 실릴 것이란 해석이다.
삼성과의 연구 협업도 이미 이어져 왔다. 박 신임 원장은 지난 2021년 함돈희 삼성종합기술원 펠로 겸 하버드대 교수, 황성우 당시 삼성SDS 사장, 김기남 전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함께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논문을 공동 발표해, 뇌 신경망 구조를 반도체에 구현하는 뉴로모픽 소자 개념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박홍근 삼성전자 SAIT 원장(사장)은 25년 이상 화학, 물리, 전자 등 기초과학과 공학 전반의 연구를 이끌어 온 글로벌 석학"이라며 "향후 나노 기술 전문성 및 학문간 경계를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양자컴퓨팅, 뉴로모픽 반도체 등 미래 디바이스 연구를 주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슬예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