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 공시 요구 강화로 외형 관리체계 확대, 실제 현장 안전은 악화
- 전문가 "관리체계 도입 넘어 실제 작동 여부 확인해야"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은 국내 대기업이 늘었지만 산업재해는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의 인증 비율은 83.5%까지 치솟았으나, 이들 기업의 산재 감점 건수는 전년 대비 78% 늘었다. 안전보건 인증률이 54.1%, 정보보호 인증률이 32.0%로 상승했지만 산재 차감 건수는 88건에서 148건으로 68% 증가했다.
서스틴베스트가 17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ESG 평가 결과에 따르면, 상장사 1068개와 비상장사 231개 등 총 1299개 기업의 사회 영역 관리체계 지표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률은 57.9%에서 83.5%로 25.6%포인트(p) 상승했다. 정보보호시스템 인증률도 48.3%에서 62.7%로 14.4%p 올랐다. 공급망 ESG 평가를 실시하는 2조원 이상 기업 비율은 49.9%에서 55.6%로 5.7%p 늘었다.
투자자와 규제당국의 ESG 공시 요구 강화가 인증 확대를 이끌었다. 기업들은 ISO 45001(안전보건), ISO 27001(정보보호) 등 국제 표준 인증 취득에 나섰다. 협력사 대상 ESG 평가 체계도 구축했다. ESG 평가 등급이 자금조달 비용과 직결되면서 대기업들은 외형적 관리체계 확대에 주력했다.
그러나 현장 안전은 뒷걸음질쳤다. 2조원 이상 대기업의 산업재해 차감 건수는 74건에서 132건으로 78% 급증했다. 전체 기업도 148건으로 전년(88건) 대비 68% 늘었다. 현대건설, 현대차, 포스코이앤씨는 본사와 종속회사 산재로 최대 60점을 차감받았다. 정보보호시스템 인증 보유 기업이 늘었음에도 정보유출 사고는 오히려 증가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관리체계와 실행력 간 괴리를 지적했다. 그는 "관리체계의 양적 확대가 곧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류 대표는 "겉으로 보이는 ESG에만 치중하면 현장 안전 관리의 실효성이 약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재해와 정보보호는 기업의 핵심 ESG 리스크"라며 "관리체계 도입만으로는 충분한 예방과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투자자 관점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는 이제 관리체계 존재 여부보다 실제 작동 여부를 확인하려 한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기업은 정량적 성과 공시를 넘어 현장 실행력을 보여주는 구체적 운영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증 취득에 그치지 않고 실제 안전사고 예방과 정보보호 강화로 이어지는 실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서스틴베스트는 이번 평가에서 우수 기업도 선정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 영역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상장사 100개를 '2025년 하반기 ESG Best Companies 100'으로 뽑았다. 자산 2조원 이상 50곳에는 현대홈쇼핑, 현대백화점, 유한양행 등이 포함됐다. 5천억~2조원 미만 30곳에는 HK이노엔, 현대그린푸드, 동아ST 등이, 5천억원 미만 20곳에는 동일고무벨트, HD현대에너지솔루션, MNC솔루션 등이 선정됐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