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이학수, 이재용의 박학규…삼성전자 인사태풍 키워드는 '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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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이학수, 이재용의 박학규…삼성전자 인사태풍 키워드는 '야성'
  • 조영갑 기자
  • 승인 2025.11.11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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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호 용퇴로 삼성 2인자 등극, 대대적 체질 개선 예상
잃어버린 10년 청산하고, 공격적 투자로 야성 회복 과제

[녹색경제신문 = 조영갑기자] 이재용 회장에 이은 사실상 2인자로 삼성전자를 이끌어 온 정현호 부회장이 용퇴하고, 박학규 사장(사업지원실장)이 그 자리를 채우면서 삼성발 인사태풍이 업계를 휘감고 있다. 

10년 가량을 끌어온 이재용 회장의 리걸리스크가 막을 내린 가운데 업계에서는 박 사장 주도 하에 '뉴 삼성전자'의 환골탈태 작업이 시작되리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 부회장이 골문을 지키는 센터백이었다면, 박 사장은 이재용 회장을 도와 삼성의 야성을 되찾는 '공미(공격형미드필더)'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평가다. 

박학규 사장(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임시 조직이었던 사업지원TF를 상설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설치하고, 첫 수장으로 박학규 사장(사업지원실장)을 선임했다.

정 부회장은 이 회장의 보좌역으로 위촉업무를 변경했다. 박 사장을 보필할 핵심 인물로 최윤호 사장(전략팀장), 주창훈 부사장(경영진단팀장)을 선임했다. 문희동 부사장은 인사 총괄 People 팀장으로 선임됐다. 

인사의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박 사장으로 몰린다. 1964년 생인 박 사장은 청주고,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KAIST 경영과학 석사 과정을 거쳤다.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 해외관리그룹, 전략기획실 사업지원팀 담당임원,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 삼성SDS 사업운영총괄, DS부문 경영지원실장 등을 거쳤다. 고(故)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현 회장을 보필하며, 총애를 받는 인물로 꼽힌다. 기본적으로 재무전략통이지만, 테크에 대한 지식도 해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삼성그룹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대단히 날카롭고, 꼼꼼한 일처리로 정평이 나 있는 명석한 인물”이라면서 “이건희 선대 회장 시절 이학수 부회장이 대내외적 존재감을 과시했다면 이재용 회장의 뉴 삼성에는 박학규가 그런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다. 

박 장으로 상징되는 인사의 키워드는 '야성'이다. 이 회장이 약 10년 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리걸리스크에 시달리면서 대표할 만한 경영성과를 내지 못한 부진의 시기를 털고, 공격적인 뉴 삼성의 기수가 될 전망이다. DS와 DX 재무전략을 모두 경험해 본 박 사장이야말로 이 회장의 광폭 행보를 서포트할 최적임자라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이 회장의 얼굴을 보라. 지난해에 비교하면 매우 밝아지고 자신감도 가득 차 있는 얼굴 아니냐"면서 "정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보수적인 재무 기조를 유지하는 관리의 삼성 대명사였다면, 7월 대법원 판결 이후 환골탈태의 아이콘이 된 박 사장은 '1등 삼성, 기술의 삼성' 자존감을 회복하는 돌격형 리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장선에서 사업지원실의 역할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정 부회장 시절 TF의 방점은 투자 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찍혀 있었지만, 박 사장의 사업지원실은 삼성전자를 축으로 삼성 그룹 전반의 투자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가다듬을 가능성이 크다. 

정 부회장, 박 사장과 함께 스리톱 팀이었던 최윤호 부사장을 전략팀장으로 배치한 것 역시 같은 궤다. 박 사장이 거시 부문에 혜안이 있다면, 최 부사장은 미시 전략에 강점이 있는 인물이다. 큰 그림은 박 사장이 그리고 최 부사장이 내용을 채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힘이 쏠리는 구조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일선 복귀도 점쳐지고 있다. 이 회장의 정 부회장 신임이 여전한데다 자신감을 되찾은 이 회장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등기이사로 복귀하면 경영TF 식의 별동대 조직을 꾸려 정 부회장에 맡길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대형 인사가 났음에도 여전히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는 완결이 됐지만, 이제 남은 것은 이 회장의 그룹사 지배력 강화"라면서 삼성물산, 삼성생명을 통해 간접 지배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십을 강화하는 숙제를 또 다시 정 부회장에게 맡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른바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개정안이 법안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 삼성전자 지분 가액평가를 현재가로 바꾸고, 총자산의 3%만 남기고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약 10% 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회장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식으로 전자를 간접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생명, 화재 지분을 상당량 매각해야 한다면 그만큼 지배력 약화를 피하기 힘들다. 결국 삼성물산이 이 물량을 받아야 하는데, 이 역시 주가상승에 따른 거대 재원 및 지주사 규제 등의 허들이 남아 있다. 사법 리스크를 관리하고 돌파한 정 부회장이 재차 중용될 수 있는 여지다. 

당장 재계에서는 사업지원실 주도의 대형 투자 내지는 M&A의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정 부회장 주도의 사업지원TF가 HBM 투자 실기로 시장 격차를 만들어 낸 점을 고려하면 박 사장은 이를 뒤집을 반전 카드를 노릴 수 있다. 박 사장은 로보틱스와 피지컬AI 부문에 관심이 큰 걸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종속회사로 편입된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 역시 박 사장과 故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의 입김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삼성의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피지컬AI와 파운드리 투자가 핵심이 뉴 삼성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면서 "특히 파운드리의 경우 패키징, 테스트 역량이 핵심인데 대만 TSMC와 세계 1위 패키징 기업 ASE의 사례 처럼 삼성전자 DS 역시 패키징 후공정 역량을 위한 공격적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갑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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