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포스 행사 현장에선 과거 '이건희 편지 3가지 바람' 공개
- 정의선 "자동차에서도 더 많은 게임을 할수 있게 꼭 하겠다"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글로벌 AI(인공지능) 혁명'을 이끌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5년 만에 한국을 찾아 30일 저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치맥(치킨+맥주) 회동'을 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이날 세 사람은 시민들과 어울리고 시종일관 '화기애애' 했다.
그렇다면 세 사람은 이날 어떤 일이 있었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살펴보자.
세 사람은 이날 오후 7시 26분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깐부치킨' 매장에서 만났다. 10분 전 도착한 젠슨 황 CEO는 이재용 회장과 포옹으로 인사했다. 젠슨 황 CEO는 검은 가죽 재킷 차림이었고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흰색 니트, 반팔 셔츠의 편안한 복장을 했다.
치킨집 앞에는 세 사람을 보기 위해 1000여 명의 시민들과 취재진이 몰렸다. 경찰은 안전을 위해 폴리스라인을 세웠다. 세 사람이 '깐부치킨'에서 치맥 회동한 모습에 대해 'AI 깐부 동맹' 결의 현장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의 신형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Spark)'에 사인을 해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에게 선물했다. 'DGX 스파크'에는 삼성전자의 고성능 반도체(SSDPM9E1)가 탑재돼 있다. 박스에는 "우리의 파트너십과 세계의 미래를 위해(TO OUR PARTNERSHIP AND FUTURE OF THE WORLD)"라고 적었다.
또 딸 매디슨이 준비한 일본 위스키 25년도 선물했다. 젠슨 황 CEO에게는 아들 스펜서와 딸 매디슨이 있는데 두 사람은 현재 엔비디아에 근무 중이다. 젠슨 황 CEO는 일본의 유명 주류업체 산토리의 하쿠슈 증류수에서 만든 위스키를 꺼내고 즉석에서 사인을 한 뒤 선물했다.
창가 자리에 앉은 세 회장은 악수 후 맥주잔을 부딪치며 건배했다.
테이블에는 사전 주문한 치즈볼과 치즈스틱, 순살과 뼈 치킨 각각 1마리씩 2만원대 메뉴가 준비됐다. 젠슨 황 CEO는 맥주 한 모금을 마신 뒤 고개를 흔들며 "와우"라고 감탄했다.
세 사람 옆 좌석에 앉은 다른 손님 중 한 명이 젠슨 황 CEO에게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폭탄주를 건넸다. 그러자 이재용 회장도 한 잔 더 부탁해 '소맥'을 마셨다.
젠슨 CEO는 가게 내부 손님들을 향해 "뉴스가 있다. 1차는 이들이 쏜다(I have a news. They’re buying all of our dinners tonight)"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 측이 약 180만원을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정의선 회장이 곧장 "2차는 제가 사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재용 회장이 "'치맥' 먹는 거 한 10년 만인 거 같아요"라고 말하자, 정의선 회장은 "난 자주 먹는데"라며 웃었다.
이들은 자신을 찾아온 어린이에게 기념 사인도 해줬다. 이재용 회장은 '효자 되세요'라는 문구와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정의선 회장도 사인을 남겼다.
젠슨 황 CEO는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에게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CEO는 이날 가게 앞에서 "저는 치킨을 정말 좋아하고 맥주도 좋아한다. 특히 친구들과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깐부'는 그런 자리에 딱 맞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깐부'는 친한 친구, 동료, 혹은 짝꿍이나 동반자를 뜻하는 한국어 은어다. 넷플릭스 드라마 히트작 '오징어게임'에서 "우리는 깐부잖아"라는 대사와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엔비디아 측은 약 10일 전 깐부치킨을 찾아 4명 테이블 7개를 예약했다고 한다. 다만 누가 방문할지는 밝히지 않은 채 연락처만 남겼다. 29일 오후 젠슨 황 CEO와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이 방문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06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에서 처음 개점한 깐부치킨은 2021년 넷플릭스 드라마 히트작 '오징어게임'으로 전국으로 체인점을 확대하는 등 대박이 난 데 이어 또 다시 회장님 치킨으로 대박을 치게 됐다.
이재용 "좋은 날 아니에요? 관세도 타결되고...살아 보니까 행복이라는 게 별것 없어요"
세 사람은 저녁 8시 40분경 한 차를 타고 가게를 떠났다. 이재용 회장은 자리를 떠나기 전 "좋은 날 아니에요? 관세도 타결되고 살아 보니까 행복이라는 게 별것 없어요. 좋은 사람들끼리 맛있는 거 먹고 한잔하는 게 그게 행복"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도 "정부 분들이 너무 고생하셔서 (관세 협상 타결에) 감사드린다"며 "이제 우리가 잘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도 한미 관계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 사람의 회동은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의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로 이어졌다. '지포스'는 엔비디아가 1999년 처음 내놓은 GPU(그래픽처리장치)로 게임용으로 사용된다. '지포스'는 한국에는 2000년 출시됐다.
젠슨 황 CEO는 이날 무대에서 "어렸을 적 한국에 온적이 있다"며 "지포스는 한국과 함께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모든 걸 수출하고 있다"며 "K팝, K드라마, K뷰티, K스타일, 그리고 K지포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떄는 작은 회사였지만, 다시 돌아온 지금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됐다"며 "여기에 많은 엔비디아 투자자가 있다"라고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환호가 쏟아지마 '고맙다(Thank you)'라는 말을 5번 외치기도 했다.
젠슨 황 CEO는 "지포스가 없었다면, PC게임이 없었다면, (한국의) PC방이 없었다면, E스포츠가 없었다면 지금의 엔비디아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포스 덕분에 AI 혁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한 젠슨 황 CEO는 "AI는 역대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로 이는 세계가 지금까지 경험한 가장 거대한 기술 산업이 될 것이며 오늘날보다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젠슨 황 CEO는 "치맥을 함께한 친구"라며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을 무대로 소개했다. 젠슨 황 CEO는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무대에 오르자 하이파이브와 포옹을 했다. 그는 "한국에는 세계 최고의 치킨이 있다. '소맥(소주+맥주)'도 최고"라고 말했다.
젠슨 황 CEO는 과거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과 맺은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1996년에 한국에서 편지 한 통을 이메일이 아닌 우편으로 받았다"며 "아주 아름답게 쓰여 있었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이 편지에는 '한국에 대한 비전(vision)'이 적혀 있었다"고 편지 내용을 소개했다.
젠슨 황 CEO가 받은 편지에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당부한 3가지 바람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 내용은 "첫째,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뒤처지지 않도록 모든 사람과 가정을 광대역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싶다. 둘째, 한국에 도입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비디오 게임이며, 셋째 세계 최초의 비디오 게임 올림픽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젠슨 황 CEO는 "믿을 수 있겠냐, 이 편지가 바로 내가 한국에 온 이유"라며 "이렇게 한국은 처음부터 우리 회사(엔비디아)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엔비디아의 성공을 가능하게 해주셨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 놀라운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를 잡은 이재용 회장은 먼저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아요"라고 뼈가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전도사로 유명하다.
이재용 회장은 "25년전 엔비디아는 삼성반도체 GDDR D램을 써서 '지포스 256'라는 제품 출시했다"며 "그때부터 양사의 협력이 시작됐고, 젠슨과 저의 우정도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엔비디아가 삼성의 중요한 고객이고 전략적인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젠슨이 제 친구라서 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 젠슨은 이 시대 최고의 이노베이터, 존경하는 경영진"이라며 "정말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친구"라고 강조했다. 또한 "젠슨은 꿈도 있고, 배짱도 있고, 제일 중요한 건 정이 많은 친구"라고 칭찬을 했다.
정의선 회장은 "생긴 건 (제가 나이가 더) 들어보여도 (젠슨 황과 이재용 회장) 두 분 다 형님이시구요"라며 농담을 던졌다. 정의선 회장은 "미래엔 엔비디아칩이 차로 들어와서 더 많이 협력할 것이고, 앞으로는 자동차에서도 더 많은 게임을 할수 있게 꼭 하겠다"면서 "엔비디아도 현대차도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엔비디아는 한국의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과 'AI 동맹'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SK, 현대차 등에 수조원 규모의 AI칩을 공급한다는 것.
4대 그룹 출신 관계자는 "젠슨 황 CEO가 15년만에 한국을 방문해 'AI 혁명'의 글로벌 리더로서 위상을 과시하게 됐다"면서 "'치맥회동'으로 '깐부'가 된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을 대동하고 지포스 25주년 행사장에 나타난 모습은 역사적인 현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