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 기술력 앞세운 K-조선 수주 확대 기대
트럼프 정부 보복 경고에 불확실성 상존, 해운사 부담은 가중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운 탄소세 도입 논의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주목하고 있다. IMO가 17일 ‘넷제로 프레임워크’ 채택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찬성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반대가 맞서면서 국제 해운 질서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IMO는 14일부터 17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제2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임시총회를 열고 해운 부문 탄소중립 이행안을 논의하고 있다.
논의의 핵심인 해운 탄소세는 5000톤 이상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초과분에 대해 1톤당 100~380달러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IMO는 안건이 통과되면 2027~2028년에 걸쳐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조선업계는 이번 제도 도입이 친환경 선박 수주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급증하고, 암모니아·수소·메탄올 등 대체연료 추진선 발주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교체는 단기적인 수주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선점할 기회”라며 “한국 조선사들의 친환경 기술이 빛을 발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이미 친환경 선박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암모니아 추진선 오염수 처리장치와 독성 위험구역 설정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고, 한화오션은 대만 양밍해운으로부터 LNG 이중연료 추진선 7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도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 추진 원유 운반선의 기본 인증을 확보하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 같은 기술 우위는 중국 조선업과의 격차를 벌리는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중국 선박에 대해 톤당 50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고 2028년까지 140달러로 단계 인상하기로 하면서, 중국 조선소의 글로벌 점유율은 지난해 74.5%에서 올해 3분기 58.8%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 조선소의 점유율은 13.3%에서 25.9%로 상승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가능성은 변수로 남는다. 미국 국무부·에너지부·교통부는 최근 공동 성명을 통해 “IMO 제안을 명백히 거부하며, 찬성국 선박의 미국 입항을 제한하거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미국의 이익을 해치는 어떤 국제 환경 협약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국내 해운사들은 이번 IMO 탄소세 도입으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국내 선사들의 친환경 선박 비중은 약 5.9%에 불과해, 탄소 배출 초과분에 대한 벌금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해운사들은 노후 선박 개조 및 신규 친환경 선박 발주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운 탄소세는 조선산업 전반에 친환경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만 미국의 보복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발주 심리가 위축될 수 있어 시장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선박 관련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폐선 및 교체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다만 트럼프 정부가 구체적인 보복 조치를 예고한 만큼, 조선·해운업계 모두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