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여성복 브랜드 ‘아이잗바바’, ‘지고트’, ‘더아이잗’으로 잘 알려진 중견 패션기업 바바패션이 도덕적 해이와 불투명한 지배구조 논란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최근 공개된 감사보고서에는 겉으로는 실적이 개선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문인식 회장 개인을 중심으로 한 불투명한 자금 운용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바패션은 1998년 문 회장이 창립해 2000년대 들어 여성복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아이잗바바’와 ‘지고트’는 한때 백화점 여성복 매출 상위권을 차지했고, ‘JJ지고트’와 ‘더아이잗 컬렉션’ 등 세분화된 브랜드로 소비자층을 넓혔다. 이후 프랑스 ‘썬쿠’, 벨기에 ‘에센셜’, 이탈리아 ‘파비아나 필리피’ 등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며 외형을 키웠고, 2016년에는 온라인몰 ‘바바더닷컴’을 열어 온라인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문 회장은 2018년 섬유의 날 은탑산업훈장을 받을 정도로 업계에서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과 달리 속은 달랐다.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바바패션의 매출은 2,425억 원으로 전년 대비 8%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73억 원으로 증가했다. 숫자만 보면 개선된 듯 보이지만, 이는 본업에서의 수익 개선보다는 재고 평가 환입이나 비용 절감 같은 회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판매비와 관리비 내 인건비는 1,173억 원에서 973억 원으로 줄었다. 직원 인건비 절감이 곧바로 이익 개선으로 이어진 셈이다. 과거 무급휴가 동의서 강요 의혹까지 겹치며, “회사의 흑자는 직원들의 희생 덕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문인식 회장 일가 중심의 자금 운용이다. 감사보고서 주석에는 여전히 특수관계자 거래와 대여금 내역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상품 매출·제품 매출 상당 부분이 계열사와의 거래에 의존하고, 임대료 수익조차 내부거래 비중이 크다. 실제로 과거 일부 계열사는 매출원가의 80% 이상이 내부거래일 정도로 폐쇄적 구조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실을 낸 해에도 배당은 집행됐고, 그 몫은 대부분 문 회장 개인에게 돌아갔다. 이익잉여금이 830억 원 이상 쌓여 있음에도, 그 흐름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국세청도 이런 구조를 예의주시했다. 바바패션은 과거 모범납세자 선정으로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받았지만, 유예가 끝나자마자 고강도 특별세무조사가 전격 착수됐다. 그것도 대기업 비자금과 탈세 혐의를 전담하는 조사4국이 직접 투입됐다. 조사 대상에는 계열사 간 대여금 정산, 미회수 계정 처리, 내부거래의 적정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당국이 바바패션을 ‘정상적인 기업’이 아닌 ‘문제가 있다고 본 기업’으로 분류했다는 방증이다.
노동 문제 역시 숙제로 남아 있다. 현장 직원들은 임금·복지 격차, 주말 근무 수당 미지급, 잦은 야근 등 고질적인 문제를 호소한다. 회사가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여전히 낡은 인사 시스템에 갇힌 직장이란 불만이 터져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문인식 회장 개인 리스크”로 보고 있다. 매출이 줄고 순이익이 늘어도, 그것이 직원의 희생과 내부거래 편법 위에 세워진 수치라면 결코 건강한 성장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문 회장이 회사의 공로자로 인정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위기는 스스로 불러온 것”이라며 “이제는 오너로서 책임을 지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화려한 브랜드의 외피 뒤에서 불투명한 회계와 오너 일가 중심의 사익 추구가 이어진다면, 소비자와 시장은 더 이상 바바패션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나 미봉책이 아니라, 문인식 회장의 공개적인 해명과 책임지는 행동이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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