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봉투법,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
- HD현대중공업 하청, 현대모비스 자회사 등 파업
관세전쟁을 비롯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하면서 '기업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글로벌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친노조' 입법이 잇달아 강행 처리 되면서 '노조 리스크' 위기감이 기업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대내외 경제 위기 속에서 바람직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연중 기획으로 지속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한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이 모인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사용자 정의를 확대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외국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하청업체 노동조합이 원청 수준 임금 등을 요구하며 파업이 일상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 사내 하청업체 노조,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모비스 자회사 등에서 파업에 돌입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필립 반 후프 ECCK 회장은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한유럽상공회의소 백서 2025 발간'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규제 및 시장 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의도치 않게 위법 행위에 연루되거나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이 형사처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유럽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사용자 개념이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정의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청 노동자도 원청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경제계에선 '실질적 지배력'의 기준이 불명확하다 보니 노동 현장에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ECCK는 규제 개선 건의를 담은 백서를 통해서도 "(사용자 범위 확대는) 법적 책임의 범위를 추상적으로 확장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교섭 대상 노조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단체교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면, 결과적으로 한국 시장을 외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 근로자와 미래 세대의 일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으므로, 해당 조항에 대한 재고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ECCK뿐만 아니라 암참(AMCHAM,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등 여러 국가 주한상공회의소도 잇달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암참 등 7개 주한 외국상공회의소 대표들과 만나 외투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암참은 최근 통과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주요 외국상공회의소들은 '노란봉투법'에 대한 외투기업의 우려를 표명하며, 해당 법이 산업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김정관 장관은 이날 "(노란봉투법상 우려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영훈 노용노동부 장관은 같은 날 주요 기업 노무 담당 임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은) 대화촉진법이자 진짜 성장법"이라고 항변하며 "소통하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구체적인 매뉴얼과 지침을 만들어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란봉투법은 시행령 위임 규정(수권 조항)조차 두지 않고 있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란봉투법 시행이 자칫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금액은 66억9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82억8100만 달러) 대비 19.1% 줄었다. 실제로 집행된 금액을 의미하는 도착금액도 16.3% 줄어든 36억200만 달러에 그쳤다. 미국발(發) 관세 여파가 큰 이유지지만 국내 경영 환경마저 불안정해지면 투자 이탈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
한편,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HD현대중공업 사내 하청업체 노동조합이 원청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이달 중순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원청이 직접 교섭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삭감된 일당 회복 및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 중인 사내 하청지회는 각각 다른 하청 업체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조다. 이들은 각각의 업체와 단체 교섭을 진행했다. 지난 5월 태영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경일기업·금농산업·나드마린·대호기공·선진기업 등이 교섭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 3일 교섭이 결렬되면서 파업이 벌어졌다.
HD현대중공업의 협력사 수는 약 3350개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1차 협력사만 1400여 개에 이른다.
현대자동차그룹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의 자회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는 24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 일부 공장 조업도 중단됐다. 모트라스와 유니투스 양사 노조는 미래 고용 100% 보장과 현대차·기아 수준의 기본급과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선 원청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하청 노조의 입김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업들이 미국 관세 등 글로벌 위기 속에서 국내에서부터 '노사 리스크'라는 위기에 처한 형국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