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하이브(구 빅히트) 창업자 겸 의장 방시혁을 둘러싼 ‘시세조종·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검토·수사의뢰, 경찰의 압수수색, 국세청의 세무조사 착수까지 이어지며 사안의 심각성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특히 검찰에 사건을 넘긴 금융감독원(또는 증선위) 조사 결과는 방 의장 뿐만 아니라 하이브 전·현직 임원들이 조직적으로 연루됐을 가능성을 짙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 이후 정부 당국은 유독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하고 있다.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금융당국은 방 의장과 일부 임원들이 2019년 상장 전 기존 투자자들에게 ‘IPO 계획이 없다’고 사실상 기만한 뒤, 관계인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지분을 매각하게끔 유도했다.
상장 이후 이 SPC가 지분을 처분하면서 막대한 차익이 발생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따라 FSS(금융감독원)·증선위 등은 관련 혐의를 검토해 방 의장 등을 검찰에 고발·수사 의뢰했고, 경찰은 하이브 본사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아울러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착수해 거래 내역의 탈세 혐의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선상에 오른 혐의 금액 규모는 수백억, 경우에 따라선 수천억 원대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정부는 ‘자본시장 불공정 근절’ 같은 추상적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사건 실체를 신속·철저히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는 구체적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수사 절차는 진행 중이라 해도, 정치권과 행정부의 명확한 태도 표명과 강력한 수사·기소 지원은 부재한 상태다. 이런 공백이 계속될수록 국민 신뢰는 훼손되고, ‘재벌·대기업 수사 앞에서는 느슨한 기준’이라는 불신만 커진다.
이미 현장에서는 ‘조직적 은폐’ 정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보도는 방 의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SPC 설립·지분 거래에 관여했고, 내부 문건·이메일 등이 정황증거로 제출됐다고 전한다. 기업 차원에서 상장 관련 정보를 통제하거나 특정 세력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행태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단순한 개인 비리 차원을 넘어 ‘기업의 윤리·거버넌스 붕괴’ 문제다. 이 점에서 수사의 ‘깊이(depth)’와 ‘넓이(breadth)’가 관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하이브 주가 하락이 심상치 않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업황이나 아티스트 활동 공백 때문이 아니라, 방시혁 의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세무 문제, 그리고 이번 시세조종 의혹이 투자심리를 크게 훼손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한 엔터기업이라는 특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 리스크가 시장 신뢰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방시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하이브의 기업가치 회복은 쉽지 않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상 오너 개인의 도덕성과 법적 리스크가 곧 기업의 시가총액에 직결되는 국면에 들어선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정부 당국이 원칙적으로, 엄정하게 대응해야 할 순간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자본시장법·자본거래 관련 규범 위반 의심이 짙은 만큼,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 기소까지 배제하지 않는 전방위적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한 ‘행정적 제재’나 ‘솜방망이 처벌’으로 끝난다면, 향후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수사기관에 대한 정치적·제도적 지원과 함께,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한 법 집행을 약속해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공정한 시장은 서민의 자산 형성과 신뢰의 토대다. 연예산업의 ‘글로벌 브랜드’인 하이브 한 기업의 문제를 ‘연예인·팬덤 논쟁’으로 축소해선 안 된다. 오너 일가와 회사 임원들이 시장을 농단해 얻은 이익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에 상응하는 형사·세무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 정치권과 행정부는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명제를 말로만 되뇌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국민은 지금 신속하고 투명한 수사를 원한다. 검찰·경찰·금융당국·국세청은 서로 역할을 나누되 협력해,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가려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수사에 필요한 독립성과 자원을 보장하며, 수사결과가 나오면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엄정한 법 집행을 지켜야 한다. 기업 오너의 ‘국적’이나 ‘산업적 기여’는 법적·윤리적 책임을 감면해주지 않는다. 이 사태는 단순한 기업 스캔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자본시장과 법치의 시험대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