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체험 가로막는 인증·결제 장벽 여전
유통과 관광의 결합...체험형 K-여행으로 진화해야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해외여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한국인의 해외 출국자 수는 약 2900만 명에 달한 반면, 같은 해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유입은 1600만 명 수준에 그쳤다. 일본이 연간 2000만 명 이상을 꾸준히 유치하는 것과 비교하면, ‘K-관광’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런 차이는 단순한 환율이나 관광지 매력도 차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문화적 접근성, 낙후된 규제 체계, 유통·플랫폼 산업과의 연결성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여행산업은 단순한 여가 산업이 아니다. 외화를 벌어들이고, 지역 경제를 순환시키며,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핵심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제대로 된 전략만 있다면 한국도 충분히 ‘관광 강국’이 될 수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국내 여행산업의 현주소를 짚고, 구조적인 개선 방향을 제안하는 [K-여행 인사이트] 시리즈를 기획했다. 산업 관계자, 현장 종사자,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지금 한국 여행산업이 놓인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3편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K-배송’...문화 콘텐츠로 떠오른 유통경험
국내 배송·유통 인프라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로켓배송,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으로 대표되는 정밀하고 빠른 배송 시스템은 세계적인 유통 혁신 사례로 꼽히며,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단순한 음식 주문을 넘어, 리뷰 기반 추천 시스템, 골목 상권 기반의 다양한 음식 선택지, 그리고 주문 10분 만에 도착하는 간편식까지 고도화된 유통 경험이 구현되고 있다.
이러한 ‘K-배송’은 이제 단순한 편의 서비스를 넘어, 외국인들에게 ‘경험해보고 싶은 한국 문화’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케데헌)’에서도 컵라면, 배달 음식, 편의점 야식 등 한국 특유의 식문화와 유통 경험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며, ‘K-배송’은 간접적인 문화 콘텐츠로서 주목받는 중이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배달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하나의 여행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등에서도 배달앱을 통한 로컬 음식 탐색은 이미 인기 있는 관광 방식이다. 특히 장기 체류자나 ‘현지인처럼 살아보기’를 원하는 관광객에게는, 레스토랑 방문보다 더 현실적이고 편리한 식문화 체험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뛰어난 국내 유통 시스템을 외국인이 온전히 체감하기에는 아직 여러 장벽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언어, 회원 인증, 결제 방식 등에서의 불편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배달앱이 잠재적으로 ‘문화적 인터페이스’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실제로는 외국인 사용자 접근성이 낮아 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은커녕 앱 가입도 못 해요”...외국인을 가로막는 디지털 장벽
국내 유통·배달 앱은 대부분 한국 내 전화번호, 실명인증, 카드 인증을 요구한다. 단기체류 외국인은 eSIM 이용이 많고, 이에 따라 본인 인증이나 결제 등록이 어렵다. 결과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은 국내의 대표적 유통 서비스를 체험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앞서 ‘방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실제 관광객의 체감 불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앱 가입·결제 같은 디지털 서비스 접점 문제는 정부 개선안에서 제외돼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관광 콘텐츠보다 더 ‘접근성’이 중요한 시대, 여전히 디지털 접근성은 후진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쿠팡·배달의민족·지마켓 등 일부 플랫폼은 외국인 대상 기능을 자체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예컨대 배민은 해외 카드 결제를 지원하고, 카카오T는 다국어 서비스와 해외 카드 등록 기능을 제공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유통 플랫폼은 외국인의 국내 온라인 쇼핑망의 진입 장벽을 낮추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선 배달앱이 문화 콘텐츠로 활용되기도 한다. 예컨대 일본의 우버이츠 체험 콘텐츠나, 태국의 배달 앱 투어가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세계적인 유통 인프라를 보유하고도, 이를 제대로 관광 자원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외국인 위한 유통 체험 전략...‘디지털 관광’은 '여전한 숙제'
관광산업은 ‘디지털 경험’을 함께 설계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숙박·교통뿐만 아니라 유통·배송 체계까지 외국인 친화적으로 리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배달문화는 ‘보는 관광’을 넘어 ‘참여하는 관광’으로 확장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유통 플랫폼들과 협업해, 외국인을 위한 앱 환경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외국어 지원을 넘어, 실명 인증이나 결제 방식에서도 ‘외국인 전용 모드’의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간의 자율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관광산업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일부 기업은 관광객 대상 체험형 배달 콘텐츠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K-배송 체험 키트’나, ‘한식 배달 체험 투어’ 등은 새로운 형태의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관광소비를 유도하고, 지역 유통과 관광을 연결하는 접점이 될 수 있다는 골자다.
이에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K-배송’은 한국이 가진 고유한 생활문화 콘텐츠”라며 “이 유통 문화를 외국인 관광객과 공유하는 것은 관광산업의 외연을 넓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보여주는 관광’에서 ‘함께 쓰는 관광’으로 전환될 때, K-여행 활성화의 효과를 비로소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